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아무도 손 대지 마!" 지메시가 먼저 든 우승컵...20년 만의 첫 우승, 자격 충분했다 [MD현장]

[마이데일리 = 수원월드컵경기장 노찬혁 기자] 지소연은 20년의 기다림을 참을 수 없었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차전에서 대만을 2-0으로 꺾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2005년 초대 대회 이후 무려 20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후반 23분 강채림이 얻어낸 페널티킥 기회를 지소연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어 후반 40분, 김혜리의 낮은 크로스를 장슬기가 원터치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지소연은 "대표팀에서 우승은 처음이다. 이 순간을 정말 오래 기다렸다. 대표팀 생활 20년 만에 처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꼈고, 스스로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라고 밝혔다.

전반전엔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지소연은 “전반전에 너무 답답해서 비기겠구나 싶었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앞선 경기 결과가 우리가 원하는 시나리오 그대로 끝났고, 너무 좋아했다. 그 분위기가 전반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며 “전반전 끝나고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후반은 전반보다 훨씬 나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우승 세리머니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시상식에서 트로피는 주장 이금민이 아닌 지소연과 김혜리가 가장 먼저 들어 올렸다.

지소연은 "아무도 트로피에 손 댈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 순간을 20년 동안 기다려왔다. 후반전 교체된 후 트로피는 아무도 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먼저 얘기했다. 상대 팀이 많이 없어서 축하를 많이 받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길게 우승 세레머니를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눈물이 나야 정상인데 눈물이 안 나더라. 소속팀에서 항상 많이 했던 건데 대표팀에서 우리 선수들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서 정말 감격스러웠고, 이 선수들이 앞으로 있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더 이런 모습을 자주 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지소연은 "대표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후배들뿐만 아니라 모든 베테랑 선수들도 각자 팀에 돌아가서 자기 위치에서 좀 더 최선을 다해서 자기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다. 결국 개개인이 정말 강해져야 이 대표팀이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11월에 돌아왔을 때에는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된 모습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