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불안한 내 딸의 이성 교제…부모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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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중학교 2학년 딸이 최근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아이의 연애에 간섭하고 싶지는 않지만 혹시 위험한 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됩니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육아맘 김씨는 딸의 이성 교제 소식을 접한 이후 고민이 깊어졌다. 김씨는 "무작정 못 만나게 하면 아이가 오히려 반발할 것 같고 그렇다고 아무 말도 안 하자니 불안하다"라며 "아직 어리긴 하지만 데이트 폭력이나 성폭력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청소년 자녀가 이성 친구와 교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부모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사춘기 시기의 성적 호기심과 충동성이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기 부모는 자녀들과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까?

염용주 변호사는 지난 22일 열린 서울학부모지원센터의 맞춤형 배움 과정을 통해 "요즘 또래 사이에서 호기심으로 시작한 관계가 성폭력으로 발전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며 성폭력의 개념부터 실제 사례, 그리고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부모가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방법 등을 짚었다.

강의에 따르면 최근 아동·청소년의 성범죄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성폭력이 증가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이해와 대응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염 변호사는 "예전에는 학교나 공공장소에서만 발생하던 폭력이 이제 온라인에서도 이어진다. 채팅 앱, SNS 등을 통한 접촉이 전체 성범죄의 44.7%를 차지할 정도로 디지털 공간이 주요 경로가 됐다.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친해진 사람을 낯선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통계는 그 심각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폭력에서 10대 가해자 비율이 80% 이상이며 피해 연령 또한 점점 낮아져 초등학생의 피해 사례까지 보고되고 있다. 염 변호사는 "아이들이 친구 또는 또래라는 이유로 경계심 없이 온라인 대화를 이어가다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모가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으로는 또래 간 성폭력이 꼽혔다. 염 변호사는 "연애를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호기심으로 스킨십이나 성관계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동의한 관계였더라도 이후 강요가 발생하면 성폭력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또래 간 사건은 수치심과 소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고율이 낮다"고 말하며 부모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평소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이들이 싫다고 말할 권리를 배워야 한다.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는데도 상대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면 그 순간부터는 명백한 폭력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만약 아이가 피해를 당하더라도 그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의에서는 사이버 성폭력과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도 다뤄졌다. 염 변호사는 "요즘에는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너무 잘 다루기 때문에 AI 기술을 이용해 성적 영상에 친구의 얼굴이나 신체 일부를 합성해서 장난처럼 공유하는 사례도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동의 없이 친구를 촬영하거나 편집하는 것은 명백한 성폭력에 해당한다"라고 경고했다.

디지털 성폭력은 확산성과 지속성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번 유포된 영상은 사실상 삭제가 불가능하며 피해자는 오랜 시간 2차 피해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친구들끼리 공유한 영상이 단체방으로 퍼지면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염 변호사는 "부모는 자녀가 SNS에 올린 사진이 딥페이크 범죄에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며 디지털 윤리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의 말미에는 학부모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성폭력 예방법이 공유됐다. 염 강사가 제시한 다섯 가지 성폭력 예방 수칙은 △가정 내 성평등 교육: 친구라도 동의 없이 신체를 만져선 안 된다는 원칙을 반복적으로 교육하기 △경계선 설정 교육: 온라인 친구라도 사적인 사진·정보 요청은 거절하기 △디지털 윤리 교육: 통제보다 디지털 범죄의 법적 책임을 대화로 알려주기 △위험 신호 파악: 자녀의 정서 변화, 휴대전화 사용 패턴 등을 세심히 살피기 △즉각적인 지지: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 네 잘못이 아니라는 확신을 주고 전문기관에 연계하기 등이다.

마지막으로 염 변호사는 "부모의 불안은 결국 아이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하며 "성폭력 예방의 핵심은 부모의 관심과 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성폭력의 실제 사례와 구체적인 예방·대응 방법 등을 숙지하고 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성폭력 예방의 출발점이며 아이에게 가장 든든한 안전망이 돼 줄 것이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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