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초여름 극장가에 현실 공포물이 부상하고 있다. 한때 괴물이나 귀신 같은 초자연적 존재에 의존하던 한국 공포영화는 이제 누구나 일상에서 마주할 법한 갈등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층간소음, 주차 문제, 스토킹, 데이트 폭력까지. 익숙한 불편함이 스릴러 장르와 결합하며 관객에게 '피할 수 없는 공포'를 더욱 밀착시킨다.
지난 25일 개봉한 김수진 감독의 '노이즈'는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여동생의 실종 사건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배우 이선빈, 김민석, 류경수가 출연하며, 7개국 영화제 초청과 117개국 선판매 성과를 이뤘다. 넷플릭스 공개를 앞둔 '84제곱미터'는 '영끌'로 집을 장만한 직장인이 겪는 소리의 공포를 다룬다. 배우 강하늘, 염혜란, 서현우가 출연하고,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김태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윗집 사람들'은 하정우, 공효진, 이하늬, 김동욱이 출연하는 블랙코미디로, 층간소음을 매개로 두 부부의 갈등이 폭발하는 과정을 그린다. 장르는 다르지만, 층간소음을 주요 갈등 요소로 삼았다는 점에서 현실 공포의 파급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다만, 앞서 개봉한 '원정빌라'와 '백수아파트'도 유사한 주제를 다뤘으나 흥행 성과는 미미했다. 올여름 신작들이 이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일상의 갈등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영화 '주차금지'는 주차 갈등과 스토킹, 직장 내 괴롭힘을, '홈캠'은 사생활 침해를, '악의 도시'는 데이트 폭력과 가스라이팅을 소재로 삼았다. 현실과 맞닿은 공포는 극의 밀도를 높이며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파고든다.

현실 공포물이 지닌 강점은 분명하다. 비교적 낮은 제작비로도 높은 몰입감을 끌어낼 수 있고, 누구나 공감 가능한 소재를 통해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영화 '도어락', '숨바꼭질' 같은 선례는 이미 대중성과 상업성을 모두 입증했다.
하지만 현실의 고통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또 다른 과제다. 단순히 불안을 자극하는 데 그칠 경우, 공포는 곧 피로감과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사생활 침해나 이웃 간 갈등처럼 민감한 문제일수록, 공포를 자극하기에 앞서 그 이면의 맥락과 구조까지 함께 들여다보려는 시선이 필요하다. 장르적 쾌감에만 기대는 순간, 현실 공포는 현실을 소비하는 서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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