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지적 독자 시점’ 안효섭, 언제나 그랬듯 온 마음 다해

시사위크
배우 안효섭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스크린 데뷔에 나선다. / 더프레젠트컴퍼니
배우 안효섭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스크린 데뷔에 나선다. / 더프레젠트컴퍼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안효섭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으로 관객 앞에 선다. 첫 스크린 도전에서 300억 대작의 주인공을 맡아 여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게 내 역할이었고 부끄럼 없이 임했다”고 작품에 임한 마음가짐을 떠올렸다.

안효섭의 첫 스크린 주연작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돼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영화다.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 ‘PMC: 더 벙커’ ‘더 테러 라이브’ 등을 통해 몰입감 넘치는 연출력을 보여준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됐다’는 독창적이고 신선한 설정과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를 펼쳐낸다.

극 중 안효섭은 10년 넘게 연재된 소설의 결말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김독자를 연기했다. 김독자는 평범한 게임회사의 계약직 사원이자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유일한 독자로, 어느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된 순간을 맞닥뜨리게 되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전개를 활용해 여러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며 동료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점차 변해간다.

안효섭은 평범한 게임회사의 계약직 사원으로서의 일상적인 모습부터 소설이 현실이 돼버린 세계에서 점차 강인하게 변화해 나가는 독자의 성장까지 폭넓게 그려내며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 것은 물론, 판타지에 리얼하고 현실성을 더한 액션 연기까지 흠잡을 데 없이 소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안효섭은 개봉을 앞둔 소감부터 작품을 택한 이유, 캐릭터 구축 과정 등 ‘전지적 독자 시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독자를 연기한 안효섭.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독자를 연기한 안효섭. / 롯데엔터테인먼트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봤나. 첫 영화인 데다 대형 프로젝트의 주인공이었다. 부담감이 상당할 것 같은데 개봉을 앞둔 소감은. 

“처음 영화를 봤을 때 내내 몸에 힘을 주고 있었던 것 같. 손에 힘을 꽉 주고 있더라. 피땀 흘려 만든 작품이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서 설렘 반 기대 반이었다. 재밌게 봤다. 부담감은 당연히 있었다. 제목부터 ‘독자 시점’이기 때문에 독자의 임무가 막중하겠다고 생각했고 전체적으로 극을 끌어간다는 것에 있어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큰 스케일의 영화라든가 대작 IP라서는 아니었다.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있는 만큼의 부담감이었다.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 생각하지 않았고 임하는 마음은 똑같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내는 김독자를 잘 해내자는 마음뿐이었다.”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어땠나. 첫 영화로 ‘전지적 독자 시점’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원작 존재를 몰랐다.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굉장히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라는 걸 알았고 모르는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소재가 신선했고 어떻게 찍을지 궁금했다. 나 역시 그냥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영화에서 괴수들과 멸망한 세계를 다루는 게 어떻게 나올지 기대도 됐다. 작품을 고를 때 특별한 기준은 없다. 그냥 심장이 뛰거나 끌리는 느낌만 있으면 하는 편인데 ‘전지적 독자 시점’은 기존에 봤던 대본들보다 굉장히 신선했다. 특히 더 끌렸던 것은 독자의 평범함이었다. 그동안 해온 역할을 보면 항상 강점이 있고 특별한 지점이 있었다. 아주 잘나거나 아주 못나거나 특색이 있는데 독자는 그게 보이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한, 그 보편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도전 의식도 있었다.”

-캐스팅 공개 당시 원작 속 독자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팬들의 우려도 있었다.

“나도 처음 감독님과 미팅했을 때 물어봤다. 왜 캐스팅했냐고. 답은 심플했다. 평범해서. 연기를 한지 어느덧 10년이 됐는데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고 스스로 이거 잘한다, 저거 잘한다 재능을 계속해서 노출해야 하는 직업인데 ‘평범하다’는 말을 들으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너무 편협한 시선을 갖고 있었구나, 누군가는 나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나는 왜 스스로 독자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을까 싶더라. 객관화가 안 돼 있었던 거다. 그 순간부터 독자에 몰입하기 쉬웠다.”

-김병우 감독이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 

“독자의 시점으로 따라가는 이야기인데 이야기 자체가 땅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관객이 독자에 이입하고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지가 가장 고민이었고 대화를 많이 한 지점이다. 일반적인 것은 무엇일까, 보편성을 고민했을 때 전혀 꾸미지 않고 그냥 직장에 다니는 것은 오히려 선입견이겠더라. 내가 키가 크다고 해서 독자 같지 않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입견을 깨고 생각하고자 했다. 독자가 어떻게 살아왔고 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는지부터 지하철에서는 왜 가방을 앞으로 멨는지 세세한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안효섭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안효섭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원작을 참고하기도 했나. 

“참고하긴 했는데 내가 김독자를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만의 독자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 한 것은 나와 독자의 닮은 지점을 찾는 거였다. 그 지점을 찾고 확장하는 게 첫 목표였다. 독자와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 또한 개인주의적인 성형이 있고 나서지 않는 것도 비슷하다. 실제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학창 시절 경험도 있다. 그런 공통점을 찾아서 몰입하려고 했다.”

-원작 속 독자보다 더 선의를 품은 인물로 느껴지더라. 감독과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

“나라는 사람이 독자를 맡았을 때 어떤 독자가 탄생하느냐의 시점인 것 같은데 나 역시 (독자에게서) 영악해 보일 수도 있을 정도로 이용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영화 속 독자도 계속 갈등한다. 상상으로는 영웅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선택들이 어려운 시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눈 지점이다. 이 현실이 진짜 닥친다면 얼마나 갈등할 것인가, 얼마나 지체하고 선택할 것인가. 아무래도 2시간 짧은 러닝타임 안에 담긴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고뇌가 조금 줄어든 것 같다. 독자로서는 조금 아쉽지만 그가 하는 모든 선택 하나하나가 경험이 돼고 살로 붙어서 다음의 독자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원작 속 독자보다 나만의 상황에 놓인 독자로서 판단을 해나갔다.”

-VFX가 많은 작품이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너무나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에 배우만 잘해서도 안되고 CG만 잘해서도 안되는 지점이더라. 둘의 상호작용이 정확하게 맞아야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거라서 현장에서 모든 디테일을 설명해 주고 촬영에 들어갔다. 특별히 어려웠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상상 속에서, 앞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해야 했다는 거다. 처음에는 ‘현타’가 오기도 했다. 그런데 반성하게 되더라. 내가 이걸 믿지 않으면 어떻게 관객을 설득할 수 있겠나 싶었다. 그때부터는 정말 집중해서 몰입도 있게 했고 그러다 보니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진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임했다.”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면서 액션 능력치도 점점 올라가는데 차이를 두고 연기하는 것도 까다로운 과정이었겠다. 

“처음 액션을 찍을 때 감독님한테 제일 많이 했던 말이 ‘너무 멋있지 않아요? 너무 능숙하지 않았나요?’였다. 모두가 독자가 될 수 있다는 걸 같이 가져가야 하는데 주인공이니까 멋지게 보일 수 있는 지점들이 생길 수 있겠더라. 칼을 써본 경험도 없고 누굴 때려본 경험도 없는 독자가 코인을 획득하고 조금씩 성장하는데 자세나 분위기 같은 것들을 점진적으로 만들어가려고 했다.”

좋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안효섭. / 더프레젠트컴퍼니
좋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안효섭. / 더프레젠트컴퍼니

-2편이 나온다면 독자는 어떤 활약을 펼칠까. 

“1편에서 독자는 허둥지둥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거만한 자신감도 있고 확실하게 본인의 캐릭터가 완성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마지막에 나름의 방향성을 찾게 된다. 2편이 나온다면 그 신념, 본인의 기준을 가지고 보다 더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워낙 다 본인 위치에서 훌륭한 일들을 하고 있는 분들이니까 존재감이 컸다.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걸 정확하게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경이롭게 그냥 쳐다봤던 것 같다. 끝나고 대기실 들어오면 토닥여주는 정도? 같이 고생하니까 덜 힘든 느낌도 있었다. 데뷔 전부터 (이)민호 형의 드라마를 봐 온 팬이기 때문에 내겐 연예인이다. 독자에게도 유중혁이 그런 존재거든. 영웅이다. 그런 지점에서 민호 형을 바라봤을 때 자연스럽게 ‘케미스트리’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최근 영어 더빙 연기에 참여한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이어 ‘전지적 독자 시점’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 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소감과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욕심도 있는지 궁금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재밌을 것 같아서 임한 작품인데 이렇게 잘될지 몰랐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나 또한 노래도 잘 듣고 있고 덕분에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어로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영어로 내 마음을 표현한다는 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특히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표현도 더 과하게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쾌감도 컸다. (할리우드 진출은) 정말 끌리는 작품이면 하고 싶다. ‘한국인이 이런 업적을 남겼대~’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전혀 욕심이 없다. 그냥 내가 갈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갈 길을 가겠다는 표현에서 배우로서의 방향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나아가고자 하나. 

“명예욕이 없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에 대해 물론 너무 감사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스스로에게 떳떳할 때가 제일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하거든. 누군가에게 보이기에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갔을 때 잘 디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길을 보며 가고 있다기보다 지금 한순간 한순간을 중요하게 여기려고 한다.”

-처음 경험한 영화 현장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나. 

“너무 내 스타일이었다.(웃음) 물론 드라마도 그렇지만 특히 영화는 2시간이라는 짧은 콘텐츠를 만드는 거잖나. 퍼즐 한 조각 한 조각을 세심하게 공들여서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하루 종일 고민하고 찍고 피와 땀을 흘린다는 게 너무 좋았고 몰입하기 더 쉬웠다. 값지게 느껴졌다. 집중도 있게 하나를 만든다는 게 되게 새롭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이 작품이 더 특별한 의미로 남겠다.

“당연히 큰 제작비가 들어갔고 많은 분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는 것도 알지만 흥행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지점이더라.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는 것이었다. 최선을 다해 독자를 만들어내는 게 내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부끄럼 없이 현장에 임했다. 그래서 부담감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으로 영화에 눈을 뜬 작품이다. 실제로 처음이기도 하지만 이런 세계가 있구나, 배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값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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