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역주택조합, 이른바 '지주택'은 오랫동안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위험한 선택지로 여겨지고 있다. 사업은 △조합 내부 분쟁 △사업 지연 △환불 문제 △회계 투명성 부족 등 조합 내부 문제가 반복되면서 '지옥조합'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지주택 제도는 기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청약 가점과 무관하게 주택 분양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재로 도입됐다. 공공주택과 다르게 민간 주도 방식이지만, 초기 계획과 실행 모두 조합 재량에 따라 좌우되면서 그동안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특히 해당 조합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사업 구조와 일정 공유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토지 확보도 미비한 상태에서 가입자 모집을 선행한 사례가 대다수였다. 결국 상당수 조합이 중도 무산되거나 법적 분쟁에 휘말렸고, 이는 지주택 제도를 향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경기권 중심으로 과거 행보와 다른 조합들이 눈에 띄고 있다. 사업을 조급히 추진하지 않는 대신, 토지 확보·인허가 절차 등을 선행한 후 조합원을 모집하는 이른바 '준비된 조합'이 등장하면서 지주택 사업이 재평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조합은 조합 설립 이전부터 행정 협의와의 토지 계약을 체결하고, 시공사 협의와 자금 신탁 구조도 조기에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선 확보·후 모집' 전략을 따르는 조합들은 여타 지주택 조합과는 다르게 신중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업계 시선을 끌고 있다.
◆"예전과는 다르다" 성공 사례가 말하는 전략 전환
이런 준비된 조합으로 평가되는 대표 사례는 경기 파주시 운정역 일원에서 지주택을 추진하고 있는 '(가칭)GTX운정역서희스타힐스 조합'이다. GTX-A 노선 '운정역 역세권'이라는 입지와 함께 실질 착공까지 돌입해 수요자 관심을 끌고 있다.
해당 조합에 따르면, 이미 일부 동은 골조공사를 완료했으며, 이르면 내년 중 입주가 가능한 전망이다. 물론 사업 초기에는 지연 및 내부 마찰 등도 있었지만, 조합이 시공사와의 협의를 조정하고 사업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한 게 안정적 사업 추진 토대로 작용했다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은 남양주시 오남 양지7지구 일원 '(가칭)오남역 서희스타힐스 여의재'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초 토지 확보율 95% 이상을 달성한 조합은 현재 사업계획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오남역 서희스타힐스 조합 측은 "시공사 확정 전에도 사업 모든 과정을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유했다"라며 "외부 전문가 자문도 병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성공 사례와는 다르게 남양주 한 지주택 사업은 다소 상반된 양상을 보여준다. 사업 초기 성공적으로 사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외부 기대와는 달리 △시공사·조합 간 갈등 △조합 회계 불투명 등 여러 문제가 불거져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지주택 업계 전문가는 "남양주 지주택 사례는 지주택 사업 성패가 시기가 아닌 조합 운영 전략과 신뢰 회복 구조에 달렸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라며 "근본적으로는 조합이 어떻게 계획을 수립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느냐가 지주택 사업 변화를 좌우한다"라고 말했다.

◆"조합이 달라지면 시장도 달라진다" 의정부역, 준비된 조합 표본
이처럼 지주택 시장이 가파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관련 업계에서는 '(가칭)의정부역 지역주택조합'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부터 사업을 시작한 의정부역 지역주택조합(이하 의정부 지주택)은 각종 난관에 의해 한동안 사업이 정체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업무대행사가 본격적으로 업무를 개시하고 '한다종합건설' 자회사가 수주하며 본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해당 조합에 따르면, 해당 사업지는 전체 약 9323㎡ 부지에 지상 59층 총 800세대 규모 주상복합 단지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특히 의정부역 3번 출구에서 100m 거리에 불과할 만큼 '의정부 핵심 입지'를 자랑한다.
아울러 서울 노원구와 인접해 강북·강남·강동·강서 등 서울 주요 생활권에서 20분 내 접근이 가능하다. 교통·입지·규모 등 여러 측면에서 상징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지역 다른 지주택 조합과 비교해 확연히 빠른 진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실제 현재 기준(7월7일 기준) 토지 확보율은 79%이며, 조합원은 377명에 달한다. 2026년 10월 착공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8월말에는 견본주택도 개관할 예정이다.

의정부 지주택 관계자는 "사업 속도보단 조합원 보호 및 절차 정당성이 중요하다"라며 " 때문에 조합 사무실을 상시 개방해 진행 상황을 안내하고, 4차 모집 이후에는 평당 분양가가 약 700만원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미리 고지해 투명성을 높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정부 중심 상권 상징성과 규모를 고려하면 시공사 입장에서도 충분히 전략적 가치가 있는 사업지"라고 자신했다.
실제 해당 조합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이앤씨 △쌍용건설 △금호건설 등 복수 1군 건설사와의 시공 협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근 중개업 관계자는 "해당 사업지는 의정부역 도보 2~3분 거리 지주택 매물로, 최근 GTX-C 노선 기대감에 투자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라며 "실거주, 임대 모두 적합한 구조로 수요가 꾸준하다"라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투명성과 계획성을 확보한 조합이 향후 지주택 시장 신뢰 회복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주택 업계 전문가는 "실수요자들도 이제 단순 입지나 평면만 보지 않고 있다"라며 "실제 어떤 방식으로 조합이 운영되고 있고, 토지 확보 및 시공사 협의 진행 상황을 먼저 확인한다"라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은 지주택 구조 자체보단 해당 조합이 어떻게 운영되느냐가 수요자 판단 기준"이라며 "남양주·동작구 사례와 같이 브랜드 시공사 유치와 절차적 투명성이 갖춰진 지주택은 오히려 기회"라고 바라봤다.
결국 지주택 시장은 변화 초입에 서 있다. 과거처럼 정보 없이 조합원을 급하게 모집하는 방식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으며, 실수요자들도 학습 효과를 통해 더욱 신중하게 조합을 선별하고 있다.
조합을 선택할 때는 △토지 확보율 △인허가 진행 상황 △시공사 협의 여부 △분양가 인상 안내 방식 △조합과의 소통 구조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한다면, 지주택도 청약이나 일반 분양과 견줄 만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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