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84제곱미터’ 강하늘의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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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하늘이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로 글로벌 시청자를 만났다. / 넷플릭스 
배우 강하늘이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로 글로벌 시청자를 만났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만 벌써 5번째 작품이다. 원톱 주연으로 그야말로 ‘하드캐리’한 영화 ‘스트리밍’부터 올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 ‘야당’, 글로벌 히트작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와 호평 속에 종영한 드라마 ‘당신의 맛’에 이어 지난 18일 공개 후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까지. 쉼 없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배우 강하늘은 지칠 법도 한데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연기자의 역할”이라며 웃었다. 

지난 18일 공개된 ‘84제곱미터’도 강하늘이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치열하게 빚어낸 결과물이다. ‘84제곱미터’는 84제곱미터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강하늘 분)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예측불허 스릴러. 

‘아파트’ ‘층간소음’ 등 가장 현실적이고 익숙한 소재를 기반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맞부딪히는 이야기를 담은 ‘84제곱미터’에서 강하늘은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으로 분해 공감과 몰입감, 장르적 재미까지 모두 선사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우성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으로, 우리 사회의 청년층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욕망과 고충을 녹여낸 캐릭터다. 강하늘은 리얼한 생활 연기부터 꿈 같았던 내 집에서 층간소음이라는 악몽에 빠지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점점 예민해지고 극단적으로 망가져 가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밀도 있게 연기해 몰입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대로 한건데 계획을 조금 디테일하게 짜긴 했어요. 한 사건만으로 이렇게 되는 게 아니라 겪어야 하는 상황이 겹겹이 쌓여야 했고 이게 터지고 이것까지 터지고 그런 상황이다 보니 조금 더 날 서 있게 계획을 짰죠. 처음 집값 때문에 고민할 때는 코인 때 (감정을) 이만큼 올려야 하니까 여기서는 이 정도, 여기서는 이만큼 이런 식으로 전략, 작전을 많이 짜서 연기했습니다.” 

리얼한 생활 연기를 보여준 강하늘. / 넷플릭스 
리얼한 생활 연기를 보여준 강하늘. / 넷플릭스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 탓에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상당한 영화에서 강하늘은 탁월한 완급조절로 우성의 캐릭터를 무겁지만은 않게 그려내며 쉼표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본 자체가 주는 답답함과 딥함이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한 끝에 우성의 톤을 조금 올리기로 했죠. 대본이 준 느낌처럼 딥하게 가버리면 보기 너무 힘들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대본 자체를 바꿀 순 없으니 내가 조금 더 톤을 올려서 중화시키고 싶었어요. 감독님도 동의해 주셨죠. 현실에 더 가까워지려면 너무 딥하기만 한 감정보다 조금은 유쾌하고 조금은 가볍게 표현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강하늘의 단단한 연기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장면은 ‘경찰서 신’이다. 우성이 층간소음 가해자라는 누명을 쓰고 경찰서에 잡혀가 코인을 제때 매도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강하늘은 ‘웃픈’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며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현실 공포를 동시에 선사한다. 

“제일 신경을 많이 쓰고 힘을 많이 준 장면이에요. 그 신의 톤이 제일 중요했거든요. 글로만 읽으면 되게 웃기거든요. 테이저건을 맞고 참으면서 매도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장면인데 잘못하면 코미디로 비칠 수 있었던 신이에요. 표현하고자 한 톤은 진짜 ‘웃픈’ 느낌이거든요.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죠. 웃기지만 처절하고 공감 가는 표현을 하고 싶었습니다. 휴대폰도 컴퓨터 화면도 다 블루스크린이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연기해야 했고 나중에 CG를 입혀 완성한 장면이에요.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 하면서 되게 과하게도 찍어보고 덜하게도 찍어보고 여러 버전을 촬영했어요. 감독님이 고르고 골라서 편집을 한 거예요. 그 장면만 거의 4일을 찍었던 것 같아요. 원하던 포인트로 잘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염혜란, 서현우 등 연기파 배우들과도 함께했다.

“염혜란 선배와는 ‘동백꽃 필 무렵’때도 만났지만 그냥 진짜 ‘짱’이에요. 연기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 말할 게 없죠. 제가 지금 그 주제는 아닌 것 같고 훨씬 선배님인데 현장에서 진짜 친한 누나처럼 먼저 다가와 주세요. ‘잠은 잘 잤니’부터 시작해서 ‘오늘은 뭘 먹었니’ 하면서 진짜 친한 누나처럼 대해 주시니까 후배인 저도 현장에서 되게 편해졌어요. 그런 점이 염혜란 선배의 힘인 것 같아요. 같이 연기하는 사람들을 정말 편안하게 만들어 주세요. 서현우 형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췄는데 진짜 ‘아이디어 뱅크’예요. 알고 있는 것도 많고.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만들어간 신들이 진짜 많았어요.”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강하늘. / 넷플릭스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강하늘. / 넷플릭스 

강하늘은 올해 ‘월간 강하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 일’을 이어오고 있다. 타율도 좋다. 특히 ‘야당’은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3년 전부터 찍어놓은 작품들이 공개가 되면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나만의 템포를 갖고 촬영했는데 공개가 이렇게 되면서 다작처럼 보이게 된 거예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작품의 흥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닌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생기더라고요. 제가 한 작품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흥했는지 망했는지 관객 수가 얼마였는지 그런 것들이 떠오르진 않아요. 그냥 그 현장이 떠올라요. 아이디어를 내면서 되게 즐거웠고 재밌었고 그런 것들이 기억나는 걸 보니 중요한 것은 흥망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 작품 한 작품, 한 신 한 신, 하루하루 재밌게 찍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흥망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운이 잘 닿아야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또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배우, 연기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지극히 엔터테인먼트구나 생각했어요. 많은 분들이 즐겨야 하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연기자로서 있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죠.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겠다, 엄청난 무언가를 주겠다는 것보다 사람들이 재밌게 보고 흥미를 갖고 2시간 남짓한 시간을 재밌게 보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연기자가 할 일이 아닐까요. 진짜 어릴 때는 뭔가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거창한 생각을 많이 하고 공부도 했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생각보다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그 안에서 영화, 그리고 내가 하는 연기가 해야 할 것은 그분들의 치열했던 하루 속 2시간을 흥미롭고 재밌는 시간으로 만들어 주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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