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낙하산’ 최철규 강원랜드 부사장의 ‘기묘한 2년’

시사위크
최철규 강원랜드 부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임기 내내 사실상 사장으로 활동하는 이례적인 사례를 남길 전망이다. / 강원랜드
최철규 강원랜드 부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임기 내내 사실상 사장으로 활동하는 이례적인 사례를 남길 전망이다. / 강원랜드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 속에 취임했던 최철규 강원랜드 부사장이 임기 2년을 기묘하게 채우고 있다. 어느덧 임기만료가 반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임기 대부분을 ‘사실상 사장’으로 채우게 될 전망이다.

2023년 12월 5일 취임한 최철규 부사장은 보통의 부사장에 비해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의 취임과 동시에 이삼걸 전 사장이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두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최철규 부사장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자문위원를 거쳐 첫 대통령비서실 국민통합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강원도 출신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경력이나 전문성 측면에서 ‘낙하산’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그의 취임과 함께 물러난 이삼걸 전 사장 역시 정치권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이다. 다만,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정권의 낙하산 인사라는 점이 달랐다. 즉, 윤석열 정부의 ‘낙하산 부사장’이 취임하자 거듭된 논란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오던 문재인 정부 ‘낙하산 사장’이 돌연 물러난 모양새였다.

이에 최철규 부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사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이후 강원랜드와 최철규 부사장는 이례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통상 사장 직무대행은 신임 사장이 취임할 때까지 임시로 필요한 최소한의 역할만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와 달리 최철규 부사장은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2조5,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복합리조트로 도약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K-HIT 프로젝트 1.0’을 발표하는 등 굵직굵직한 결정과 발표에 직접 나섰다. 직무대행이 아닌 실제 사장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는 사이 강원랜드의 신임 사장 선임 움직임은 더디기만 했다. 이삼걸 전 사장이 물러나고 9개월이 흐른 지난해 8월에야 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가 꾸려졌으나 이후 임추위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그렇게 강원랜드의 수장 공백 및 사장 직무대행 체제는 1년을 넘기기에 이르렀다.

잠잠하기만 하던 임추위가 돌연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한 건 지난 3월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한창인 가운데, 신임 사장 공모를 내고 절차에 착수했다. 후보 접수를 마치고 일주일 뒤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그럼에도 강원랜드는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밟아나갔고, ‘낙하산 알박기’ 시도라는 비판과 논란이 불거지며 안팎으로 뒤숭숭했다.

결과적으로 강원랜드는 ‘낙하산 알박기’ 인사를 모면했다. 하지만 그 사이 수장 공백이 19개월로 늘어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최철규 부사장은 ‘사장 직무대행’으로 출발해 어느덧 임기의 75% 이상을 채운 상태다. 그의 임기는 오는 12월 초 만료된다. 더욱이 강원랜드는 당장 신임 사장 선임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소한 새 정부 내각구성이 완료된 이후 선임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만약 공모 절차를 다시 밟게 될 경우 더 많은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따라서 최철규 부사장은 더 많은 임기를 사장 직무대행으로 채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사장이 자신의 임기 대부분을 사장 직무대행으로 채우는 건 강원랜드 역사에서는 물론, 공기업·공공기관 전체에서도 아주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를 거쳐 이재명 정부에 이르는 동안 이어진 낙하산 인사와 사상 초유의 국정 혼란이 최철규 부사장의 ‘기묘한 2년’을 낳게 된 모습이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윤석열 낙하산’ 최철규 강원랜드 부사장의 ‘기묘한 2년’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