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신호탄 쏜 카카오…토스·케이뱅크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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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내수 시장의 한계를 마주한 국내 인터넷은행들이 해외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운 글로벌 진출이다.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규제 회피와 수익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신호탄은 카카오뱅크가 쐈다. 이달 태국에서 가상은행 인가를 획득하면서, 국내 인터넷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실질적인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이에 자극받아 토스뱅크와 케이뱅크도 글로벌 시장 진출 채비에 나섰다. 인터넷은행 업계의 경쟁 구도 역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 본격화되는 글로벌 진출…3사3색 전략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태국 금융지주 SCBX, 중국 위뱅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19일 태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으로부터 가상은행 설립 인가를 받았다. 한국계 은행이 태국 금융시장에 재진입한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태국의 가상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한국의 인터넷은행 모델과 유사하다. 카카오뱅크는 컨소시엄 내 2대 주주(지분율 약 20%)로 참여해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금융상품 기획 등 핵심 시스템 구축을 총괄하게 된다. 준비 법인은 하반기 중 출범 예정이며, 1년여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 태국 진출은 지난 2023년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에 대한 지분 투자에 이은 두 번째 해외 확장이다. 다만 단순한 자본 투자에 그쳤던 인도네시아와 달리, 태국에서는 실질적인 운영과 시스템 구축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한층 진일보한 진출 사례로 평가된다.

카카오뱅크에 이어 토스뱅크도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3~5년 내 세계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동남아뿐만 아니라 미국·영국·싱가포르 등 선진국까지 포괄하는 진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지분 투자, 조인트벤처(JV), 서비스형 뱅킹(BaaS) 등 다양한 진출 방식을 두고 사업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동시에 AI 기반 신용평가(TSS), 실시간 위변조 탐지 기술, 문서 인식 기술 등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아울러 외화통장, 보증 기반 대출, 중장년층 맞춤 금융상품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케이뱅크는 현재 IPO(기업공개) 추진에 집중하고 있어 해외 진출에는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상장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고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하는 등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위한 내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은행 3사 가운데 해외 사업 관련 행보가 가장 느린 편이지만 과거 글로벌 협력 경험은 있다. 지난 2018년 KT와 함께 몽골 MCS그룹에 인터넷은행 구축 노하우를 전수한 바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중장기적인 해외 확장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 기술은 준비됐지만…규제와 브랜드 인식이 '발목'

국내 인터넷은행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은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본업인 여신 확대에는 규제라는 현실적 장벽이 자리하고 있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중소기업을 제외한 법인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제는 해외 법인을 설립하더라도 은행 본사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단순히 현지 자회사를 세운다고 해서 자유로운 대출사업이 가능하지는 않은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태국 진출을 단독이 아닌 SCBX와의 합작 컨소시엄 방식으로 택한 것도 이런 제약을 감안한 결과다. 대출을 직접 다루기보다는 지분 투자, 시스템 구축, 기술 컨설팅을 중심으로 한 간접 참여 방식이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고객 기반 확대나 수익 모델 구축에 분명한 한계를 남긴다. 특히 해외 금융시장에서는 '대출을 통한 시장 침투'가 인터넷은행의 주요 성장 경로인 만큼, 규제 해소 없이는 성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내 인터넷은행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 각국의 인허가 체계, 금융당국과의 협의 부담 등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특히 금융 소외 계층을 타깃으로 삼는 신흥국에서는 현지화 수준에 따라 진입 속도와 성공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여러 디지털은행이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브라질의 '누뱅크(Nubank)'는 신용카드와 소액대출 중심의 초간편 금융 서비스를 바탕으로 중남미 시장을 장악하며, 현재 1억명에 달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의 '레볼루트(Revolut)'는 외화 계좌, 송금, 투자, 보험 등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유럽·미국을 넘어 아시아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뿐만 아니라 현지 제도에 유연히 대응하는 운영 전략과 사용자 친화적인 UX/UI 설계, 낮은 비용 구조 등을 무기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인터넷은행은 본격적인 해외 진출이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규제 구조나 제도 유연성,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은행이 축적한 디지털 노하우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다만 규제가 현지 진출 전략에까지 영향을 주는 만큼, 기술 수출 수준을 넘어 지속 가능한 현지 사업모델로 확장하기 위해선 규제 개선과 함께 해외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전략 수립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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