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현 공을 치고 알았어요" 대기만성 외야수의 조심스러운 고백, 시즌 첫 3안타→악순환 끊어낼까 [MD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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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이우성./대구=김경현 기자

[마이데일리 = 대구 김경현 기자] "박영현 선수 공을 치고 '아, 내가 그동안 나도 모르게 위축됐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

KIA 타이거즈의 외야수 이우성이 그동안 힘들었던 심정을 조심스럽게 토로했다. 극심한 슬럼프로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을 옥죄고 있었다. 3안타 경기를 펼친 만큼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을까.

이우성은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7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1득점 2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첫 3안타 경기다. 물론 3안타라는 퍼포먼스는 쉽지 않은 기록이다. 하지만 이우성에겐 더욱 특별하다. 올 시즌 부진의 골이 너무나 깊기 때문. 이우성은 43경기에 출전해 131타수 33안타 2홈런 14타점 타율 0.252 OPS 0.731을 기록 중이다. 이범호 감독이 꾸준히 기회를 줬지만 좀처럼 성적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KIA 타이거즈 이우성./KIA 타이거즈

이우성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한밭중-대전고를 졸업하고 2013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5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았고, 2016년 1군에 데뷔했다. 두산과 NC를 거쳐 2019년부터 KIA 유니폼을 입었고, 2021년까지 매년 2할 초반 타율에 머물렀다. 28세 시즌인 2022년 처음으로 타율 0.292를 작성하며 껍데기를 깼고, 2023년 126경기에 출전해 107안타 8홈런 58타점 타율 0.301 OPS 0.780을 기록하며 주전급 선수로 우뚝 섰다. 지난 시즌에도 115안타 9홈런 54타점 타율 0.288 OPS 0.762로 쏠쏠한 성적을 남겼다.

올해는 부진의 터널이 너무나 길다. 3월 타율 0.250을 적어낸 이우성은 4월에도 0.267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5월은 한술 더 떴다. 이날 전까지 15경기에서 타율 0.184에 그친 것. 그럼에도 이범호 감독은 꾸준히 이우성에게 믿음을 보였다.

이날은 시작부터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렸다. 첫 타석인 2회 주자 없는 1사에서 이우성은 좌전 안타를 신고했다. 김태군의 내야안타, 박정우의 삼진 이후 나온 박찬호의 볼넷으로 3루까지 진루했다. 윤도현의 중전 안타로 득점을 올렸다.

진루타로 타점을 올렸다. 3회 1사 1, 3루에서 이우성은 3루수 방면으로 땅볼을 쳤다. 삼성은 5-4-3 병살타를 시도했는데, 1루 주자 김석환이 2루에서 세이프를 얻어냈다. 이우성은 1루에서 아웃. 이때 3루 주자 최형우가 홈을 밟았고, 이우성의 타점으로 기록됐다.

세 번째 타석은 삼진 아웃으로 타격감을 조율한 이우성은 7회 주자 없는 1사 네 번째 타석에서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뽑아냈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KIA 타이거즈 이우성./KIA 타이거즈

백미는 8회초 다섯 번째 타석. 4-4에서 김도영의 투런 홈런으로 KIA가 리드를 잡았다. 계속된 2사 1, 3루에서 이우성이 좌전 1타점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8회말 삼성 김영웅이 추격의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이우성의 추가점이 없었다면 다시 경기가 원점이 됐었던 상황. KIA는 마지막까지 1점 리드를 지켜내어 7-6 승리를 거뒀다.

이범호 감독은 "8회초 찾아온 찬스에서 김도영 투런 홈런과 이우성의 적시타로 점수를 최대한 벌려놓아 끝까지 리드를 가져갈 수 있었다"고 선수를 칭찬했다.

경기 종료 후 취재진을 만난 이우성은 "또 힘든 시간이 오겠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행복하다"며 소감을 남겼다.

3안타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이우성은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야구가 힘든 게 뭐냐면 이후 운이 좋아서 안타가 되면 쭉 올라가는 거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웃이 되면 페이스가 올라가는 게 아니다. 그래서 계기로 뭔가 잘 될지는 진짜 모르겠다"고 답했다.

KIA 타이거즈 이우성./KIA 타이거즈

올 시즌 이우성의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은 0.307이다. 통산 기록인 0.325보다 2푼가량 낮다. 인플레이 타구 타율은 타자의 평균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통산 기록보다 인플레이 타구 타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불운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특히 실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삼진 비율(19.1%)과 볼넷 비율(11.8%)이 통산 기록(20.7%·9.1%)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묻자 "(야구가) 안될 때 그걸 못했다. 의기소침해지고, 침대에서 다음날 걱정을 먼저 했다. 다음날은 잘 될까, 안될까 이런 걱정부터 하더라"라면서 "코치진과 집사람도 좋은 말을 많이 해줬는데, 잘 안됐을 때는 쉽지가 않았다. 와닿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언제 자신의 상태를 알았을까. 이우성은 "제가 그런줄 정말 몰랐다. 정말 몰랐는데, 수원에서 대타 나가서 박영현 선수 공을 치고 '아, 내가 그동안 나도 모르게 위축됐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안타 치고 나서 두 번 다시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막 휘둘렀다"고 말했다.

21일 KT전 2루에서 아웃된 이우성./KIA 타이거즈

지난 21일 수원 KT전 이우성은 팀이 1-3으로 뒤진 9회 주자 없는 1사 대타로 출전해 박영현에게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날카로운 타구를 생산했다. 장타성 코스인 만큼 이우성은 2루로 향했다. 하지만 타구가 빨라도 너무나 빨랐다. 좌익수 김민혁이 깔끔한 수비로 2루에서 이우성을 잡아냈다. 결과는 아웃이었지만, 이우성에겐 터닝 포인트로 느껴진 순간.

이범호 감독은 "2루에 가서 죽는 것은, 수비가 잘한 것이다. 그런 열정을 갖고 있는 걸 마지막에 충분히 보여줬다. 선수들에게 간절함을 보여줬다. 그 선수가 앞으로도 계속 보여줘야 할 플레이다. 죽더라도 선수들이 해줘야 하는 플레이"라며 이우성을 감쌌다.

이범호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을 터. 이우성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타점 하나 더 올리고 출루 한 번 더 하면 보답 같은데, 보답이 그동안 잘 안됐다"면서도 "감독님도 힘드셨겠지만 저도 힘들었다. 솔직히 본인이 제일 힘들지 않나. 당사자가 제일 힘들다. 저 힘들었습니다"라며 쓰게 웃었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온다. 그리고 슬럼프를 벗어났을 때 한 뼘 더 성장한다. 이 위기를 탈출한 그 순간, 이우성은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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