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고형욱 경질은 할 말 없다, 그러나 인사평가는 정확하게 합시다…키움 대대적 인적쇄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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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1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키움이 4-3으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키움 히어로즈의 추락에 홍원기 전 감독과 고형욱 전 단장이 책임지는 건 맞다. 이유와 배경이 어떻든 3년 연속 꼴찌가 유력한 팀을 끌고 가는 리더들이라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이렇게 물러나기까지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구단의 결정은 의문이 남는다.

키움 히어로즈의 지난 13일 감독, 수석코치, 단장 해임사태에 씁쓸함이 남는다. 키움은 지난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고, 올해도 최하위가 유력하다. 2023년 여름과 가을 이정후와 안우진의 부상에 리빌딩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결국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지난 만 2년의 시간 동안, 키움은 성적도 리빌딩에도 실패했다.

2025년 7월 1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키움이 4-3으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마이데일리

키움은 지난 2년간 극단적인 리빌딩을 했다. 이정후, 안우진, 김혜성의 이탈로 기둥은 사라졌다. 대신 애버리지가 없는, 준비가 덜 된 초짜들로 전쟁을 치렀다. 물론 방출시장에서 베테랑들을 모았고, 일부 베테랑들에겐 비FA 다년계약까지 안겼다. 그러나 최주환을 제외하면 베테랑 영입은 전원 실패다. 올해 외국인타자 2인 체제 역시 처절한 실패다. 지난 2~3년간의 지명권 트레이드 역시 아직은 효과를 못 봤다.

지난 1~2년간 구단에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제대로 주지를 않았는데, 홍원기 전 감독이 애당초 성적을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나아가 이런 판을 고형욱 전 단장이 주도해서 만들었다는 시선도 당연히 없다. 즉, 최근 성적만을 이유로 볼 때 홍원기 전 감독과 고형욱 전 단장의 경질은 다소 가혹하다.

단, 구단은 내부적으로 최근 수년간 신인드래프트 실패가 지금의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지명권 트레이드야 최근 1~2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실시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 이정후와 김혜성 이후 굵직한 젊은 간판이 안 나온 건 스카우트 실패라는 결론이다.

이 때문에 구단은 올 시즌 초반부터 고형욱 전 단장의 아마야구 현장 방문을 금지했다. 스카우트 팀장의 발도 묶고 육성팀장에게 해당 업무를 겸직시켜왔다. 다시 말해 이미 고형욱 전 단장은 올 시즌 단장 업무에서 사실상 발이 묶였다. 발로 뛰는 스카우트 출신 단장이자 신인, 외국인 선발이 주특기인 인사인데 이미 구단에서 페널티를 줘왔고, 이번에 경질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드래프트는 지지부진했고, 인재발굴이 안 됐으니 이 이유를 들면 고 전 단장의 경질은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이 역시 업계에선 무성한 뒷말이 나온다. 한국야구의 아마추어 풀 자체가 위축됐는데, 이젠 키움식 리빌딩과 선수팔이 시스템 자체에 한계가 왔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지적이라면 고 전 단장의 경질은 또 다른 입김을 의심하게 한다.

기업도 구단도 인사가 만사다. 키움의 이번 조치를 무를 순 없다. 구단이 3년 연속 표류하는데 책임을 안 지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려는 자세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나아가 키움은 인적쇄신이 대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프런트 주요인사는 최대주주의 영항력이 여전하다. 이번 조치로 더 커지는 분위기다. 최대주주로서 권한 행사라면 할 말은 없지만, 과거 KBO로부터 제명돼 구단 경영에는 개입하지 못한다.

올 시즌이 끝나면 코칭스태프, 선수단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흔히 오해하는 게 이 구단이 비싼 FA 살 돈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물론 아주 엄청난, 풍족한 재정상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80~100억원짜리 FA 한 명 살 돈이 없는 건 절대 아니다.

육성도 중요하지만, 좋은 FA 영입도 과감하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 육성이 다 성공하면 구단들이 왜 외부 FA를 사겠는가. 한화 이글스가 수년전 극단적 리빌딩에 실패한 뒤 육성과 굵직한 외부FA 영입을 병행하며 힘을 키워온 끝에 올해 드디어 꽃을 피우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나아가 감독, 코치 영입에도 힘을 줘야 한다. 스카우트 실패도 맞지만, 뽑아온 선수들을 잘 관리하고 육성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키움은 유독 구단 출신 코치를 선호한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무사안일주의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능력이 있으면 과감하게 투자해 타 구단 출신들도 영입해야 한다.

2025년 7월 1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키움 홍원기 감독이 8회초 2사 1.2루서 키움 원성준의 타구가 비디오 판독 끝에 병살타로 판정되자 주심에게 상황을 물어보고 있다./마이데일리

당장 올 시즌 후 신임감독도 경험 많은 베테랑 영입도 과감하게 추천한다. 재야에 한국시리즈 우승 출신 사령탑들이 있다. 왜 매번 경험 없는 사령탑들로 모험만 하나. 코치고 선수고 다른 구단들이 돈 더 부른다고 데려오기 어렵다? 그러면 평생 하위권만 전전해야 한다. 프로는 경쟁이고 투자다. 저비용 고효율에만 매몰돼선 롱런하기 어렵다. 현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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