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경기 둔화와 금리 인하에도 4대 금융 그룹의 상반기 순이자이익 규모가 2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금융권의 예대마진에 의존한 수익 올리기를 ‘이자 놀이’라 비판하며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금융의 물꼬가 바뀔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8일 오전 각 금융권 협회장들을 호출한 긴급 간담회에서는 은행‧증권‧보험사의 첨단·벤처·혁신기업 발전을 위한 자금 공급처 역할이 강조됐다.
마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4대 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21조926억원으로 집계됐다. KB금융은 전년동기 대비 0.4% 감소한 6조3687억원 △신한지주 5조7188억원(+1.4%) △하나금융 4조4911억원(+2.5%) △우리금융 4조5140억원(+2.7%)을 예대마진으로만 벌었다.

금리 인하 기간에도 주요 금융지주들은 오히려 ‘이자 장사’로 수익을 더 올린 셈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은 장기 지속했던 3.5% 기준 금리를 3년 2개월 만에 25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는 이달까지 100bp 하락(7월 기준 2.5%)했지만 4대 금융의 순이자이익은 KB금융을 제외하면 1년 전보다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대출 금리는 내렸지만 그만큼 (기업대출 등) 대출 규모를 확대하면서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요 금융지주는 이자 이익 선방과 비이자이익 확대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됐지만 결국 금융권이 이자놀이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이 시중 자금의 물꼬를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및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이고 새로운 영역으로 돌려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전날 강조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내용과 일치한다.
이를 위해 권 부위원장은 법과 제도, 규제, 회계와 감독 관행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위험가중자산(RWA) 규제가 대표적인데, 기업의 자본적정성을 측정할 때 활용되는 RWA는 대출금, 미수금, 가지급금 예치금 등 자산유형별로 위험 정도를 감안한 자산이다.
보통주자본(CET1) 비율도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백분율로, 투자를 위한 대출이 많아질수록 RWA는 상승하고 결국 금융사의 CET1 비율은 낮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기업 대출에 대한 RWA 규제를 완화해야한다고 목소리 높여 왔다.
이와 관련해 권 부위원장은 “시대 여건에 맞지 않는 위험가중치 등 건전성 규제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업권별 규제를 살펴보아 조속히 개선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금융권이 생산적 분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금융투자협회 등 금융권 협회장들이 향후 조성될 첨단·벤처·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민·관합동 100조원 규모 펀드 조성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은행‧금융투자업권은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기업금융을 강화, 보험업권은 자본건전성을 강화해 나가면서 생산적인 국내 장기투자를 늘려 나가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대로 따를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당국과의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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