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이래서 슈퍼스타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위험천만한 몸에 맞는 공에도 선수단을 진정시키며 벤치 클리어링을 막았다. 이후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는 클럽 하우스에서 남몰래 고통을 참았다.
오타니는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25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 경기에서 4타수 1안타 1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다저스가 3-5로 패했다. 양 팀은 4연전을 벌였고, 다저스는 6연승에 실패하며 4연전 스윕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샌디에이고는 3연패에서 탈출, 1승을 챙겨가며 자존심을 지켰다.
4연전 내내 양 팀은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무려 8번이나 몸에 맞는 공을 주고받았다. 4차전은 양 팀 감독이 몸싸움을 벌이는 벤치 클리어링까지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17일 1차전 앤디 파헤스가 딜런 시즈에게 공을 맞았다. 파헤스는 강한 불만을 표시했지만, 벤치 클리어링까지 연결되진 않았다. 18일 2차전 3회초 페르난도 타티스가 등짝을 맞았다. 곧이어 벌어진 3회말 오타니가 오른쪽 허벅지를 맞았다. 심판은 양 팀에 경고를 줬고,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강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시즌 1호이자 통산 13번째 퇴장. 7회 호세 이글레시아스도 손을 맞았다.
경기 종료 후 로버츠 감독은 "타티스가 맞은 것은 고의가 아니었다"면서 "오타니가 들어섰고, 바스케스는 초구를 던진 뒤 다시 한 번 (몸쪽으로) 던져서 다리에 맞췄다. 나는 고의였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타티스 주니어를 맞힌) 루 트리비노는 우리가 홈에서 경기했을 때도 타티스 주니어를 맞혔고, 오늘도 맞혔기 때문에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라면서 "바스케스는 몸쪽 승부를 하기 위해 까다로운 공을 던졌지만, 공이 빠졌을 뿐"이라고 했다.

19일 3차전 파헤스가 다시 공에 맞았다. 하지만 이날은 별다른 사건 없이 넘어갔다.
4차전에서 사달이 났다. 7회초 브라이스 존슨이 사구 이후 교체됐다. 이어 9회초 타티스 주니어가 직 리틀의 93마일(약 149.7km/h) 빠른 공에 팔뚝을 맞았다. 실트 감독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왔고, 로버츠 감독이 맞섰다. 주심은 양 팀 사령탑을 퇴장시켰다.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9회말 2사 3루에서 오타니가 로버트 수아레즈의 99.8마일(약 160.6km/h) 강속구에 오른쪽 견갑골 부위를 맞았다. 오타니는 손을 들어 다저스 더그아웃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주심은 수아레즈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고의성이 있다고 본 것.


경기 종료 후 로버츠 감독은 "리틀은 메이저리그 데뷔전이었다. 그는 등판을 무사히 마치려고 하고 있었다"며 "누가 봐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던진 공은 고의가 아니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오타니에 대해서는 "오타니는 고의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사구로 부상을 입지 않았고, 더 이상의 불필요한 충돌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오타니의 행동을 매우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는 이후 클럽하우스에서 일어난 일을 전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옷을 갈아입던 중 포착된 오타니의 견갑골 부위는 붉게 부어 있었다고 한다. 다저스 트레이닝 팀은 해당 부위에 아이싱 조치를 취했다. 18일에 맞은 허벅지도 커다란 멍자국이 남아있었고, 이곳에도 아이싱을 진행했다.
'스포니치 아넥스는' "오타니가 오른팔을 돌리며 움직임을 확인할 때는 '아파!(痛ったー!)'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4번의 경기에서 두 번이나 공을 맞았다. 모두 위험한 부위다. 고통, 공포와 더불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오타니는 자신보다 팀원, 팀 분위기를 먼저 생각했다. 그리고 클럽하우스에서 조용히 고통을 호소했다. 이것이 슈퍼스타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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