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없는 수입차들의 한국 진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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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수입 가솔린·디젤 차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전기차 테슬라는 지난달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에서 수입차 월간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렸다. / 뉴시스·AP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수입 가솔린·디젤 차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전기차 테슬라는 지난달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에서 수입차 월간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렸다. / 뉴시스·AP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가솔린과 디젤 내연기관 차량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그런데도 아직 한국 시장에 전기차를 내놓지 않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가 있는데, 그들의 생존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먼저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한 올해 5월 기준 연료별 신차 누적 등록대수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는 2만3,295대가 판매돼 수입차 시장 점유율 21.1%를 기록했다. 올해 신차로 판매된 수입차 5대 중 1대 이상은 전기차라는 얘기다.

또한 2020∼2024년 연간 수입차 판매실적의 전기차 판매대수 및 비중을 살펴보면 △2020년 1만5,183대, 5.3% △2021년 2만4,168대, 8.2% △2022년 3만7,773대, 12.7% △2023년 4만3,033대, 15.0% △2024년 4만9,496대, 18.8% 등으로 전기차 판매량과 선택 비중은 매년 증가세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테슬라 판매량이 모두 포함됐다.

반면 동기간 수입 내연기관(가솔린·디젤) 모델의 판매량과 점유율은 대체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해 1∼5월 기간 수입 가솔린과 수입 디젤 차량 판매 실적은 각각 1만6,652대, 1,469대에 불과하다.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가운데 내연기관보다 전기차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전기차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토요타·렉서스 △쉐보레 △포드·링컨 △랜드로버(JLR) △혼다 등이 있다.

토요타·렉서스 수입사인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앞서 국내 시장에 렉서스 브랜드의 전기차를 출시한 바 있으나 판매량이 저조해 해당 모델의 한국 시장 판매를 중단하고 본인들의 장점인 HEV 파워트레인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렉서스 ES300h. / 한국토요타자동차
토요타·렉서스 수입사인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앞서 국내 시장에 렉서스 브랜드의 전기차를 출시한 바 있으나 판매량이 저조해 해당 모델의 한국 시장 판매를 중단하고 본인들의 장점인 HEV 파워트레인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렉서스 ES300h. / 한국토요타자동차

먼저 토요타·렉서스 수입사인 한국토요타자동차의 경우 앞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 바 있다. 렉서스 브랜드에서는 준중형 SUV UX 250h를 베이스로 한 전기차 모델 UX 300e를 2022년에 출시했었고, 이어 2023년에는 전기차 전용 모델로 개발한 중형 SUV RZ 450e 모델도 판매한 바 있다.

그러나 렉서스가 출시한 전기차 2종은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 UX 300e는 2022년 63대만 판매됐고, 2023년에도 1대 판매를 끝으로 단종됐다. 중형 SUV 전기차 RZ 모델도 출시 첫 해인 2023년 75대, 이어 2024년 68대가 판매된 후 국내에서 판매가 중단됐다.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자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본인들의 장기인 ‘하이브리드(HEV)’ 모델을 다양화하면서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도 한국 시장에 투입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혔고, 이는 판매량 성장으로 이어졌다. 2023년부터 판매량 회복을 이뤄낸 토요타·렉서스는 2023년 합계 판매대수가 2만2,056대, 2024년에는 2만3,683대를 기록했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는 HEV·PHEV, 그리고 내연기관 모델에 보조 동력 장치를 탑재한 마일드하이브리드(MHEV) 등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데, 토요타·렉서스는 대부분의 모델을 HEV 중심으로 구성해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덕분에 토요타·렉서스의 HEV 모델 판매 비중은 △2023년 98.3%, 98.9% △2024년 95.8%, 99.1%로 상당하다. 올해도 1∼4월 토요타·렉서스의 HEV 모델 판매 비중은 97.7%, 99.7%에 달한다. 가솔린 모델 판매량이 적은 경우에는 1% 미만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상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시장의 흐름을 가장 잘 읽고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자신의 강점을 내세워 토요타·렉서스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모습이지만 쉐보레나 포드·링컨, 랜드로버는 여전히 내연기관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또 다른 일본차 브랜드인 혼다의 경우 한국에 출시한 가솔린 모델 중 일본에 HEV 모델이 있음에도 들여오지 않고 있어 한국 시장에서 실적 증대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쉐보레 이쿼녹스EV는 지난해 9월 국내 인증을 모두 마쳤으나 아직까지 국내에 출시되지 못했다. / GM
쉐보레 이쿼녹스EV는 지난해 9월 국내 인증을 모두 마쳤으나 아직까지 국내에 출시되지 못했다. / GM

쉐보레의 경우 앞서 볼트EV, 볼트EUV 모델을 국내에서 판매한 바 있으나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서 전기차 모델 볼트의 단종을 선언하면서 국내에서도 전기차 모델이 사라졌다. 그나마 지난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헥터 비자레알 GM한국사업장 사장이 국내에 중형 SUV 전기차 이쿼녹스EV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해 전기차 모델 판매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해당 모델은 아직까지 출시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GM한국사업장에서는 본인들이 소유한 직영서비스센터 및 부평공장 부지 일부를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 시장 철수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GM한국사업장에서는 철수설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GM한국사업장이 올해 쉐보레 브랜드의 신차를 단 하나도 출시하지 않은 점, 지난해 출시하겠다고 한 전기차 이쿼녹스EV 투입 시기를 여전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보면 한국 시장에 신차 투입 의지가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GM 철수설’이 당분간 지속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포드·링컨은 아직까지 한국 시장에 전기차 투입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포드의 전기차 머스탱 마크-E. / 포드
포드·링컨은 아직까지 한국 시장에 전기차 투입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포드의 전기차 머스탱 마크-E. / 포드

포드와 링컨은 아직까지 전기차 출시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링컨 브랜드는 아직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전기차가 없다. 그나마 포드 브랜드에서 △머스탱 마크-E(마하-E) △F-150 라이트닝 등 전기차 모델을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출시해 판매 중이다. 이 가운데 머스탱 마크-E는 국내 출시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아직까지 출시 확정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또한 머스탱 마크-E와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은 가격과 콘셉트를 고려하면 국내에 출시되더라도 많은 양이 판매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포드·링컨은 국내 시장에서 아직까지 내연기관 차량들만 판매 중이다. 그나마 생존을 위한 방법으로 포드 익스플로러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한국 판매 가격을 인하하는 초강수를 내세웠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끄는 데에 성공한 모습이다.

랜드로버도 아직까지 전기차 모델이 없다. 그나마 현재 판매 중인 신차 라인업 중에서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레인지로버 벨라 3종이 PHEV 파워트레인을 갖췄지만, 판매량은 저조하다. 랜드로버의 경우 JLR 그룹의 재규어 브랜드가 2025∼2026년부터 전기차 모델만 출시해 시장 복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아직까지 재규어 전기차 모델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일본 현지에서도 전기차 모델이 적은 자동차 기업으로, 한국 시장에 전기차를 출시하지 않는 이유는 선보일 전기차가 없기 때문이다. / 혼다
혼다코리아는 일본 현지에서도 전기차 모델이 적은 자동차 기업으로, 한국 시장에 전기차를 출시하지 않는 이유는 선보일 전기차가 없기 때문이다. / 혼다

혼다 브랜드 역시 아직까지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지 않은 브랜드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인 혼다는 토요타자동차와 비슷하게 HEV 파워트레인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판매 실적이 저조한 모습이다. HEV 파워트레인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국내 시장에 출시한 HEV 모델은 어코드 HEV, CR-V HEV 단 2종뿐이다. 토요타와 렉서스가 한국에 출시한 모델 대부분을 HEV 모델로 구성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혼다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HEV 모델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기가 제한적이다. 본인들이 출시한 차량 가운데 가솔린 모델 종류가 더 많은 만큼 HEV만 주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약간의 모순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혼다는 전기차 모델마저 없는 상황이다. 혼다는 자국인 일본에서도 전기차 모델이 단 1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박스형 경형 차량인 ‘N-VAN e:’ 모델이며, 이 외에는 연료전지 모델 ‘CR-V e:FCEV’가 있다. 국내에 출시하더라도 수요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모델이다.

이 외에 혼다의 신차 포트폴리오는 14종이 더 있는데 8종은 HEV, 나머지 6종은 가솔린 모델이다. 이 가운데 한국에 출시한 모델은 어코드 HEV 단 하나 뿐이다. 혼다가 한국에 출시한 오딧세이의 경우 일본에서는 HEV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한국 시장에 최신 모델을 투입하지 않는 모습이다. HEV 미니밴의 경우 토요타 시에나와 알파드 모델을 통해 수요가 검증됐다. 그럼에도 오딧세이 HEV를 한국에 들여오지 않는 이유는 한국 시장에서 시도를 하지 않고 현상 유지만 하려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아쉬운 대목이다. 혼다가 한국 시장에서 파이를 넓히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신차, 다양한 HEV 모델 투입이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각에서 전기차 수요 정체 ‘캐즘’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하면서 전기차 등 전동화 전환은 섭리라고 얘기한다. 전기차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만 보더라도 수입차 업계가 한국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모델을 갖추고 소비자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면서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으로는 ‘100% 전기차 전환’은 쉽지 않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도 존재한다. 이들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선책으로 일반 내연기관 모델에 비해 온실가스 등 유해물질 배출이 적고, 연료 효율성이 높은 HEV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모델이라도 갖추는 게 최선이라고 얘기한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0~2024년, 2025년 1~5월 수입자동차 연료별 판매대수 및 시장 점유율
2025. 6. 10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수입차 브랜드 전기차 출시 유무 분석
2025. 6. 10 수입차 브랜드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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