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10번은 돌려볼 것 같아요"
LG 트윈스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9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6-5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두며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이날 LG는 시종일관 주도권을 내준 채 끌려다니다가, 9회초 공격에서 포수 양의지의 실책과 문성주의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바탕으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9회말 대수비로 투입된 구본혁이었다. 그야말로 '씬스틸러'라는 수식어가 완벽하게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LG는 9회초 공격에서 6-4로 리드를 되찾은 후 경기를 매듭짓기 위해 유영찬을 투입했는데 한 점을 내주면서, 경기는 다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게다가 1, 3루의 위기 상황까지 찾아오면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안타 한 개면 동점이 되는 순간, 두산 이유찬이 유영찬을 상대로 친 타구가 3루수 방면에 높게 치솟았다.
여기서 9회말 대수비로 투입된 구본혁이 나타났다. 파울 타구는 3루 불펜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때 구본혁이 펜스를 밟고 올라타, 타구를 낚아채는 엄청난 수비를 펼쳤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기자실에서도 감탄이 쏟아질 정도의 역대급 수비가 나오면서, LG는 길고 길었던 승부 끝에 5연승을 질주하게 됐다.
이날 LG의 승리를 이끈 주인공은 문성주였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슈퍼캐치를 선보인 구본혁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구본혁은 "경기 끝까지 모든 팀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역전을 위해 끝까지 노력한 덕분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더욱 기쁘다"는 승리의 소감을 밝혔다.


이유찬의 파울 타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을까. 구본혁은 그토록 짧은 찰나에 불펜으로 몸을 날릴 마음의 준비까지 했었다. "대수비는 실수를 안 해야 본전인데, 이런 수비를 해서 이기니, 너무 기분이 좋다"며 "공을 잡고 불펜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공이 조금 들어오면서 안 넘어간 것 같다"고 웃었다.
"수비 중에는 내가 야구를 하면서 했던 수비 중에 가장 짜릿했다. 그냥 본능적으로 달려갔다. 펜스가 무섭고, 떨어지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못 잡았을 것 같다. 떨어지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잡을 수 있었다. 사실 불펜으로 떨어지면서 공을 한 번 잡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했었다"며 "무서웠다면 못 잡았을 것 같다"며 "동료들이 다 놀라워 하더라.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불펜으로 떨이지게 됐을 경우 구본혁은 자칫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아마 떨어졌으면 한 군데 부러졌을 것 같다"면서도 "높이가 높지만, 바닥이 돌이 아닌 잔디이기 때문에 떨어지면서 잡으면 '진짜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말로 모든 것이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구본혁은 이 수비에 대한 기쁨이 커 보였다. 오죽하면 만루홈런을 쳤을 때와 이 슈퍼캐치에 대한 물음에 선듯 어느 하나를 고르지 못할 정도였다. 구본혁은 "만루홈런과 비슷한 정도였다"며 "빨리 들어가서 영상을 찾아보고 싶다. 오늘 한 10번은 돌려볼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9회말 대수비로 팀의 5연승을 확정짓는 슈퍼캐치를 선보인 구본혁이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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