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중국 기업 점유율이 빠르게 치솟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생존 전략으로 삼고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하이브리드차)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약 132.6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26.8% 증가했다.
해당 기간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45.3%) 대비 5.6%포인트(p) 하락한 39.7%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6%(23.9GWh) 성장하며 21.8%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SK온은 24.1%(13.4GWh)의 성장률을 기록해 10.1%의 점유율로 3위에 올랐으며, 삼성SDI의 탑재량은 11.2% 감소해 7.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4위에 머물렀다.
반면 중국 기업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36.0%(39.3GWh) 성장하며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BYD 역시 127.5%(9.1GWh) 성장률을 기록하며 6위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 배터리업계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맞물려 부진을 겪고 있다. 1분기 매출 실적 하락은 물론, 2분기 실적 상승도 섣불리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배터리업계는대용량 전력저장 수요가 급증하는 ESS 분야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정하고 전략적 전환에 나서는 모습이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 생산 제품은 롱셀 기반 ESS 전용 파우치형 LFP 배터리로, 이미 테라젠과 델타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이 확정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이달 초 현대자동차그룹과 합작해 설립한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장 'HLI그린파워'에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며 "경쟁사와 비교해 LG만의 차별화된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업계에 따르면 LG 측은 HLI 그린파워에 17억달러(약 2조4374억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지난 3월 미국 넥스트에라에너지와 4374억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했다고 공시했다. 삼성SDI에 따르면 넥스트에라에너지 ESS 공급은 다수의 프로젝트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며, 내년쯤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할 준비를 계획하고 있다.
또 삼성SDI는 연구개발와 시설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기 위해 1조6500억원 유상증자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헝가리 1공장 개조와 2공장 증설에 나설 예정이며, 각형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LFP 배터리 라인도 함께 구축할 방침이다.
SK온도 지난해 말 ESS 사업본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상시킨 후 개발부터 납품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9월 미국 IHI 테라선과 북미 ESS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토대로 내년에는 미국 현지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아울러 SK온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재무구조 회복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를 열어 장용호 SK㈜ 사장을 신임 총괄사장으로,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들은 SK온의 턴어라운드을 위해 리밸런싱과 운영개선(O/I)를 지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장 사장은 SK이노베이션 계열 전체 구성원에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방안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전사적으로 힘을 결집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ESS 시장 전망이 좋아진 만큼 업계에서 전반적으로 공급 계약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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