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스티븐 콴, 루이스 아라에즈 '이하'의 취급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디 애슬레틱은' 29일(이하 한국시각) "이정후의 슬럼프는 그가 어떤 유형의 타자인지를 보여주는 징후일 뿐"이라며 이정후가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는 이유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2024시즌에 앞선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42억원)의 계약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유니폼을 입은 이정후는 어깨 수술대에 오르며 데뷔 첫 시즌을 단 37경기 만에 종료했다. 하지만 올해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온 이정후의 방망이는 그야말로 활활 타올랐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30구단 선수 중에서 가장 먼저 10개의 2루타를 터뜨리는 등 3~4월 타율 0.319 OPS 0.901를 기록하며, 각종 타격 지표에서 빅리그 최상위권을 질주했다.
하지만 좋은 흐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5월 일정이 시작된 후 이정후의 타격감은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정후는 5월 한 달 동안 타율 0.231 OPS 0.613를 기록하는데 머물렀고, 시즌 타율도 5월 초 이후로는 3할이 붕괴됐다. 문제는 슬럼프가 길어도 너무 길어졌다는 것이다. 이정후는 6월 이후에도 이 흐름을 끊어내지 못했고, 지난 28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이 끝난 후에는 0.250의 타율도 붕괴됐다.
결국 이정후는 극심한 부진 속에서 '붙박이 3번'에서 최근에는 여러 타순을 전전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디 애슬레틱'은 이렇게까지 이정후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짚었다. 매체는 "최근 한 달 동안 이정후가 '멘도사 라인(2할 언저리에 있는 타자) 이하'로 느껴졌다면, 실제로 그런 성적을 냈기 때문"이라며 "이정후는 수비와 주루에서 기여하고 있지만, 그의 슬럼프는 샌프란시스코가 득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정후가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이 바닥을 찍었다는 점에 있다. 이정후의 3~4월 BABIP은 0.351이었는데, 5월엔 0.232, 6월엔(28일 기준) 0.190에 불과하다. '디 애슬레틱'은 "이정후는 두 달 연속으로 기대만큼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정후처럼 빠른 선수라면 평균 BABIP(0.291)보다 더 높아야 한다. 빠른 선수는 일반적으로 BABIP이 높다. 하지만 이정후는 마치 몰리나 형제가 다른 몰리나를 등에 업고 달리는 수준일 때나 나오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 애슬레틱'은 "좋은 소식은 이정후가 이런 성적을 오래 유지할 타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나쁜 소식은 이정후가 이런 슬럼프를 자주 겪을 수밖에 없는 유형의 타자"라며 "이정후가 4월처럼 잘하는 선수냐, 6월처럼 부진한 선수냐고 묻는다면 질문의 답은 둘 다다. 컨택 능력이 뛰어나지만 장타력이 부족한 타자는 BABIP의 덫에 항상 시달린다. 공을 인플레이 시켜 안타를 만들어야 살고, 그것이 안 되면 죽는 타입"이라고 봤다.
"이정후는 리그 2루타 선두에 오르는 등 예상 외의 장타력을 보여줬다. 이정후처럼 정교한 타격 기술을 가진 선수가 25홈런 정도의 파워까지 가진다면, MVP 투표권이 따라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꿈을 잠시 접는 게 현실적일 것이다. 그는 이제 어느 정도 ‘정체가 드러난’ 선수다. 예측 가능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높은 컨택과 낮은 장타력의 전형적인 타자. 그런 유형으로 자리잡은 듯하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매체는 이정후가 곧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타격왕' 출신의 루이스 아라에즈 또한 편차가 심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근거다. '디 애슬레틱은 "아라에즈도 월별 편차가 심하다. 이들은 한 달은 리그 최고의 타자처럼, 또 다른 한 달은 리그 최악의 타자처럼 보일 수 있다. 일부 타자들은 한 시즌 내내 한 방향으로만 가면서 ‘이게 실력이야?’ 싶게 만들지만, 이듬해에는 다시 본래의 기복 있는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상황이 이정후의 모습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후는 커리어 내내 패스트볼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고, 그 결과 한복판의 공을 처리하는 데도 평균 이하의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좋지 않은 신호다. 요즘 패스트볼은 점점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정후가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스윙을 한다면,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타격폼이 흐트러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지난 두 달 동안 실제로 그가 보여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매체는 "이정후의 안타는 곧 다시 터질 것"이라면서도 "이정후가 패스트볼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스티븐 콴, 루이스 아라에즈 '이하'의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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