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피해 끼치는 '버스막기' 계속...팬들이 지켜야 할 '존중'은 어디로 [MD현장]

마이데일리
29일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끝난 후 서울 선수단 버스를 막은 서울 팬들/최병진 기자

[마이데일리 = 서울월드컵경기장 최병진 기자] ‘버막(버스막기)’이 또 등장했다.

서울은 29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포항 스틸러스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에서 4-1로 승리했다.

경기 전부터 긴장감이 가득했다. 서울의 상징인 기성용이 최근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 팬들은 분노했다. 서울은 지난 25일 기성용과의 이별 소식을 전했고 기성용도 은퇴와 선수 생활 연장 고민 끝에 후자를 택하며 포항과 손을 잡았다.

팀의 레전드가 떠난다는 사실은 분명 서울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서울 훈련장에는 근조화환이 보내졌고 트럭 시위도 진행됐다. 경기 당일에는 집회와 함께 장례식 퍼포먼스까지 진행이 됐다.

경기가 진행된 뒤에는 더욱 거센 분위기가 형성됐다. 서울 팬들은 90분 내내 “김기동 나가”를 외쳤고 비판 걸대고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빈공에 시달렸던 서울이 시즌 처음으로 4골을 터트리는 화력쇼를 펼쳤음에도 야유는 멈추지 않았다.

서울 팬들의 걸개/한국프로축구연맹

김기동 감독은 경기 전에 입장문을 통해 “수호신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마음이 무겁다. 감독으로서 항상 옳은 선택을 할 수 없지만 굳건한 믿음이 있고 팬들의 웃음을 되찾는 게 나의 일”이라고 밝혔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팬들의 반응을 이해한다.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인터뷰까지 모든 상황이 종료된 뒤 현장에서는 버막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예상대로 주차장 입구에 모인 팬들은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 서울 선수단이 탑승한 버스를 가로막았다. 버스를 막은 이들은 “김기동 나와”를 외쳤고 한동안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서울 관계자는 확성기를 통해 추후 감독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원성은 계속됐다.

최근 몇 년 동안 K리그에서 ‘버막’은 자연스러운 행위가 됐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을 때면 감독은 버스에서 내려 공개적으로 이야기에 답을 해야 한다. 버스에서 내리지 않으면 그 모습을 향한 비판도 이어진다. 올시즌에도 일부 팀의 버스가 팬들에 의해 멈췄다. 감독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됐다.

다수의 감독과 축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버스에서 내리더라도 그 상황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죄송하다’, ‘반등하겠다’ 등의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여러 팬들이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는다.

물론 성적의 심각성을 느끼고 그러한 답변이라도 듣길 바라는 팬들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 더욱이 서울의 상황은 성적이 아닌 서울의 상징이 된 기성용의 이적이고 그로 인한 팬들의 상실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도 사실이다.

김기동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축구에서 일어난 일은 경기장 안에서 끝내야 한다. 경기가 끝나고 그라운드 밖에서까지 행동이 계속되는 건 분명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경기장 안에서는 걸개와 야유, 아웃콜 등으로 얼마든지 의견을 표출할 순 있지만 구단 버스를 막을 수 있는 권리까지 팬들에게 주어진 건 아니다.

더욱이 이날 상암에서의 버막은 여러 피해를 끼쳤다. 서울 구단 버스가 막히자 뒤에 있던 일반 차량도 주차장을 빠져나가지 못했고 이로 인한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이 해당 사실을 설명하면서 버스에서 물러설 것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쉽사리 진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 상황을 정리하러 온 경찰을 향한 야유까지 이어졌다. 몇 차례 실랑이 속에서 법적인 조치 이야기까지 나온 뒤에야 팬들이 경찰의 조치에 따르며 뒤로 물러나 버스가 입구를 지나칠 수 있었다.

기성용/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 선수단에게도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서울은 3일 뒤에 전북과 상암에서 코리아컵 8강전을 치른다. 금요일에 경기를 치른 전북보다 상대적으로 휴식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정상적인 퇴근도 할 수 없었다. 더욱이 경기를 4-1로 승리했음에도 버스 안에 갇혀야 하는 상황이 됐다.

팬들도 K리그와 한국 축구의 구성원이다. 팬이 있어야 프로 스포츠가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만큼 K리그 팬 또한 지켜야 할 모습이 있고 경기장 밖에서의 존중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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