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기술수출 12조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플랫폼 기술이 성장을 이끌었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 기업 기술수출 규모가 공개된 계약을 기준으로 87억6000만달러(12조원)였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 8조4000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플랫폼 기술 대표 성공 사례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꼽힌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4월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약 4조1000억원 규모로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술이전했다. 약물의 뇌 투과율을 높이면서도 부작용은 최소화해, 치매·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신약 개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테오젠은 3월 아스트라제네카 자회사 메드이뮨에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전환하는 플랫폼 ‘ALT-B4’를 약 2조원에 기술이전했다. 이외에도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엔허투’의 SC 제형 전환 계약을 체결했으며, 화이자·애브비 등과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비온은 항체 플랫폼 ‘ABN501’로 제작한 항체 5종을 약 1조8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계약 상대방은 비공개다. 알지노믹스는 일라이릴리와 리보핵산(RNA) 치료제 플랫폼 ‘트랜스-스플라이싱 리보자임’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올릭스는 2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약 9000억원 규모의 독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대상은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및 심혈관·대사질환을 겨냥한 신약 후보물질 ‘OLX702A’다.
올해 상반기 기술수출은 규모와 수준 모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계약당 평균 금액은 약 1조3400억원이다. 최근 2년간 평균치(2023년 약 5300억원, 2024년 약 5600억원)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의 절반 가까이는 글로벌 톱20 제약사와의 계약"이라며 "국내기업 기술력과 신뢰도가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반기에도 대형 기술이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DD01’의 미국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확보한 뒤,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압타바이오는 ‘바이오USA 2025’ 행사에서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과 25건의 기술 미팅을 진행했다. 면역항암제 후보 ‘APX-343A’는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ODD) 지정도 받았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콘쥬올(ConjuALL)’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전을 연내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술이전 대상이 중소 바이오텍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자금력과 임상 역량을 갖춘 빅파마와의 계약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기술력에 대한 검증뿐 아니라 장기 수익 구조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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