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협회, ‘국민신약배당’ 제안… “바이오 데이터로 신약 개발”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바이오 데이터를 활용해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산업 수익을 국민과 공유하는 ‘국민신약배당’ 정책을 제안했다.

데이터를 공공재로 보고 공익적 활용을 전제로 한 새로운 접근으로, 국내 바이오 산업에 대한 데이터 기반 혁신 전략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11일 온라인 설명회에서 김화종 협회 K-멜로디 사업단장은 “전국민 단일 건강보험 체계를 기반으로 고정밀 바이오 데이터를 갖춘 한국은 AI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가졌다”며 “기존의 제한적 데이터 활용 방식을 넘어, 새로운 AI 신약개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 진료·보험·유전체 데이터를 데이터 이동 없이 안전하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 일부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구조를 핵심으로 제시했다.

협회가 제시한 기술 기반은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이다. 이는 데이터를 기관 외부로 반출하지 않고 AI 모델 파라미터만 공유하는 방식으로, 보안성과 정확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모델 퍼스트(Model First) 전략이다.

기존의 데이터 퍼스트 방식과 달리, AI 모델을 먼저 개발한 후 각 기관에서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을 수행하기 때문에 데이터 이동의 위험 없이 협력형 AI 개발이 가능하다.

모델 퍼스트 방식의 장점은 분명하다. 다양한 의료기관의 실세계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어 AI 성능이 향상되며, 민감한 의료 데이터의 보안 우려도 최소화된다.

협회는 이를 통해 개별 기관 간 협력 장벽을 낮추고, 공공·민간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단장은 “데이터 보안보다 모델 파라미터 보안이 훨씬 수월하다”며 “현재 국제적으로도 이 방식이 바이오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접근은 현재 진행 중인 'K-멜로디(K-MELLODDY)' 사업에 반영돼 있다. 이 사업은 복지부·과기부의 공동 지원으로 2024~2028년간 348억원을 투입, 33개 기관이 참여 중인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다.

제약기업, 병원, 연구소, 대학, 벤처 등이 민감한 실험 데이터를 공유해 ADMET 예측, 타깃 검증 등 AI 기반 신약개발 협업을 실증하고 있다.

협회는 이번 정책 제안을 통해 바이오 데이터를 단순한 거래 대상이 아닌 ‘공공재’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단장은 “데이터를 개인 소유 자산으로 보고 가격을 책정하면 동적 동의 문제나 지속성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며 “정부 주도 아래 데이터를 활용한 수익을 공익화하고, 참여 기업과 국민 모두가 혜택을 얻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책 실현을 위한 과제로는 국민의 자발적 데이터 제공 동의를 얻는 방식, 병원과 공공기관의 책임 면제 및 인센티브, AI 학습에 최적화된 데이터 표준화 전략 수립 등이 제시됐다.

김 단장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면, 한국은 세계 최초로 AI 기반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 국가가 될 수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