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계산이 선다"
롯데 자이언츠 홍민기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0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63구,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홍민기는 그동안 부상 등으로 인해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지난해부터 조금씩 1군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완전히 꽃이 만개하는 모양새다. 홍민기는 8일 경기 전까지 올 시즌 9경기에 등판해 1홀드 평균자책점 1.20라는 매우 훌륭한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특히 김태형 감독은 지난 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홍민기가 타이트한 상황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모습을 본 뒤 "(홍)민기가 중간에 그렇게 던져줬기 때문에 이제 또 계산이 나온다. 민기가 또 이렇게 역할을 해주면 마운드를 운용하기에 훨씬 더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홍민기는 6일 KIA전에도 롯데가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필승조'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최근 좋은 흐름에 김태형 감독도 결단을 바꿨다. 바로 8일 등판이었다. 사령탑은 전완부 불편함으로 1군에서 말소된 알렉 감보아의 자리에 대체 선발에 홍민기, 김진욱을 놓고 고심했었다. 당초 사령탑은 확답을 하진 않았지만, 김진욱의 등판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실었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이 좋은 홍민기에게 다시 한번 선발의 중책까지 맡겨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완벽 적중했다.
이날 홍민기는 1회 이유찬에게 152km 직구를 위닝샷으로 던져 삼진을 뽑아내더니, 후속타자 정수빈에게는 138km 슬라이더로 연속 삼진을 마크하는 등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첫 실점은 2회였다. 홍민기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재환에게 안타를 맞은 뒤 박준순에게 땅볼을 유도했으나, 아쉽게도 선행 주자만 지워내게 됐고, 오명진에게 우중간 방면에 1타점 3루타를 맞아 선취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투구는 완벽했다. 이어지는 2사 3루에서 강승호를 3루수 땅볼로 묶어내며 이닝을 매듭지은 홍민기는 3회 추재현-이유찬-정수빈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그리고 4회 선두타자 제이크 케이브에게 안타를 맞는 등 1사 2루에 몰렸으나, 김재환-박준순을 134km-133km 슬라이더로 연속 삼진 처리하며 순항했다.
탄탄한 투구 속에 김태형 감독은 홍민기를 5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그 결과 오명진 133km 슬라이더, 강승호 150km 직구, 추재현에게는 140km 슬라이더를 '위닝샷'으로 구사해 'KKK'를 마크했다.
이에 무기력하던 롯데 타선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5회말 공격에서 한태양이 1타점 2루타로 균형을 맞추며 홍민기를 패전 위기에서 구해냈고, 박찬형이 1타점 3루타를 폭발시키며 승리 요건을 안겼다. 그리고 빅터 레이예스가 투런홈런을 쏘아올리며 '파이어볼러'의 승리에 더욱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날 홍민기는 승리와 연이 닿지 못했다.
홍민기는 지난 4일 광주 KIA전에서도 불펜 투수로 등판해 승리 요건을 갖췄으나, 바통을 이어받은 최준용이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면서 승리가 불발됐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정현수(⅔이닝 1실점)-김강현(⅔이닝 1실점)이 6~7회 한 점씩을 내주면서 간극이 좁혀지기 시작했고, 8회초 수비에서 김진욱이 동점 투런홈런을 맞으면서 홍민기의 승리도 날아갔다.


이날 롯데는 불펜 운용이 쉽지 않았었다. '마무리' 김원중이 어깨 불편함으로 인해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던 까닭에 기존에 있는 선수들로만 리드를 지켜냈어야 했다. 때문에 정철원이 7회초 실점을 추가 실점없이 매듭지었지만, 9회를 생각했을 때 8회에 최준용을 올릴 순 없었고, 그 결과 홍민기의 승리 요건을 지켜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게 롯데의 위안거리다. 불펜으로서도 김태형 감독은 "계산이 선다"고 밝혔는데, 선발로서도 한화 이글스전(4이닝 1실점)에 이어 다시 한번 가능성을 드러냈기 때문. 홍민기의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경기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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