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고차 경매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단순히 '차를 모아 팔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차량의 진단, 상품화, 실시간 정보 전달까지 유통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SK렌터카가 충청남도 천안에 새롭게 문을 연 '오토옥션'은 이 변화의 상징이다.
현장을 찾은 지난 15일 천안 서북구 직산읍에 위치한 이곳은 기존 중고차 경매장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지상 4층·지하 3층 규모의 연면적 8만9000㎡, 3000대 규모의 주차공간은 물론 △정비센터 △판금도장 △라이브 방송 스튜디오까지 갖춘 그야말로 '종합 유통 기지'다. 천안IC에서 불과 4㎞ 거리에 있는 만큼, 수도권과 영호남 어디서든 접근도 수월하다.

경매는 매주 화요일 오후에 정기적으로 진행되며, 회당 1000대 규모의 차량이 출품된다. 100석 규모의 현장 입찰석과 함께 온라인 경매 시스템도 운영돼 전국 어디서나 비대면으로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다.
"SK렌터카는 그동안 자체 경매장을 보유하지 않고 외부 경매장을 통해 자사가 보유한 차량을 매각해왔으나, 이번 오토옥션 개장으로 중고차 매각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대형 경매장의 7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죠. 천안은 그 지리적 균형을 깨는데 최적지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SK렌터카 관계자는 천안 오토옥션의 의미를 '지역 균형 발전'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천안은 수도권과 충청권은 물론, 영남·호남을 연결하는 물류의 중심지다. 여기에 셔틀버스까지 운영돼 교통 편의성은 배가된다.
천안 오토옥션은 SK렌터카가 지난 2월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매입한 천안 오토아레나를 리모델링해 탈바꿈한 공간이다. 5개월간의 대공사 끝에 단순 경매장을 넘어선 복합 플랫폼으로 재탄생했다.
◆신뢰를 상품화 '프루브 스테이션'이 바꾼 프로세스
천안 오토옥션의 진정한 경쟁력은 단순한 경매장이 아니라, 완성형 플랫폼이라는데 있다. 낙찰이 끝이 아니라 시작인 곳.

이곳에서는 차량의 성능점검부터 판금·도장, 클리닝, 세스코 과학연구소의 살균 탈취 노하우를 반영한 세스코 카케어(Car care) 솔루션, 심지어 차량의 모든 각도를 시각화하는 360도 VR 자동화 촬영과 전기차 배터리 잔존 성능 진단 보증까지 모든 상품화 과정이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프루브 스테이션(PROOV Station)'이 있다. 국내 경매장 중 유일하게 하부 스캔 장비를 갖춘 이 시설은 차량의 하체 상태까지 정밀하게 점검한다. 여기에 AI 기반 외관 판독 시스템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외부 손상까지 분석해 차량 상태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한다.

SK렌터카는 한국자동차공정정보협회와 자동차평가사 등 외부 전문기관의 정비·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221가지 항목을 진단한다. 이를 기반으로 차량별 최적 상품화 범위가 정해지고, 실제 판금·도장 및 정비가 경매장 내부에서 이뤄진다. 투명하고 신속한 프로세스를 통해 차량 상태 불확실성이라는 중고차시장의 고질적인 불안을 해소한다.
또 차량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스펙션 스튜디오(Inspection Studio)'도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이곳에서는 전문 진행자가 출품 차량의 내·외관 상태는 물론 주요 옵션과 이상 유무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라이브 방송이 진행된다.

현장에 직접 오지 않아도, 중고차 딜러들은 영상을 통해 차량 상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입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영상 속 차량 상태 정보는 단순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고, 진행자와 쌍방향 소통도 가능해 사용자 편의성이 극대화된다.
"오토옥션은 단순한 경매장이 아니라 신뢰도 높은 상품화 정보를 기반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신개념 유통 허브입니다. 온라인 라이브와 AI 기술을 접목해 '눈으로 보고 고르는 중고차 경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합니다. 지속적인 인프라 고도화와 서비스 혁신을 통해 중고차 유통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갈 것입니다."
◆SK렌터카 보유 차량 기반 연 10만대 출품 목표
SK렌터카 오토옥션의 가장 큰 경쟁력은 출품 차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체 물량에 있다. SK렌터카는 20만대 규모의 인가 차량을 보유한 국내 렌터카 대표기업이다. 이 차량들 중 3~6년 경과된 인기 매물들이 바로 오토옥션의 주력 출품 물량이다. 대부분 대기업 및 법인 고객이 장기 렌탈로 사용했던 차량이어서, 차량 관리 이력도 명확하다.

SK렌터카는 올해 안에 회원사 1000개 확보, 연간 출품대수 2만대, 낙찰률 70% 이상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외부 출품 비중을 점차 확대하며, 연 10만대 이상을 유통하는 대표 경매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중고차업계와의 상생도 놓치지 않았다. SK렌터카는 충남자동차매매사업조합과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조합 회원사로 조기 가입했다. 자사 차량은 물론, 지역 딜러사들의 매물까지 함께 출품해 물량과 다양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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