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커머스 업계에서 '반품'은 손해의 시작이다. 이 골칫거리를 '복원의 기회'로 바꾼 기업이 있다. 리터놀(대표 윤대건)은 인공지능 기술과 자체 장비를 통해 반품 상품을 새상품처럼 되살렸다.

리터놀은 이커머스 브랜드가 먼저 찾는 숨은 해결사이자 '반품 구조 재정의'를 제시하며, 온라인 쇼핑의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정상 제품인데도 80% 이상 버려지는 현실을 직접 겪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판매자, 소비자 모두 지속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죠"
윤대건 리터놀 대표는 반품의 무게를 누구보다 무겁게 느꼈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 무게를 기술로 가볍게 바꾸기 위해 직접 움직였다.
◆ 반품은 늘 '후순위'
윤 대표는 지난 2023년 '리터놀'을 창업했다. 회사 이름에는 '모든 것을 제자리로(Return All to their own purpose)'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반품된 상품을 새 상품처럼 되돌리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대표 서비스 '리터니즈'는 이커머스 반품 상품을 수거해 직접 검사하고, 복원·양품화한 뒤 고객사 물류창고로 재입고하는 구조다. 말하자면 '정상 상품 복원 프로세스'다.
"이커머스 판매자 입장에서는 반품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이에요. 검수 기준도 없고, 다시 상품화하는 것도 인력·시간이 들어가니까요. 그런데 업계에서는 여전히 반품을 부가서비스로만 다루더라고요. 시장은 원하는데 공급자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윤 대표는 커머스 총괄로 일하던 시절부터 이 같은 문제를 깊이 인식했다. 실제로 그는 머신비전 품질검사 기업에서 마케팅·PM·물류·이커머스 전 영역을 경험한 인물이다.
"반품은 늘 후순위였습니다. 아무도 주도적으로 다루지 않으니까,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죠"
◆ 기술과 실행력 그리고 '듣는 자세'
리터놀은 빠른 실행력으로 시장에 반응했다. 창업 3개월 만에 개념 검증(PoC)을 마쳤고, 6개월 만에 최소기능제품(MVP)을 출시해 본격적인 매출을 형성했다.
"우리 팀의 강점은 큰 과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입니다. 첫 고객사는 우리 기술보다도 태도에 신뢰를 보였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원동력이죠"
특히 리터놀의 기술력은 단순한 IT 기업 수준을 넘어선다. 자체 개발 장비를 활용해 반품 상품을 촬영하고, 인공지능(AI)이 오염·이염·마감 불량 등 이상 여부를 분석한다. 작업자는 태블릿 PC에 표시되는 안내에 따라 검수 작업을 수행한다. 또한 모든 데이터는 기록·리포팅된다.
현재까지 리터놀은 43만장 이상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는 AI 고도화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윤 대표는 "AI는 알고리즘보다 좋은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우리는 이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센터부터 직접 운영했다"라고 강조했다.
놀라운 점은 기술뿐만이 아니다. 고객 목소리를 빠르게 수용해 서비스 구조도 점차 진화했다.
"초기에는 검사만 제공했어요. 양품화는 인력 기반이라 부담이 컸죠. 그런데 한 고객사가 '검사는 좋은데 결국 우리가 다시 손봐야 해서 힘들다'라고 하소연 하시더라고요. 바로 그 주에 양품화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금은 대부분 고객사가 함께 이용 중입니다"

◆ 반품, '할인' 아닌 '복원'이다
리터놀은 리퍼브 시장을 정면으로 지양한다. 윤 대표는 "리퍼브는 할인 재판매가 전제지만, 우리는 정가에 다시 팔 수 있게 돕는 복원 서비스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리터놀의 고객사는 무신사·29CM·W컨셉에 입점한 중상위권 국내 브랜드다. 현재 무신사 100위권 내 브랜드 6곳 이상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서비스 리텐션율은 86.11%. 실제로 윤 대표는 고객에게 "우리 서비스가 없어지면 어떻겠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고 했다. 돌아온 답은 "그럼 장기 하나를 잃는 기분일 거예요. 예전처럼 돌아가긴 싫어요"였다.
이는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반품 구조를 재정의한 결과다.
◆ 반품에서 시작된 혁신, 글로벌 확장으로
리터놀은 현재 패션을 넘어 △뷰티 △가구 △전자기기 등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오늘의집'과 가구 반품 솔루션 공동 연구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나아가 미국 시장 진출도 본격 검토 중이다. "미국은 아마존만 가도 반품률이 30%가 넘어요. 국내 브랜드의 물건은 팔리는데 반품 관리가 안 돼 손해를 보거든요. 우리 솔루션을 수출해달라는 요청도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윤 대표는 리터놀의 솔루션을 장비와 소프트웨어 패키지 형태로 현지 물류창고에 공급할 계획이다. 글로벌 역물류 시장의 본격 진입이다.
리터놀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면에 나서진 않는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년 기준, 폐기물 20톤·탄소 34톤 감축 효과를 냈다. 또 검수 프로세스 표준화로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고용 실험도 진행 중이다.

윤 대표가 생각하는 경영 철학은 단순하다.
"정직하게 문제를 바라보고, 고객의 고통을 나누고, 팀 안에서는 정보를 숨기지 않고 함께 결정하는 것. 결국 기술도, 성과도 모두 철학에서 출발한다고 믿어요"
리터놀은 지금도 '반품'이라는 단어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단순히 검수 품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판매자와 소비자가 다시 연결되도록 돕는 역할. 윤 대표는 이것이야말로 "커머스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만든 구조가, 커머스의 새로운 표준이 되길"
윤 대표는 "단순히 검수를 잘하는 회사를 넘어, 반품이라는 고통을 재정의하고 싶다. 우리가 존재함으로써 상품은 본래의 목적을 다하고, 사람들은 스트레스 없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구조·데이터·서비스의 모든 축이 고객 중심으로 설계된 기업. 리터놀은 무게로 남았던 '반품' 영역을 하나씩 기회의 언어로 바꾸고 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