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병원, 디지털 치료제, AI 솔루션 등 각 사의 기술을 결집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본격 나서는 모양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기존 의약품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자사 역량과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부터 국내 스마트병원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를 중심으로 스마트병원 솔루션 완성을 구상 중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씨어스테크놀로지와 씽크 국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씽크는 웨어러블 기기로 환자 심박수, 산소포화도, 호흡수, 체온 등 4가지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의료진이 중앙 모니터에서 24시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반 스마트병원 솔루션 도입을 위해 씨어스테크놀로지, 퍼즐에이아이와 3자 협약을 맺었다. 음성인식 기반 의무기록 자동화 솔루션을 씽크에 연동해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씽크에 반지형 혈압계를 연동해 환자 생체 신호 통합 관리 기능도 강화한다. 지난해 대웅제약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이랩스와 반지형 연속혈압측정기 ‘카트원BP’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9월 ‘카트 온’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카트 온은 손가락에 착용하는 반지형 혈압계 의료기기로, 커프나 별도 장비 없이도 활동 중 혈압을 끊김 없이 측정할 수 있다. 기존 씽크 시스템이 모니터링하던 맥박, 호흡, 체온, 산소포화도에 혈압 측정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통합 모니터링 역량이 확대됐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대웅제약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핵심 영역"이라며, "글로벌 시장까지 확장 가능한 경쟁력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도 글로벌 네트워크와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메쥬와 해외 판권 계약을 맺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후 브라질에 원격 환자 모니터링 플랫폼 ‘하이카디 플러스’를 출시했다.
하이카디 플러스는 웨어러블 패치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심전도, 심박수, 체표면 온도, 호흡 등 주요 생체 신호를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다.
국내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의료 AI(인공지능)) 전문기업 메디웨일과 협약을 체결해, 망막 기반 심혈관질환 예측 AI 소프트웨어 ‘닥터눈 CVD’와 안질환 진단보조 AI 소프트웨어 ‘닥터눈 펀더스’를 병의원에 공급하기로 했다. 닥터눈 펀더스는 망막 이미지를 분석해 녹내장, 망막 이상 등 안질환을 자동으로 검출하는 AI 솔루션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의료 AI 기업 에이아이트릭스와도 협약을 맺었다. 에이아이트릭스는 입원 환자의 활력 징후와 혈액 검사 데이터를 분석해 패혈증, 심정지 등 중증 질환을 사전에 예측하는 AI 솔루션 ‘AI트릭스-VC’를 개발했다. 동아에스티는 이 AI 솔루션을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며 글로벌 사업 기회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측은 "브라질 시장에서 하이카디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며 "동아에스티의 글로벌 유통망과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도 최근 개인용 혈당측정기 신제품 ‘유한당체크’를 선보이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국내 의료기기 전문 제조업체 오상헬스케어가 개발하고, 유한양행이 판매를 맡았다.
앞서 2022년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이노와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심전도 모니터링 의료기기 ‘메모 패치’를 유통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으로 발을 넓히게 됐다”며 “유한당체크는 보다 쉽고 정확하게 혈당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파트너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독은 2021년 헬스케어 기업 웰트에 지분투자를 하고 알코올 중독과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 결과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통합심사평가 1호 혁신의료기기로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웰트아이(WELT-I)’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웰트아이는 환자 수면 패턴을 기반으로 맞춤형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수면제한요법, 수면위생교육, 자극조절치료, 인지재구성, 이완요법 등 프로그램을 8주간 정밀하게 제공해 불면증 증상을 개선한다. 지난해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음 처방됐으며, 국내에는 ‘슬립큐’라는 이름으로 공급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유로파마와 미국 내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AI 기반 뇌전증 관리 솔루션을 상용화해 원격 뇌전증 치료 시장 진입을 추진 중이다.
이 솔루션은 뇌전증 발작 여부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의료진에게 데이터 기반의 최적 치료 계획 수립을 지원한다.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을 강화해 개인 맞춤형 진단과 처치가 가능하며, 향후 신경계와 만성 질환 관리 분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혁신과 기술 고도화 투 트랙 AI 전략을 통해 신약 개발 과정 효율성을 높이고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발굴하는 한편, 기존 출시된 자사 의약품과 최신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결합해 의료 효율화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3년 2408억5000만 달러(약 326조7000억원)로 평가됐으며, 2033년까지 연평균 21.11% 성장해 약 1조6351억1000만달러(약 2219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는 데다, 환자 데이터를 확보해 개인 맞춤형 치료와 연구개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유용하다"며 "다수 기업이 전략적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자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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