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대미 수출·단가 급락' 韓 철강, 美 관세 충격 본격화

[프라임경제]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이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16%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단가 역시 9% 이상 하락했다. 

지난 3월12일(현지시간)부터 발효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품목별 25% 관세 조치의 영향이 본격화한 것이다. 국내 철강 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마진을 줄이며 수출을 이어간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달 4일(현지시간)부터 관세율이 50%로 상향된 점까지 고려할 경우, 하반기 대미 철강 수출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기업 US스틸을 인수한 효과가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의 입지는 한층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태다.

최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2700만달러로, 전년 동기(3억9000만달러) 대비 16.3% 쪼그라들었다. 수출 단가도 작년 5월 톤당 1429달러에서 올해 5월 1295달러로 9.4% 감소했다.

올해 월별 수출 물량은 비교적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수출 단가는 5월 들어 급락했다. 대미 철강 수출량은 △1월 21만7000톤 △2월 24만2000톤 △3월 25만톤 △4월 24만8000톤 △5월 25만2000톤으로 지난 3월 관세 부과 이후에도 뚜렷한 감소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수출 단가는 1∼4월 톤당 1500달러 안팎을 유지하다가, 5월에는 1295달러로 급감했다. 지난 4월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만에 14.6% 하락한 수치다.

이는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 철강 업체들이 단가를 낮춰서라도 수출 물량을 유지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수개월 전 주문이 이뤄지는 철강업계의 거래 관행상 지난 4월까지는 3월에 부과되기 시작한 미국발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었으나, 5월부터는 관세 충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통상 철강 관세 부과 영향은 부과 시점 후 2∼3개월 정도 이후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트럼프 관세 영향은 5∼6월 수출부터 확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4일부터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부과하는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함에 따라 하반기 대미 수출 전망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인상이 한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릴 뿐 아니라, 미국 내 수요처가 한국산을 대체할 공급처를 물색할 가능성도 키울 수 있어서다.

특히 내년부터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앞서 일본제철은 인구가 줄어드는 자국 시장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 US스틸 인수를 추진했다. 자사의 고급 판재 기술력과 US스틸의 현지 생산·유통망을 결합해 고율의 관세 장벽을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도 깔렸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미국의 안전보장을 지키면서 경영의 자유와 채산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US스틸 인수로 일본제철은 조강 생산량이 작년 기준 4364만톤에서 5782만톤으로 늘어나게 됐다. 세계 철강업체 순위 4위로 변동은 없으나, 3위인 중국 안강그룹의 조강 생산량 5955만톤을 바짝 추격하게 됐다. 

세계 3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으로, 한국 철강업계의 위기감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포스코는 7위, 현대제철(004020)은 10위권 밖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역시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지만, 상업 생산 개시는 오는 2029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가 앞으로 5년 정도면 실질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으나 당장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 만큼, 일본산 철강이 가격과 공급망에서 한국산보다 미국 시장 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미국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율을 2배로 올리면서,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이 최대 36%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