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 기준 미달 지자체 7곳…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가혹한 현장

시사위크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권고기준을 미충족한 지자체가 17곳 중 7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생성형 AI로 구현한  이미지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권고기준을 미충족한 지자체가 17곳 중 7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생성형 AI로 구현한  이미지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권고기준을 미충족한 지자체가 17곳 중 7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지난 2020년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공공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기존 민간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행해 온 현장조사, 응급조치 등을 주요 업무로 한다.

그간 보호자가 조사를 거부하는 등의 상황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민관기관이다 보니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하지만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공권력을 가지고 있어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과 함께 출동해 현장에서 즉시 아동학대 행위를 제지하고,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분리해 시설이나 위탁 가정에 보내는 등의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지닌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의심사례 50건당 아동학대전담공무원 1명을 배치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8일 시사위크가 보건복지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인천 △대전 △경기 △충북 △경남 △제주 등 7곳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자는 지난해 아동학대 의심사례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 시 요청했으나, 오는 8월 ‘2024 아동학대 주요통계’ 발간 이후 확인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신  2023년 지자체별 아동학대의심사례 건수에 대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었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수가 크게 변화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2024년 6월 시‧군‧구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배치 현황을 종합한 지자체 전담공무원 배치 수를 대입, 아동학대전담공무원 1인당 몇 건의 아동학대 사례를 담당하는지 대략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도가 2023년 아동학대 의심사례가 1만2,990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아동학대전담공무원 1인당 소화하는 사건의 수도 약 70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경기도가 2023년 아동학대 의심사례가 1만2,990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아동학대전담공무원 1인당 소화하는 사건의 수도 약 70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그 결과, 경기도가 아동학대전담공무원 1인당 70.59건으로 가장 많은 사건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대전(1인당 61.65건) △제주(1인당 60.28건) △서울(1인당 57.1건) △인천(1인당 51.93건) △충북(1인당 50.15건) △경남(1인당 50.05건) 순으로 확인됐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지난해 6월과 12월 인원을 비교해보면, 대체적으로 지자체에서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인원을 증원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이 파악됐다. 다만, △강원 △전북 △전남 △경북 등 4곳의 지자체에서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인원이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총 885명으로, 이 가운데 일반직 공무원이 767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일반임기제가 93명으로 많았으며, △기타 21명 △전문경력관 4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국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현황과 관련해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조소연 겸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무조건 조사를 가야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접수된 신고 중 난이도 높은 조사가 얼마나 되느냐를 파악해야 적절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수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한편 “지자체의 편차가 상당히 크다. 어떤 지자체에서는 굉장히 많은 인력이 투입돼 아동학대 업무를 하는 반면, 어떤 곳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굴러가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은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복지부에서 몇 명 이상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두라고 하지만, 사실 그건 지자체가 아동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른 판단이 더 중요하다. 그걸 안 한다고 문제가 안 되지 않나. 아동정책기본계획을 매년 5년마다 실시하고, 지자체는 매년 시행 계획을 세우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 평가 지표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늘렸는지 등에 대한 기준을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조소연 교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인원만큼이나 업무 강도에 맞는 적절한 보상과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공무원 사이에서도 고되고 힘들어 기피하는 업무 중 하나다. 학대가 보통 밤에 많이 일어나 이들은 교대근무도 하고 야간 당직도 하지만 공무원에 준한 월급을 받는다”며 “본인이 선택해 열정을 갖고 일을 시작한 사람도 업무량에 대한 스트레스와 자신의 판단이 가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업무에 대한 특수성을 존중받고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을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전문성을 키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미국의 경우 국가에서 전문가로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전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대학원과 MOU를 맺고 교육비를 국가에서 지원한다. 본인의 성장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노하우가 생길 때쯤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담당자가 업무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한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배치 기준 미달 지자체 7곳…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가혹한 현장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