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객 앞에 서면 말이 막힌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실전에서는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는 이 문제의 본질이 이해 부족이 아니라 익힘 부족에 있다고 말한다.

20년 넘게 세일즈 교육 현장을 지켜온 지 대표는, 영업 성과 차이를 만드는 건 정보나 전략보다 입이 풀린 사람과 막힌 사람의 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문을 트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세일즈 리허설'을 제안한다. 최근에는 '세일즈 리허설의 모든 것'을 출간하며, 현장 실무자들이 실제로 바뀔 수 있는 훈련법을 집대성했다.
지 대표는 그동안 수많은 수강생과 마주하며 한 가지 공통된 반응을 알아차렸다. 강의실에서는 이해했지만, 막상 실전에 서면 말이 엉킨다는 것. 이는 단순히 긴장으로 인한 실수가 아닌, 말의 구조와 흐름이 몸에 익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영업은 지식이 아니라 감각입니다. 말은 머리가 아니라 입과 몸으로 훈련돼야 해요"
세일즈 리허설은 바로 그 감각을 되찾는 훈련이다. 단순히 스크립트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앞에 섰을 때의 자신을 점검하고, 반복을 통해 말의 리듬을 익히는 과정이다. 질문 하나, 설명 한 줄을 반복하며 말의 구성과 흐름을 체화시키는 것이다.
◆고객의 거절보다 두려운 건 '내 감정'
지 대표가 말하는 세일즈의 진짜 장애물은 고객이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다. 그는 현장에서 가장 흔히 마주하는 고객의 말로 '생각해 볼게요'를 꼽는다. 얼핏 긍정처럼 들리지만 사실상 거절의 표현이다.
"거절인지 유보인지 모호한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황해요. 그래서 저는 이런 말을 공중에 뜬 말이라고 부릅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화려한 화법보다, 대화를 다시 지면에 내려놓는 질문이다. 예컨대 "어떤 부분이 가장 고민인가요?"와 같은 질문이 대화의 무게중심을 회복시킨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 감정의 반응을 제어하는 태도다. 고객의 불편함보다, 그 불편함 앞에서 위축되는 자신의 불안이 더 큰 벽이라는 것이다. 리허설은 단지 말하기 훈련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시간이기도 하다.
세일즈 리허설이 스크립트 중심이라는 이유로 기계적인 영업이 되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지 대표는 배우를 예로 든다.
같은 대사도 발연기를 하는 사람이 있고, 감동을 주는 배우가 있다는 것. 그 차이는 결국 '대본을 얼마나 완벽히 숙지했느냐'에 있다고 주장한다.
"스크립트가 입에 붙어야 애드리브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어요. 연습이 자유를 만드는 거죠"
지 대표는 스크립트를 단순한 말의 나열이 아닌, 내면의 태도와 신념을 꺼내는 장치로 본다. 따라서 리허설은 정답을 외우는 일이 아니라 나만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반복 훈련을 통해 자연스러움과 진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실수를 허용하는 조직, 반복을 응원하는 문화

개인의 말하기 훈련은 결국 조직 분위기, 시스템과 맞닿아 있다.
지 대표는 리허설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해봐'가 아니라 '같이 해보자'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수를 허용하는 심리적 안정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반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무대 울렁증이 심했던 한 영업사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처음엔 리허설 자체를 기피하던 그 직원에게 지 대표는 혼자라도 매일 5분씩 연습하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일주일 후, 그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자신도 알지 못했던 순발력과 애드리브가 살아났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다.
지 대표는 이처럼 리허설이 자신감 회복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력을 키우는 과정이자, 자신을 직면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다.
현재 지대표는 실전형 리허설 플랫폼 'CXon'을 운영하며 훈련 방식을 디지털로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은 실제 영업 상황을 반영한 드라마형 콘텐츠, 롤플레잉 시뮬레이터 그리고 인공지능(AI) 기반 피드백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학습자는 콘텐츠를 따라 하며 자신의 화법을 점검하고, AI의 피드백을 통해 개선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지 대표는 "실전이 두려운 사람일수록 리허설이 필요하다"라며 "CXon은 그 두려움을 연습으로 바꾸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지윤정 대표가 생각하는 세일즈는 상품을 파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객관화하는 훈련이고, 고객을 존중하는 태도며, 말이라는 도구를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말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결국 사람도 바뀝니다"
그는 세일즈를 '말의 근력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근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그 힘은 꾸준한 반복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반복의 출발점에 그는 리허설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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