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쌓아둔 조광피혁… 향후 행보 주목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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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한편, 자사주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한편, 자사주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식시장 활성화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특히 자사주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자사주 보유 비중이 상당할 뿐 아니라 앞서 자사주를 둘러싼 논란 및 갈등이 거듭된 바 있는 조광피혁에도 이목이 쏠린다. 자사주 관련 조치를 피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 47% 달하는 자사주… 어떤 결단 내릴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지 약 2주 뒤인 지난 20일엔 코스피 지수가 2022년 1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했고, 이후에도 3,000선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허니문 효과’를 넘어,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내세우고 있는데 따른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자본시장 개혁을 강조해왔으며 취임 이후 사실상 첫 외부 일정으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강력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 속에 ‘자사주’ 또한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주주가치와 직결될 수 있는 자사주는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갈등과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많았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자사주 소각 의무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에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이나 경영권·승계 등의 사안과 자사주가 얽혀있는 기업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자본시장 개혁을 통한 주식시장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국거래소를 찾아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 뉴시스
자본시장 개혁을 통한 주식시장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국거래소를 찾아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 뉴시스

기업의 자사주 보유는 통상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주주가치 제고가 실제로 실현되기 위해선 자사주 소각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가치는 그대로인 가운데 발행주식수가 줄어들며 주당 가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면, 상당한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만 할 경우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는 이뤄지지 않은 채 오히려 유통주식수 감소에 따른 거래 부족으로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또한 자사주 보유가 경영권 방어 및 승계 등에 활용되며 주주가치 제고와 대치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9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코스피상장사 조광피혁은 현재 300만주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지분 기준으로는 47%에 달한다. 오너일가가 보유 중인 지분은 30.65%다. 오너일가 지분과 자사주를 더하면 77%를 넘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자사주 소각 의무 제도화’가 겨냥하고 있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조광피혁은 오랜 세월 자사주 소각 요구를 마주하며 갈등 및 논란에 휩싸여온 바 있다. 

‘주식농부’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자신의 투자원칙에 따라 2000년대 중반부터 조광피혁 지분을 매입해 한때 단일 1대주주에 오르기도 했으며, 현재도 12.67%의 지분으로 2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영옥 대표는 그동안 주주가치 및 경영투명성 제고를 줄기차게 요구하며 주주제안 등 각종 주주행동은 물론, 법적분쟁까지 벌여왔다. 올해 2월에도 주주서한을 통해 자사주 전량 소각 및 배당금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조광피혁은 박영옥 대표의 요구를 줄곧 외면해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은 이 같은 조광피혁과 박영옥 대표의 오랜 갈등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자사주 소각 의무 제도화’가 실현될 경우 양측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며 신속한 추진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조광피혁은 어떤 식으로든 자사주 관련 조치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조광피혁 앞에 놓인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에 발맞춰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다. 이 경우 조광피혁은 오랜 세월 지녀왔던 주주가치 제고 문제를 해소할 수 있지만, 오너일가 뿐 아니라 박영옥 대표의 지분도 크게 증가하는 효과도 가져오게 된다. 현재 기준으로 자사주 전량 소각이 이뤄질 경우 박영옥 대표의 지분은 12.67%에서 23.71%로 증가할 전망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이 있다. 자사주를 오너일가나 우호세력에 넘기는 것이다. 다만, 이는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주주가치 제고를 철저히 외면하고, 오히려 훼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마지막 방법으로 자진 상장폐지 추진이 있지만, 이 방법은 박영옥 대표가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진 상장폐지 추진을 위해선 박영옥 대표가 보유 중인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추진 속에 조광피혁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모두 큰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이재명 정부, 그리고 조광피혁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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