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요즘 MZ들 사이에서는 에겐(에스트로겐), 테토(테스토스테론)라는 단어로 자신의 성향을 구분하는 것이 유행이다. 여성으로 예를 들면 에겐녀는 여성스럽고 여리여리한 분위기와 외모를 가진 인물을 뜻하며, 테토녀는 카리스마 있고 당당한 걸크러쉬 이미지를 가진 인물을 말한다.
한동안 '에겐녀'가 여성적·로맨틱 미학의 대명사로 군림했다면, 2025년 여름 뷰티 신(scene)은 정반대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테토녀' 키워드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 단순히 짧은 머리를 자른다거나, 시크한 수트를 입는 외양 문제를 넘어 행동·태도·에너지까지 능동, 독립, 직진 매력으로 무장한 여성 상이 대중 문화 전면에 등장했다.
불씨를 던진 것은 MZ 세대의 워너비 아이콘들이다. 그룹 아이들 전소연은 이번 앨범 활동을 앞두고 금발 픽시 컷으로 파격 변신했다. 흡사 틸다 스윈턴을 연상케 하는 실루엣은 "그 자체로 무대가 완성됐다"는 반응을 끌어냈다.
한동안 긴 머리를 고수하던 배우 김고은도 최근 짧은 숏컷 헤어를 공개하며 인스타그램을 뜨겁게 달궜다. 카리스마를 기반으로 한 스타일이라 '테토녀 월드컵 우승자'라는 농담까지 돌 정도다. 10년 넘게 록시크 이미지와 절친한 배우 나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현빈 역시 짧은 헤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테토녀를 정의하는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독립적 에너지. 남의 시선·관습적 룰에서 한 발 비켜선 ‘내 길’ 모드가 기본값이다. 둘째는 실행력. 대중은 이를 외형적 변주, 특히 헤어·패션을 통해 체감한다. 귀와 목선을 드러내는 헤어는 강한 선·볼륨이 사라진 자리에 얼굴 골격이 노출되면서 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패션 역시 재킷의 어깨 라인을 강조하거나 커팅 디테일이 과감한 톱을 매치해 체형을 직선적으로 보이게 하는 식이 많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는 Y2K 회귀가 2025년 S/S부터는 명암이 뚜렷한 두 가지 흐름, 즉 하이틴 핑크와 젠더 뉴트럴 다크로 분화했다고 진단한다. 후자 흐름 중 하나가 한국에서는 '테토녀'라는 로컬 용어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결국 테토녀가 말하는 핵심 메시지는 "규칙을 걷어차고 나답게 살자"다. 이번 여름,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한층 짧아진 머리와 가벼운 걸음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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