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미국이 제시한 상호관세 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협상 타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세 협상이 불발될 경우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시한 내 협상 완료를 목표로 담금질에 나선 것이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미국에 ‘통 큰 양보’를 통해 관세 인하라는 결과물을 도출해 낸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2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회담을 갖고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다수 품목의 상호관세를 15% 부과하는 내용의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당초 미국 측이 EU에게 원했던 30% 상호관세에서 절반으로 인하된 것이다. 이를 위해 EU는 7,500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약 6,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늘리는 데도 합의했다.
일본에 이어 EU까지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부는 다급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들 국가가 15% 관세에 합의한 상황에서 이보다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경쟁력 약화는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한미 상호관세 협의공청회’에서 미국이 예고한 관세가 실제 발효될 경우 국내 실질 GDP가 0.3~0.4%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대미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관세 발효 시한이 다가오고, 주요 무역국들의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통령실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협상의 결과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천명했던 새 정부의 외교력에 대한 평가가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2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는 비공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24시간 내내 보고 받으시는 상황이라고 보셔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 대미 협상 카드 ‘조선업’ 부상
정부 역시 협상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3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을 만나 통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25일 한미 간 재무·통상 장관급 ‘2+2 통상협의’ 연기에 따른 것으로, 관세 발효 시한을 하루 앞두고 막판 협상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동시에 조현 외교부 장관도 미국을 찾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와 외교 두 장관이 동시 관세 협상 담판을 벌이게 된 셈이다.
관건은 정부가 어떤 카드를 미국에 제시할 것인지다. 우선 미국 측이 요구한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이번 협상의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통상대책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협상 품목 안에는 농산물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일본을 비롯해 이미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타결한 국가들이 농산물 개방을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로서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상당한 액수의 ‘대미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협상 과정에서 풀어나가야 할 난제다. 당장 일본과 EU가 관세 협상에서 각각 5,500억 달러, 6,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미국의 관심이 ‘대미 투자’에 쏠려있다는 것이 명확해진 만큼, 이를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우리 정부는 ‘1,000억+α 달러’ 규모 투자를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은 4,000억 달러 규모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일본의 5,500억 달러 투자가) 전부 투자인지 보증 대출까지 포함된 내용인지를 포함해 그런 것들이 조금 더 파악이 필요하다”며 면밀한 검토 중에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협상의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주효한 카드로 ‘조선업’이 부상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26일 오후 통상현안 긴급회의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회담 결과를 보고 받았는데, 그 가운데 양국 간 조선협력을 포함한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자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한국의 조선사가 현지에 투자하고 금융 기관이 이를 지원하는 방식 등도 거론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가 충분한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쓸 수 있는 중요한 협상 카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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