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제약, 최윤환 회장에게 넘긴 자사주 ‘뒷말’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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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제약은 지난 2일 창업주 최윤환 회장에게 자사주 2.45%를 처분했다고 3일 공시했다. / 진양제약
진양제약은 지난 2일 창업주 최윤환 회장에게 자사주 2.45%를 처분했다고 3일 공시했다. / 진양제약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알짜’로 평가되는 중견 제약사 진양제약이 자사주 처분을 단행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보유 중인 자사주 중 2.46%를 창업주인 최윤환 회장에게 넘긴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사주가 화두로 떠오른 시기에 여러모로 물음표가 붙는 자사주 처분이란 지적과 함께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 ‘이재명 공약’ 본격화 의식했나… 자사주 처분에 붙는 물음표

진양제약은 지난 3일, ‘주요사항 보고서(자기주식 처분 결정)’과 ‘자기주식 처분 결과 보고서’를 잇달아 공시하며 자사주 처분 사실을 알렸다.

이에 따르면, 진양제약은 지난 2일 기존에 보유 중이던 자사주 122만4,391주(9.39%) 중 32만주(2.45%)를 창업주인 최윤환 회장에게 장외매도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6,400원, 총 거래규모는 20억원이다.

진양제약의 이러한 자사주 처분은 시기적으로 눈길을 끈다. 자본시장 개혁을 통한 주식시장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직후 상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한 시점이란 점에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자사주 소각 의무’ 제도화를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약 중 하나로 내건 바 있다.

진양제약의 이번 자사주 처분은 시기와 목적 등의 측면에서 물음표가 붙는다. 사진은 진양제약 창업주인 최윤환 회장. / 뉴시스
진양제약의 이번 자사주 처분은 시기와 목적 등의 측면에서 물음표가 붙는다. 사진은 진양제약 창업주인 최윤환 회장. / 뉴시스

자사주는 주주가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기본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주가 호재로 여겨지며, 책임경영과 주가 안정화 조치 차원으로 평가되곤 한다. 다만,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선 자사주 소각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의 가치는 그대로인 가운데 총 발행주식수가 줄어들며 주당 가치가 실제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자사주를 보유만 하고 소각하지 않거나 이를 경영권 방어 및 승계 목적으로 활용해 불만을 사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사주를 직접 겨냥한 공약을 내건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국거래소를 찾는 등 주식시장 활성화 공약 이행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회에서도 상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시점에 이뤄진 진양제약의 자사주 처분은 제도 변화를 모면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상당수 기업들이 서둘러 자사주를 처분하는 등의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특히 진양제약은 이번 자사주 처분의 목적이 ‘기업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양제약은 실적 및 재무적인 측면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오며 ‘알짜’라는 평가를 받아온 제약사다. 먼저 실적 부문을 살펴보면, 꾸준한 성장세 속에 2016년 361억원이었던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해 1,133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5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1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재무적인 측면에서는 지난해 753억원 규모의 장기차입금이 발생하며 300억원대였던 부채가 1,000억원대로 불어났지만, 부채비율은 안정권으로 평가되는 90% 아래다. 또한 지난해 말 기준 886억원의 이익잉여금을 기록 중이다. 기업운영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억원 규모의 자사주 처분이 필요한지 물음표가 붙는다.

더욱이 진양제약은 지난달 20일 지난해 사업보고서 정정공시를 통해 ‘주식의 총수’ 항목에 ‘자기주식 보유현황 첨부를 추가했다. 여기엔 그간의 자사주 취득 과정과 현황, 그리고 자사주 관련 계획 등이 담겼다. 그중에서도 자사주 처분 및 소각 계획에 대해 “보고서 작성 기준일 현재 자사주 처분· 계획은 없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주도 채 되지 않아 창업주에 대한 자사주 처분이 단행됐다.

진양제약 최대주주는 최윤환 회장의 아들인 최재준 사장이다. 다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30%를 밑돌았다. 때문에 10% 안팎에 이르는 자사주 보유는 경영권 방어 효과를 가져다줬다. 그런데 자사주 소각 필요성이 대두되자 이 중 일부를 오너일가에게 넘긴 것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기조를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를 외면한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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