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KIA 타이거즈 새 리드오프로 나선 고종욱이 3출루 경기를 펼치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KIA는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서 12-2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KIA는 2연승과 함께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이날 KIA는 테이블세터에 변화를 줬다. 체력 부담이 컸던 이창진과 박찬호에게 휴식을 주고 고종욱-김호령 조합을 내세웠다. 김호령은 2022년 10월 8일 광주 KT 위즈전 이후 995일 만에 2번 타자로 나섰다.
고종욱은 염경엽 감독이 가장 두려워하는 타자다. 대타로 나오고도 결과물을 내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해 13경기 타율 0.300 1홈런 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대타 타율이 무려 4할이다.
염경엽 감독은 "나는 (고)종욱이가 제일 무섭다. 내가 잘 알지 않나. 걔는 삼진이 없다. 그래서 어제(28일)도 (자동고의4구로) 내보낸 것이다. 원바운드 공도 친다"고 혀를 내둘렀다.
고종욱과 염경엽 감독의 인연은 꽤 깊다. 히어로즈에 이어 SK(현 SSG)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이범호 감독도 고종욱의 컨택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 감독은 "종욱이가 배팅 감각으로 봤을 때는 우리 팀에서 형우 정도의 레벨이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LG 선발투수) 치리노스의 공에 변화가 많고, 종욱이가 나가 있으면 팀 자체가 약간 분위기가 상승하는 효과가 조금 있다. 선수 자체가 워낙 박다. 타석에서 퍼포먼스 같은 것도 선수들이 흥이 나게끔 만들어주는 게 있다. 오늘(29일) 1번에서 치리노스 공을 1회에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주면 선수들이 훨씬 더 차분하면서도 흥이 날 수 있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종욱이를 1번에 놔두고 한번 믿어보겠다"고 했다.

양 팀 사령탑의 평가대로였다. 고종욱은 이날 경기 초반 혼자 야구했다.
1회 첫 타자로 나서 치리노스의 투심을 공략해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3회엔 2사에서 치리노스의 포크볼을 노려 또 한 번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다른 타자들은 치리노스의 공을 공략하지 못하는데 홀로 팀의 안타를 홀로 만들어내고 있다.
동점을 만든 것도 고종욱의 방망이었다. 0-1로 끌려가던 6회초 무사 1루에서 치리노스의 초구 포크볼을 공략해 큰 타구를 만들어냈다. 좌중간을 가르는 동점 2루타로 연결됐다.
고종욱의 동점타 이후 위즈덤, 최형우, 오선우, 김석환까지 4연속 안타에 대타 박찬호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대거 6득점 빅이닝을 완성했다.
고종욱은 7회초 1사에서 1루 땅볼에 그치며 처음으로 범타에 그쳤다. 고종욱은 7회말 수비 때 이창진과 교체되며 리드오프 역할을 100% 완수했다. 4타수 3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활약했다. 5회말 1사에서 신민재가 큰 타구를 해를 마주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뛰어가 잡아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 나선 고종욱은 막판 감정이 폭발했다. 고마운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다. 특별히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려던 고종욱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현재 아내는 임신 중이다. 올해 12월 딸이 태어날 예정이다. 태명은 겨울.
고종욱은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가족들의 힘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방송 인터뷰를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섰지만 여전히 감정이 이어졌다.
거듭 죄송하다고 하던 고종욱은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말했다. 그는 "작년에 와이프가 몸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유산을 했었다. 제가 해준 게 없어서..."라며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올해 방송 인터뷰를 했을 때가 있었다. 그때 겨울이에 대한 언급을 못 했었다. 와이프에게 다시 잘해서 인터뷰를 꼭 한다고 했었는데, 이제서야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말도 시원하게 했다. 고종욱은 "작년이나 올해 해준 것도 없다. 좋은 아빠가 되려는 과정인데 건강하게 12월에 딸과 같이 봤으면 좋겠다.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아내에게 진심을 전했다.
고종욱이 3안타를 친 것은 2023년 10월 4일 KT 위즈전 이후 634일 만이다.
그는 "1번 타자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 감독님께서 매일 저한테 한 타석만 나가니깐 밥값 언제 할거냐고 말씀하시는데, 오늘은 밥값을 한 거 같아 기분이 좋다"고 미소지었다.
치리노스 공을 잘 공략한 부분에 대해서는 "건방질 수도 있는데, 준비를 잘 한 부분이 컸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실투가 오지 않았는데, 나한테는 유독 실투가 많이 왔다. 그래서 더 자신있게 수행했던 게 좋은 결과가 있었다.
사실 고종욱은 올 시즌 2군에서 시작했다. 때문에 많은 기회가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시즌 스타트를 2군에서 했고, 시범경기도 나서지 못해서 많이 내려놨었다. 기회가 많이 없을 거라 생각해 2군에서 마지막 준비를 잘해서, 갈 때는 가더라도 좋은 이미지로 가자고 생각했다. 준비를 잘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불러주셨다. 솔직히 초반에는 좋지 않았다. (18일 KT전에서) 1번으로 내주신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타이밍 잡는게 많이 올라와서 이렇게만 준비하면 되겠다 싶었다. 지금까지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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