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 6000억'...애경산업 인수전에 '태광·앵커·폴캐피탈' 3파전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애경그룹이 애경산업(018250) 지분 63.38%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적격 예비인수후보자(쇼트리스트)가 태광그룹-티투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티투PE),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폴캐피탈코리아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유력 인수 후보였던 일본 생활용품 기업 라이온코퍼레이션은 일본 및 한국 사모펀드(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쇼트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회사가 희망하는 애경산업의 몸값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63.38%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6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인수 후보들 대부분이 매도자 측 희망 매각가인 6000억원 내외의 가격 조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태광, 애경산업 인수전 참여...신성장동력 확보  

유력 후보 중 한 곳인 태광그룹과 티투PE 연합은 과거 태광그룹이 애경산업과 유사한 생활소비재 사업을 전개한 경험을 토대로 이번 인수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태광산업은 지난 2일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관련 기업의 인수와 설립을 위해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석유화학·섬유 업황 악화로 사업구조 재편 및 성장동력 확보 위한 기업 인수·설립 추진과 석유·섬유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다만 최근 교환사채(EB) 발행 논란이 불거지며 자금 조달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다.

티투PE는 태광그룹 산하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6월19일 애경산업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를 위해 태광산업은 6월27일 3186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교환사채란 기업이 보유한 다른 회사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태광산업이 발행하려던 교환사채는 태광산업 자사주 24.41%가 교환 대상이다.

하지만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상법 위반을 주장하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 인수 추진에 급제동이 걸렸다. 태광산업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필요한 EB 발행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티투PE 통한 우회 인수...승계 기반 마련 목적?

이번 사태를 계기로 태광그룹 오너 일가의 지배력 복원 및 3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태광그룹은 재무적 투자자인 티투PE를 통해 우회 인수를 함과 동시에 3세 승계 기반 마련이라는 전략적 목적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티투PE는 이호진 전 회장 부자의 지분이 적지 않다. 최대주주는 지분을 41%씩 보유 중인 티시스와 태광산업이며, 이 전 회장 장남 이현준씨가 9%, 장녀 이현나씨가 9%를 보유 중이다.

티시스는 이현준씨가 지분 11.3%를 소유한 회사다. 따라서 이현준씨는 티투PE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총 13.6% 갖고 있는 셈이다. 이 전 회장의 직·간접 지분율은 13.8% 수준이다.

티투PE는 태광산업과 티시스 등 주주들의 돈에 더해 외부 출자금을 모아 애경산업 인수를 추진할 전망이다. 태광그룹 계열 보험사인 흥국생명, 흥국화재, 고려저축은행 등의 자금도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 티투PE의 애경산업 인수 본입찰 참여는 단순한 사업 확대가 아니라 오너 3세 경영체제 구축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태광의 컨소시엄에는 관계사인 티투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애경산업 지분을 인수하려는 것은 티투PE를 통해 장기적으로 승계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PE를 활용시 직접 상속에 따른 세금 부담 등 여러가지 문제를 최대주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소할 방안을 찾을 수 있을 뿐더러, 향후 애경산업 인수 후 상속재원 마련을 위한 또 다른 창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태광 측에서는)PE를 동반한 인수구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다만, 당초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최대주주가 아닌 회사 자금으로 인수를 추진하려던 구조가 현재 보류된 상태라는 점에서 태광이 실제로 애경산업 지분을 확보하는 데는 당장 무리가 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 측은 EB 발행 목적이 지배구조 강화나 경영 세습을 위한 편법이라는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태광산업은 "이번 교환사채 발행은 운영자금 확보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지배구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최근 트러스톤이 태광산업 이사들을 상대로 낸 '이사 위법행위 유지'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을 진행했다. 법원이 오는 25일을 심문 종결일로 지정함에 따라 이르면 8월 초 EB 발행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이 내려진다.

사모펀드 앵커PE도 유력 인수 후보 거론  

1조원 안팎의 실탄을 보유한 앵커PE가 애경산업 인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앵커PE는 코로나19 시기 마켓컬리, 프레시지, 이투스, 카카오픽코마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세가 한계에 부딪히며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해 몇 년 째 투자금 회수(엑시트) 성과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특히 앵커PE는 2021년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더마펌을 인수했지만 지난해 기준 회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37% 감소한 679억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207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이런 맥락에서 애경산업을 인수해 볼트온(Bolt-on) 전략을 펼치면서 더마펌의 수출 경쟁력 강화나 브랜드 라인업 보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폴캐피탈코리아도 쇼트리스트에 포함되며 의외의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교적 덜 알려진 중견 운용사지만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 당시 라데팡스파트너스와 공동 투자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국내 소비재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고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애경산업 인수전에 뛰어든 쇼트리스트 후보 3곳 중 2곳이 사모펀드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인수 후보자 2곳이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전략적 투자자(SI)보다는 재무적 관점(FI)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2곳이 사모펀드라는 점은 시장에서 애경산업을 비롯한 유통업 매물에 대한 전략적 투자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며 "직접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통 대기업이 아닌 일정 시점 엑시트를 전제로 움직이는 사모펀드가 인수전에 나선 구조는 단기 재무성과에만 치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는 쇼트리스트에 오른 후보들에게 2개월가량의 실사 기간을 부여하고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3분기 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한편 애경그룹은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애경산업을 매각하고 있다. 자산을 정리해 약 8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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