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서울시가 그동안 핵심 주거 정책으로 추진한 '소셜믹스'가 결국 한계에 직면한 모양새다. '계층이 뒤섞인 공동체'라는 이상 아래 공공임대‧일반분양 혼합 배치를 유도했지만, 되레 계층 간 분쟁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서울시가 소셜믹스 기준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 20억원 기부채납 조건으로 승인을 해줬다는 게 알려지면서 소셜믹스 정책에 대한 의구심마저 거론되는 실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1일 열린 제8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 제3지구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정비계획 변경(안)'이 원안 가결됐다.
해당 단지는 오는 7월 준공을 앞둔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로, 조합이 일반분양과 임대주택 동·호수 추첨을 분리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서울시는 이를 소셜믹스 정책 위반으로 판단, 조건부 승인과 함께 기부채납금 20억원을 부과했다.
소셜믹스 본래 취지는 분명하다. 도시 내 계층 격차 해소와 더불어 △주거권 보장 △젠트리피케이션 완화다. 공공이 개입해야 할 영역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이 특정 계층만을 위한 사업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 사회적 안전장치"라며 "공공임대를 포함해 보다 많은 계층이 도심 주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소셜믹스는 결국 탁상공론 끝에 도출한 단순 '이상'에 불과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정책 진정성이 제기될 정도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있어서다.
'논란의 중심' 디에이치 에델루이는 임대동이 일반분양과 분리된 데 그치지 않고, 추첨 방식에서조차 물리적 경계가 명확히 설정됐다. 이는 명백히 '건물 속 분리'를 넘은 '단지 내 차별화'에 해당한다.
더욱이 '소셜믹스'라는 이상적 정책을 추진한 서울시는 이를 문제 삼기보단 20억원 기부채납 대가를 조건으로 승인을 허용했다.
결국 이런 사실이 공론화되면서 "현금으로 원칙을 무너뜨린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단순히 승인한 것이 아니라, 감정가 차액 기준으로 3.5배에 달하는 기부채납을 통해 조합에 일종의 페널티를 부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 익명을 요구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서울시가 소셜믹스를 '모양만 그럴 듯한 틀'로 변질시키고 있다"라며 "정책 본질보단 공급물량 확대와 민원 무마에 초점을 맞춘 결과"라고 진단했다.
기존 소셜믹스 아파트 입주민 간 갈등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난제다.
일부 일반분양 세대에서는 임대세대와의 커뮤니티 공간 공유에 반대하며 사적 모임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 등 이용 제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셜믹스를 통해 외형상 물리적 혼합은 이뤄졌을지 모르지만, 심리적 경계는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며 "단지 내에서조차 계층 간 위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혼합 배치의 투명성 확보 △입주자 간 공동체 프로그램 강화 △설계 단계부터의 분리 제한 등 보다 정교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서울시가 양적 목표를 넘어 질적 통합이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과연 소셜믹스를 상징적 수사가 아닌 실질적 통합 모델로 만들 수 있을지, 공존을 말하면서도 여전히 담장을 두른 지금, 서울의 주거정책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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