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광장’ 소지섭의 멋

시사위크
배우 소지섭이 ‘광장’으로 글로벌 시청자를 매료했다. / 넷플릭스
배우 소지섭이 ‘광장’으로 글로벌 시청자를 매료했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소지섭이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으로 글로벌 시청자 앞에 섰다. 첫 OTT 시리즈이자 영화 ‘회사원’(2012) 이후 13년 만의 액션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아직 괜찮은데?’라는 말을 듣고 싶다”며 웃었다. 

소지섭이 열연한 ‘광장’은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광장 세계를 떠났던 기준(소지섭 분)이 조직의 2인자였던 동생 기석(이준혁 분)의 죽음으로 11년 만에 돌아와 복수를 위해 그 배후를 파헤치는 누아르 액션이다. 

큰 사랑을 받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지난 6일 첫 공개 후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청자 공략에 성공하며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공개 2주 차에 76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총 75개 국가에서 글로벌 TOP 10 리스트에 진입했고 9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장르의 맛을 한껏 살린 누아르 액션, 냉혹하고 진한 폭력의 세계에서 후회 없이 직진하는 남기준의 강렬한 서사, 이를 더욱 설득력 있게 그려낸 배우들의 호연 등이 호평 이유로 꼽히는데 주인공 남기준으로 분해 극의 중심을 묵직하게 이끈 소지섭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인이다.

원작 독자들의 가상 캐스팅에서 1순위로 거론되기도 했던 소지섭은 조직을 떠난 지 11년 만에 동생의 죽음으로 다시 조직을 찾아가는 기준으로 완벽 분해 높은 싱크로율을 완성, 팬들의 기대치를 완벽하게 충족시켰다. 오랜만에 누아르 액션물로 돌아와 흠잡을 데 없는 액션 소화력을 보여준 것은 물론, 말보다는 행동, 눈빛으로 행간을 채우며 차가우면서도 강렬한 인물을 빚어냈다. 최근 소지섭을 만나 ‘광장’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높은 싱크로율을 완성한 소지섭. / 넷플릭스
높은 싱크로율을 완성한 소지섭. / 넷플릭스

-영상화가 결정되기 전부터 원작 팬들 사이에서 캐스팅 1순위로 꼽혔다. 알고 있었나. 선택한 이유는. 

“원작이 있는지 모르고 대본을 받았고 나중에 1순위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웹툰을 봤는데 굉장히 재밌었다. 원작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더라. 찍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공개 후) 체감하고 있다.(웃음) 깜짝 놀랐다. 하하. 누아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이런 장르의 시나리오가 귀하다. 기회가 많이 없는데 나한테 가장 먼저 제안을 주신 걸로 알고 있어서 되게 감사했다. 또 오랜만에 내가 잘하는 것, 내게 어울리는 걸 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워낙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공개 후 각색에 대해 아쉬워하는 반응도 많은데. 

“원작이 있는 작품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늘 그런 반응이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돈을 들여서 원작을 사 오고 큰 제작비를 투입하는데 그 원작을 해하려고 작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원작보다 뛰어난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 결과물에 대해 호불호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호’인 시청자 사이에서는 한국판 ‘존 윅’이라는 평가도 있더라. 

“그런 작품과 비교된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만들 때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인데 공개가 되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그런 반응을 듣는 게 재밌기도 하고 감사하다. 특히 ‘존 윅’과 비교가 된다는 것 자체가 그냥 감사하다.”

-시리즈 ‘광장’만의 강점, 미덕을 꼽자면. 

“원작도 시리즈도 둘 다 좋고 매력이 너무 다르다. 시리즈 ‘광장’은 원작보다 약간의 서사가 조금 더 있고 직진하는 에너지가 원작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고 나는 이미 각색된 대본을 받고 오케이한 것이기 때문에 그 세계관 안에서 연기를 했다. 이번에 넷플릭스 시리즈를 하면서 다른 나라에 오픈되는 걸 처음 경험했는데 대사도 많지 않고 정보 전달이 많이 없어서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 강점이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액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통쾌함도 있고.” 

소지섭이 캐릭터 구축 과정과 액션 포인트를 전했다. / 넷플릭스
소지섭이 캐릭터 구축 과정과 액션 포인트를 전했다. / 넷플릭스

-기준은 기존 유사 장르 속 캐릭터와 달랐다. 어떻게 만들어 나갔나. 

“대본을 받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한 큰 부분은 우리가 늘 봐 온 조직폭력배의 이미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금목걸이 같은 사치품을 한다거나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혹은 욕설을 많이 하거나 그런 걸 많이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의상도 대부분 깔끔한 정장을 입었다. 우리 작품이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갱스터물에 나오는 사람들이 좀 멋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인물의 성정 자체도 다르게 느껴졌다.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어쨌든 직업상 좋은 사람은 아니잖나. 하지만 끝까지 이 시리즈를 끌고 가려면 보는 사람들이 이 인물이 이해가 돼야 했다. 왜 저럴 수밖에 없는지. 뒤로 갈수록 불쌍하기도 하고 처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지점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면서 디자인했다. 그 마음가짐을 끝까지 가져가려고 했다.”

-대사가 많지 않은 인물이고 표현이 절제된 인물이라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 있어서도 제약이 따랐을 것 같다. 어떻게 접근했나.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내 마음속에 있어야 눈으로 나온다고 생각했다. 기준이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계속 가슴에 두려고 했다. 그 처절함, 간절함이 나의 마음가짐이었고 눈으로 비추려고 노력했다. 그에 맞춰 조금 더 타이트하게 얼굴을 많이 잡아주신 것 같다.”

-액션 디자인 과정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큰 틀은 감독님과 무술 감독님이 하고 나는 중간중간 의견을 냈다. 촬영하면서 느끼는 거나 현장에 갔을 때 필요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면 갈수록 센 상대가 나오고 일 대 다수의 싸움이 많기 때문에 기준의 에너지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 과하게 느낄 수 있지만 더 파워풀하게 에너지 있게 세게 나가고자 했다.”

-체중 감량도 했다고. 

“내가 일이 없을 때 많이 찌는 스타일이라 그걸로 되게 유명해서 작품 정하고 나면 다이어트를 많이 한다.(웃음) ‘광장’은 극이 진행되면서 힘들고 처절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살이 조금씩 더 빠지게 조절을 했다. 95kg에서 시작해서 70kg대 중반까지 뺐다. 다행히 순서대로 촬영했다.”

강도 높은 액션부터 섬세한 감정 표현까지 단단한 연기 내공을 보여준 소지섭. / 넷플릭스
강도 높은 액션부터 섬세한 감정 표현까지 단단한 연기 내공을 보여준 소지섭. / 넷플릭스

-액션에도 기준의 감정을 담아내야 했는데 상대에 따른 감정 변화를 치밀하게 설계해야 했을 것 같다. 어떤 고민을 했나. 

“촬영하면서 계속 만들어갔다. 가는 길에 방해가 되는 상대를 처벌만 할 것인지 완전히 응징할 것인지 그런 기준도 많이 정했고 기준의 서사가 없으니까 동료를 죽일 때 감정을 조금 더 진하게 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수위 조절을 하면서 표현하고자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 챌린지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신체적 결함을 갖고 액션을 해야 했는데 액션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줬나. 

“기준이 직진하고 멈출 순 있지만 뒤로 물러나진 말자고 디자인했는데 핸디캡이 있기 때문에 기준이 달려들기보다 상대가 기준을 향해 들어오는 편이다. 또 다수를 상대하며 액션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간 자체도 좁은 곳을 선택했다. 공간감이 중요했다. 잘 보면 액션의 스타트나 디자인을 조금씩 다르게 했다. 비슷하게 보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다르다. 매번 액션 디자인을 다르게 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 주먹을 썼으면 이번에는 발을 쓰고 발차기를 하고 나면 무기를 활용하고 그런 식으로 여러 시도를 했다.”

-기준과 기석, 형제애가 서사를 끌고 가는 핵심이었는데 어떻게 만들어가고자 했나. 

“함께 촬영한 장면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준혁씨가 연기를 잘하잖나. 섹시하고 매력 있어서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 이해를 해야 극이 진행되니까 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조차 묻어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후배 추영우, 공명과의 호흡은 어땠나. 

“(추)영우씨 같은 경우는 준비도 많이 해오지만 현장에서 감독님이 즉흥적으로 원하는 게 꽤 많았는데 빨리 자기화해서 녹여내며 연기를 하더라. 많이 마주치진 않았지만 그런 에너지가 있었다. (공)명씨 같은 경우는 이미지 자체가 되게 착하고 선하고 러블리한데 현장에서 마주했을 때 다른 에너지의 연기를 하니까 보는 재미가 있었다. 스스로도 되게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기운이 느껴졌다.”

-본인도 즐기면서 했나.

“오랜만에 그래도 잘할 수 있는 것을 한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 액션은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몸끼리 부딪히고 액션하는 그 에너지가 심장을 뛰게 하는 것 같다. 그런 에너지 때문에 조금 더 액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소지섭이 연기를 향한 열정, 애정을 드러냈다. / 넷플릭스
소지섭이 연기를 향한 열정, 애정을 드러냈다. / 넷플릭스

-본업인 배우뿐 아니라 영화 수입·배급 사업을 통해 꾸준히 좋은 영화들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해 오고 있다.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의리로라도 ‘광장’을 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더라. 

“(올라온 글을) 봤다.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그래 주셨으면 좋겠다. 하하. 나는 보는 눈은 없고 찬란 이지혜 대표를 믿고 그냥 뒤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지금 영화계가 너무 힘들어서 조심스럽기도 하고 내 이름이 계속 나오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론 나의 이름 때문에 극장에 한 분이라도 더 온다고 하면 그걸로 감사하다. 그러고 싶어서 하는 거다. 감사한 일이다.”

-‘광장’ 동료 배우 및 스태프에게 금을 한 돈씩 선물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역시 ‘소간지’는 돈도 멋있게 쓴다는 생각이 들더라.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배우의 노력과 마음가짐이 느껴지기도 한데.

“‘금’이라서 이슈가 된 것 같다. 난 늘 꾸준히 했거든. 같이 고생했다는 의미로 많이 줬는데 이번에 금이라서 더 이슈가 된 것 같다.(웃음) 멋있게 돈 쓰고 싶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멋있게 다양한 곳에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기운이 뻗어나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노력하려고 한다. 좋은 사람이어야 연기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생각하거든. 배역과 상관없이. 그래서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덧 데뷔 30년이다. 돌아보면 어떤가. 어떤 방향을 보고 나아가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지금도 내가 연기를 왜 아직도 하고 있지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내 성격과 맞지 않은 부분이 있거든. 그래서 스스로 물어보기도 하는데 대답을 못한다. 그럼에도 하고 있다. 그게 너무 신기하다. 힘든데 또 하고 있다. 가면 갈수록 어렵지만 만족감도 있고 연기할 때 오는 무언가가 있다. 쉽지 않지만 계속하고 싶은. 뭐라 표현이 안 된다. 힘듦은 49%, 하고 싶은 마음이 51%인 것 같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무언가에 끌려서 계속 연기를 하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이 위치에 있는 것도 너무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배우 생활을 계속하다가 조금 더 나중에는 자기 색깔이 분명히 있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광장’으로 또 하나의 도전을 마친 소회는. 어떤 의미로 정의하고 싶나. 

“‘광장’을 통해 넷플릭스를 처음 경험한 거라 연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늘어난 느낌이다. ‘광장’이라는 작품에 내게 어떻게 남을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나 봐야 알 것 같다. 시리즈를 본 시청자들에게는 ‘(소지섭) 아직 괜찮은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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