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연세암병원은 대한민국 첫 암센터로서 로봇수술, 중입자치료 등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꿔 왔습니다. 앞으로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치료 플랫폼을 발전시켜 환자들이 최상의 의료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17일 최진섭 연세암병원장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동문회관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암 환자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통합 치료를 강화하고, 중입자치료기 추가 가동을 계기로 암 치료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병원 주요 암센터장이 직접 나와 3대 난치암 치료 성과와 함께 중입자치료를 포함한 향후 치료 시스템 구축 계획을 설명했다.
◇ 폐·간·췌장 3대 난치 암 생존율, 국내 평균보다 높아
췌장암 분야에서는 항암치료와 신약 임상 확대로 인해 치료 성과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1996년부터 2000년 8.8%였던 췌장암 생존율은 2015부터 2019년까지 16.5%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병원 내 120명 이상 전문 인력이 연 400건 이상 글로벌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국내 최다 임상연구 건수다.
이익재 췌장담도암센터장은 "췌장암 중입자 치료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했고, 지금까지 췌장암 환자 100명이 중입자치료를 받았다"며 "치료 환자 중 70대 여성 췌장암 3기 환자는 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고 중입자치료 후 8개월 추적검사에서 종양 크기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며 현재는 흔적만 남은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폐암은 기존 표준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 주기에 걸친 신약 임상 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기존 면역, 표적 및 세포독성 항암제에 내성을 보인 환자를 위한 치료 대안을 제시하는 중개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혜련 폐암센터장은 "실제 폐선암 4기 환자가 2014년 1세대 표적치료제 효과가 없어 3세대 표적치료제 1상 임상연구에 참여해 8년 이상 생존한 기록이 있다"며 "또한 83세 고령으로 폐 기능이 충분하지 않고 장기간 만성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수술 대신 중입자치료를 시행해 종양을 소멸시키고 현재 무병 상태로 관찰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폐암 환자에게 있어 기존 방사선 치료법인 ‘정위체부방사선치료(SBRT)’ 보다 부작용 발생 위험이 적어 긍정적인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폐암 환자에게 적용을 시작한 중입자치료는 지금까지 30명의 폐암 환자를 치료했다.
간암은 간 기능과 종양의 진행 정도, 심장이나 신장 질환 동반 여부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 적용한다. 완치를 목표로 한 치료인 수술과 간이식, 국소 소작술(고주파 열치료, 냉동치료)과 함께 간동맥 화학색전술, 방사선 색전술, 외부 방사선 조사, 전신 치료(항암치료, 면역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병행하며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최기홍 간암센터장은 "71세 간암 환자의 경우 14cm 다발성 간암 진단을 받고 13차례 항암치료로 암 종괴가 8.5cm로 줄어들었고, 수술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중입자치료기 도입으로 근치적 치료 효과 또한 상승하고 있다"며 "간 부분 절제술 후 간 내 재발 환자 등 기존에 치료가 제한적이었던 사례를 포함해 총 17명의 간암 환자들이 치료받았다"고 밝혔다.
연세암병원에 따르면 2015~2019년 자체 폐암 상대 생존율은 43.7%로, 같은 기간 국내 평균 34.7%보다 높았으며, 간암은 39.9%(국내 평균 37.7%), 췌장암은 16.5%(국내 평균 13.9%)로 집계됐다.

◇ 하반기 중입자 완전가동… 전방위 치료 시스템 가동
연세암병원은 올 하반기 중입자 갠트리(회전형) 치료기 1대를 추가 도입해 총 3대 치료기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두경부암, 골육종 등 치료 암종을 확대하고, 기존 치료법과 중입자치료의 병용으로 최적의 치료 프로토콜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소진행성 환자 중 중입자치료가 어려웠던 환자군에 대한 적용을 확대하고, 소수전이암 환자에서도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해 중입자치료 적용도 고려하고 있다.
신약 임상시험과 중개연구도 병행된다. 연세암병원은 2014년 신약 임상 전용 병동을 개소한 이후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 중심의 임상연구를 진행해왔으며,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신약 개발 및 임상시험에 협력하고 있다.
외과 영역에서는 로봇수술 장비 추가 도입을 준비 중이다. 연세암병원은 그간 로봇수술 분야에서 관련 수술법을 자체 개발해 적용해왔다. 2023년 로봇수술 누적 4만례 수술을 기록했다. 로봇수술 비중에 맞춰 5세대 다빈치 로봇수술기 추가 도입 등 외과적 치료 역량을 더욱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밀의료 실현을 위한 데이터 기반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병원은 암 빅데이터 플랫폼 ‘CONNECT’ 플랫폼을 활용해 국립암센터 등 10개 암 치료 기관과 공동으로 암 임상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치료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연세의료원의 통합연구 플랫폼과 암 정밀의료 데이터베이스도 연계해 활용하고 있다.
AI(인공지능)을 활용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병원 측은 로봇수술 영역에 AI 딥러닝 기술을 접목해 수술 보조 시스템에 접목하거나, 암 환자의 조직 병리 사진을 분석해 면역항암제 효과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연세암병원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결합해 정밀의학 기반 미래 의료를 선도하기 위해 더욱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연세암병원은 암예방센터, 암지식정보센터, 개인맞춤치료센터, 흉터성형레이저센터, 완화의료센터 등 5대 특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진섭 병원장은 "암 치료는 단순히 수술이나 항암요법에 그치지 않는다"며 "암 환자에게는 진단 초기 불안부터 치료 과정의 부작용, 치료 종료 이후 재발 관리와 말기 돌봄까지 전 주기에 걸친 통합적 지원이 필요하다. 연세암병원은 진단 전 단계부터 치료 후 회복과 삶의 질까지 포괄하는 ‘암의 전 생애주기’ 관점에서 환자를 돌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최 병원장은 이어 "하반기에는 중입자치료기 완전 가동을 계기로 치료 범위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며 "신약 임상, 중개연구, 다학제 진료, 로봇수술 등 전방위 치료 시스템을 갖추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를 바탕으로 암 치료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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