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체포영장 청구'란 미끼가 '소환조사 출석'을 물고 왔다. 내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조은석 특검팀은 경찰에 사건을 인계 받은 다음날(24일) 바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특검 소환에 응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급하게 밝히며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법원에 항의했다. 이에 법원은 25일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특검은 곧바로 소환조사 출석을 통보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지없이 출석에 응하게 됐다.
◇ 수싸움… 소환조사 노린 포석
내란 특검은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곧바로 28일 오전 9시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기각을 염두에 둔 것처럼 바로 차선책이 실행됐다. 애초 내란 특검팀은 체포영장 청구와 관련한 브리핑을 진행할 때도 “조사를 위한 체포영장 청구”라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내란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인신구속보다 ‘소환 불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체포영장이란 수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제 소환조사에 불응할 기회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은 체포영장 기각 사유로 “피의자가 특검 출석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검이 부르면 나가서 조사를 받겠다고 하니 피의자(윤석열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 필요성은 없다고 본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발부를 피하려다 오히려 소환조사에 응하게 되는 자충수를 둔 격이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경찰의 세 차례 소환조사에 모두 불응하며 공권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또 23일 열린 내란 사건 재판에 내란 특검팀이 공소유지를 위해 처음 참석하자 ‘위헌 특검’이라고 반발하며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당시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은 내란 특검을 정치세력이 주도한 위헌적인 특검이라고 몰아세웠다. 이들의 속내는 특검 자체를 부정해 향후 있을 특검조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내란 특검팀이 소환조사를 노린 포석으로 체포영장을 기습적으로 청구하자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갑작스럽게 상황 대응에 나서다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는 형국이 됐다.
체포영장을 피하자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법기술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기 시작했다. ‘내란 특검팀으로부터 받은 출석 요구는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조사 일정 고지로,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 특검팀이 통보한 28일 오전 9시가 아닌 오전 10시에 출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비공개 출석도 요구했다. 법이 정한 절차 없이 공개망신식 소환은 수사가 아닌 정치라는 입장이다. 법률대리인단은 “검찰 인권보호수사규칙에 근거한 것으로 사생활과 명예 보호를 위한 법령상 조치”라며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에서도 검찰은 비공개 출석을 허용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노림수는 들어맞았다. '체포영장'이라는 고강도 전술은 ‘기각’이라는 형식적 패배 속에서도 사실상 수사의 정당성과 ‘출석 약속’이라는 실리를 챙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위헌 특검’이라며 존재 자체를 부인하려고 했지만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본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내란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를 기점으로 내란 혐의의 실체를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수사 전반을 ‘정치적 탄압’이라 규정해 맞설 것으로 관측된다. 노림수와 자충수가 교차하는 지금,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불변의 진리를 내란 특검이 보여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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