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놀이는 ‘주도성’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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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우리 자녀가 AI와 경쟁하려면 어떤 힘을 길러줘야 할까요? 바로 주도성입니다! 부모 말을 잘 듣는 아이보다 주도적인 아이가 AI를 이길 수 있습니다.”

 

▲ 박현정 트레져상호작용연구소 교수[사진=김혜원 기자]

 

서울 양천구육아종합지원센터는 지난 23일 오후, 해누리타운 3층 어울림실에서 ‘주도성 발달을 돕는 놀이 대화’ 강의를 열었다. 강의는 양천구에 거주하는 영유아 양육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박현정 트레져상호작용연구소 교수가 강사로 나서 아이의 주도성을 길러주는 양육법과 환경 조성 방법을 공유했다.

현장에는 아이를 동반한 부모도 여럿 참석했다. 낯선 장소가 어색한지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강사의 말에 맞춰 옹알이를 내뱉는 아이, 졸려 칭얼거리는 아이까지 강의실은 다소 어수선하기도 했다.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자 엄마는 아이를 토닥이면서도 강의에 애써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 모습에 다른 참석자들은 ‘우리 아이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는 표정으로 따뜻하게 바라봤다. 박 교수는 강의 끝 무렵 “아이와 함께 강의를 듣느라 고생하신 엄마들과 너그럽게 양해해 주신 양육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박 교수는 주도성을 “아이 스스로 ‘해볼 만하다’는 감각에서 시작되는 힘”이라고 설명하며, 이 힘이야말로 자존감 형성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이 강한 것도 사실은 발달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이는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라고 말했다.

 

▲ [사진=양천구육아종합지원센터]

 

놀이 환경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놀잇감의 개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아이가 좋아하는 놀잇감이 눈앞에 있는가’”라며, 아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곧 주도성 발달의 첫걸음이라고 전했다. 특히 “거실을 깨끗이 유지하려고 장난감을 방에만 두는 것은 아이의 탐색을 막고, 결국 ‘갖다 놔’라는 말로 주도성을 꺾는 대화가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모든 것을 아이 뜻대로 하라는 말이 아니다”라며 “식사, 수면, 위생 같은 기본 생활 영역에서는 부모가 주도권을 가지되, 놀이만큼은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는 아이의 사례를 통해 일상에서도 주도성을 기를 기회가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이가 늘 버튼을 누르도록 두기보다는, 때로는 “오늘은 엄마가 눌러도 될까?”라고 예고해 아이가 양보를 선택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감정을 공유하며 칭찬해 주는 것이 자존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자존감은 단순히 기분 좋은 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주도적 선택과 긍정적인 피드백이 쌓이면서 형성되는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엄마, 선생님, 친구 등 주변의 반응을 통해 아이는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점차 스스로 체득하게 된다.

또한 유아기에는 ‘하지 마’ 같은 부정 명령어보다 ‘앉아서 먹자’, ‘천천히 걸어볼까?’처럼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표현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결과를 경고하기보다 행동 자체를 안내하는 언어 습관이 아이의 주도성과 자율성을 키우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강의 중반 실습 활동도 이뤄졌다. 보호자들은 두셋씩 짝을 이뤄 얼굴을 보지 않고 상대방의 지시에 따라 종이를 접고 찢는 활동을 진행했다. 같은 지시라도 설명 방식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과정을 체험하며, ‘소통하려면 친절하고 구체적인 언어 전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박 교수는 육아를 ‘팀플’이라고 정의했다. “부모와 아이가 모두 만족하는 방법, 즉 ‘너도 좋고 나도 좋은’ 해답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라며, 이러한 상호 존중의 대화가 주도성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이라는 물고기를 예로 들며, “어항에서는 5cm밖에 자라지 못하지만, 연못에서는 25cm, 강물에서는 90cm까지 자란다”라고 설명했다. 아이의 가능성 역시 그가 속한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메시지였다. “주도성을 허락받은 아이는 더 넓고 깊게 성장할 수 있다”라는 말을 들은 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나타냈다.

7세와 10세 자녀를 둔 A씨는 “둘째가 첫째와 성향이 너무 달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참석했는데, 교수님 말씀처럼 아이 의견을 존중하고 내 말투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놀이와 대화의 방식을 바꾸는 작은 실천이 아이의 평생을 바꿀 수 있다”라며 “아이의 선택과 표현을 존중하고, 실패마저도 학습의 일부로 받아들여 주도성과 자존감을 함께 키워달라”는 당부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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