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직설] ‘재벌 2세 가수’ 구단주가 최대 걸림돌…뉴욕 닉스, ‘연봉 137억’ 새 감독 찾기 난항

마이데일리
뉴욕 닉스 제임스 돌런 구단주./게티이미지코리아

연봉 1,000만 달러(약 137억 원) 넘는 일자리를 다들 싫다고 한다. 일 부리는 사람의 문제가 가장 큰 이유. 아무리 큰돈이라 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 돈이 전부가 아닌 모양이다.

미국 프로남자농구(NBA)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뉴욕 닉스’ 이야기. 가수 활동도 하는 재벌 구단주가 닉스의 최대 약점이라는 평가다. 많은 감독들이 그 사람 때문에 닉스에 가길 꺼린다고 한다.

뉴욕 닉스는 최근 동부 지구 결승전에서 탈락하자마자 톰 티보도 감독을 잘랐다. 25년 만에 최고 성적을 올렸으나 “우승할 감독으로는 모자란다”는 판단에 따른 것. 5년 동안 4번 지구 결정전 진출. 정규 시즌 226승 174패, 2020~21 NBA 올해의 감독. 준수한 성적이나 다 소용없었다.

그러나 닉스는 후임 감독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닉스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제이슨 키드, ‘휴스턴 로케츠’ 이메 우도카,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크리스 핀치, ‘시카고 불스’ 빌리 도노반, ‘애틀랜타 호크스’ 퀸 스나이더 등 여러 현직 감독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모든 구단은 닉스와의 면담을 허용하지 않았다.

릭 피티노(세인트 존스), 존 칼리파리(아칸소), 댄 헐리(코네티컷) 등 유명 대학 감독들도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닉스의 주전 3명을 길러낸 빌라노바대 전 감독 제이 라이트도 은퇴를 깰 뜻이 없다고 했다. 다들 전미 대학선수권을 차지한 명장들. 피티노는 닉스와 ‘보스턴 셀틱스’에서, 칼리파리는 ‘뉴저지 네츠(현재 브루클린 네츠) 감독을 지내었다.

이러니 비판이 쏟아진다. “닉스가 티보도 감독에게 한 짓은 정말 부끄러운 것이다. 후임을 못 찾고 있으니 망신살이 뻗쳤다. 그 어떤 감독이라도 제정신이라면 그 자리를 수락하지 않을 것이다.”

코미디언 지미 키멜은 텔레비전에서 “감독을 자르고 나서 다른 구단 감독들에게 접촉하는 것은 여자친구를 차버리고 친구들에게 너희 여자친구 좀 만나도 되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비아냥댔다.

뉴욕 닉스 제임스 돌런 구단주(왼쪽)와 해임된 티보도 감독./게티이미지코리아

■’기타리스트‘ 구단주 제임스 돌런은 닉스의 이킬레스건

닉스가 이 지경까지 간 것은 구단주 제임스 돌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의 악명이 다들 등을 돌리게 만든다는 것. 돌런은 닉스 이외에 프로 하키 ’뉴욕 레인저스,‘ 체육관 ’매디슨 스퀘어 가든‘ 등의 주인. 아버지로부터 “스포츠·연예 사업 제국”을 물려받은 재벌 2세.

원래 그는 음악으로 출발했다. ’JD & The Straight Shot‘이란 밴드를 만들어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도 부른다. 여러 앨범 발표. 그다지 유명한 밴드는 아니나 지금도 미국을 돌며 공연한다. 재벌이며 재주가 많은 사람.

그러나 돌런은 닉스의 아킬레스건. 구단 운영에 지나치게 끼어든다. 비선 실세를 통해 입김을 불어 넣는다. 감독·선수들은 물론 각종 매체와도 자주 마찰을 일으켜 왔다고 한다.

필 잭슨은 선수로 2번, 감독으로 11번 NBA에서 우승한 명장 중의 명장. 그도 닉스 사장으로 는 실패했다. 돌런과의 갈등이 큰 요인. 돌런의 행태는 “프로 구단은 부자들의 놀이터”라는 속설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물론 돌런만이 문제는 아니다. 감독 권한이 제한된 구단 구조도 문제. 감독들이 자신이 원하는 선수 구성이 어려울 정도로 구단 운영자들의 간섭이 심하다.

티보도 감독만 해도 “전술 유연성이 부족하다. 낡은 수비 지향 전술로 공격 중심의 현대 농구에 맞지 않다”는 구단 내부 비판에 계속 시달렸다.

여기에다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가혹한 매체 환경을 가진 곳. 왜곡과 가짜뉴스는 뉴욕 매체의 일상사. 선수 등의 작은 실수도 무조건 크게 터트린다. 이른바 ’팬‘들의 변덕·극성도 악명 높다. 다들 “안락의자 전문가”라 불린다. 모든 것을 다 아는 체하며 마구 입방아를 찧는다.

이런 환경은 감독들에게 닉스는 “자율성과 안정성이 없는 구단.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30년 넘게 우승 없는 명문”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어 기대는 크고 실패하면 비난은 두 배. 감독 처지에서 보면 성공 가능성은 낮은 대신 책임은 무겁게 져야 한다. 그러니 다들 “닉스에 가면 경력이 망가질 수 있다”며 꺼리는 것이다.

■’독선과 고집쟁이‘ 돌런…그가 구단주로 있는 한 닉스의 부활은 쉽지 않을 듯

2000년 이후 20년 동안 닉스는 12명 이상의 감독을 바꾸었다. 대부분 3년을 채우지 못했다. 일단 ’새크라멘토 킹스‘ 감독이었던 마이크 브라운과 ’멤피스 그리즐리스‘ 전 감독 테일러 젠킨스가 검토 후보로 알려졌다.

닉스는 당초 “우승 가능한 검증된 감독”을 원했다. 하지만 다들 거절하니 신인급 감독 등 전략을 수정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꽤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

1946년 창단한 닉스는 옛 네덜란드계 정착민들의 바지 모양에서 유래한 “닉커보커즈”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가장 유명한 선수는 빌 브래들리. 그는 “농구 지성의 상징”으로 불린다. 프린스턴대 선수를 거쳐 세계 우수 학생들이 뽑히는 로즈 장학생. 닉스의 1970, 1973년 우승 주역. 20년간 연방상원의원. 대선 후보 출마.

닉스 역사상 최고 실력 선수는 패트릭 유잉. 신인 선발 1순위. NBA 신인상. 11회 올스타. 닉스 최다 득점·리바운드·블록(2,758개) 등을 기록. 최근 시대 닉스를 이끈 스타는 카멜로 앤서니가 꼽힌다.

아무리 지역 기반이 좋고 구단의 자금이 풍부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프로 구단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 돌런은 1999년 닉스 구단주가 됐다. 공교롭게도 닉스는 그 이후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돌런에게 실패 책임의 상당 부분이 돌아가는 데는 근거가 있는 셈. 그의 독선·고집이 구단을 망쳤다는 것. 그러나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가 구단을 팔지 않는 한 닉스의 부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손태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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