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드리블·슈팅까지 AI 분석' 손이경 갤로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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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모든 선수가 완벽하게 플레이한다면 스코어는 영원히 0:0일 것이다." - 미셸 플라티니 



축구는 기술의 스포츠다. 육상처럼 근육이나 체력으로만 결과가 갈리지 않고, 포커처럼 판단력 하나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득점은 상대 골키퍼의 실수, 혹은 누군가의 순간적인 판단 착오에서 비롯된다. 이 '실수'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AI 축구 훈련 솔루션 'AI SOCCER'를 개발한 갤로핑(Galloping)의 손이경 대표다.

감이 아닌 데이터로 훈련하는 시대

갤로핑은 기존의 감각 중심 훈련 문화를 탈피했다. 이를 통해 정량적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 드리블, 패스, 슈팅 등 선수 개인의 기술 데이터를 분석해 실력 향상 경로를 시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손이경 대표는 대한축구협회 공인 선수 중개인이자 10년 이상 유소년과 프로 선수들의 현장 트레이닝을 도운 에이전트 출신이다. 

그는 "많이 훈련한 선수보다 명확한 목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한 선수가 더 빠르게 성장한다는 사실을 목격했다"며 "이걸 시스템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엑셀로 데이터 입력을 하며 선수 경기 영상을 수기로 분석했다. 그렇게 수천 개의 데이터를 모은 끝에 갤로핑만의 고유한 훈련 알고리즘이 탄생했고, 이후 플랫폼화되어 국내 최초 AI 축구 훈련 센터까지 운영 중이다.

핵심 기술은 비전 AI 기반의 움직임 분석이다. 선수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이를 1250개 항목으로 세분화해 코칭 포인트를 도출한다. 

손 대표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 1%가 공통적으로 가진 기술을 분석해 만든 자체 매뉴얼 'MG10S'를 통해, 10초 안에 득점하는 축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성과도 뚜렷하다. 갤로핑 훈련을 이수한 선수 중 19명이 전국 대회에서 최다 득점상을 수상했다. K리그 유스팀에서는 수강생이 드리블 성공률 1위, 2위를 차지했다. 세계 수준의 기술을 '복제'하는 방식이 실제 경기력으로 이어졌다는 증거다.

개인 성장에서 시작되는 팀 퍼포먼스

축구는 팀 스포츠다. 손 대표는 팀 성과의 시작은 결국 개인의 성장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핵심 선수가 빠졌을 때 팀의 우승 확률이 눈에 띄게 낮아지는 걸 보면, 개인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재 데이터 분석은 여전히 팀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선수들은 비시즌이나 개별 훈련 시간에 혼자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 갤로핑은 디지털 훈련 공간인 AI 축구 센터를 구축했다. 측정룸, 풋살장으로 구성된 공간에서 AI를 기반으로 훈련을 분석하고 모바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훈련 공간은 골프존처럼 시뮬레이션 기반이지만, 축구의 예측 불가능성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설계됐다. 생애주기별 성장관리도 가능해 유소년부터 성인까지 지속적인 트래킹이 가능하다. 

갤로핑은 창업 1년 만에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고려대기술지주를 비롯한 △씨엔티테크 △더인벤션랩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등으로부터 총 1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도 유치했다. 현재까지 6건의 특허를 등록했고, 스포츠·테크 특화 창업 지원 기관인 판교 창업존에도 입주해 있다.

지금의 성과가 결코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손 대표는 "자금이 바닥났던 시기도 있었고, 런웨이가 한 달도 남지 않았던 날에는 회의실에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며 "그때마다 '끝까지 뛰는 건 나 자신과 동료에 대한 예의'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었다"고 회상했다.


금융과 연결된 '선수 성장 데이터'의 미래

갤로핑의 최종 목표는 축구 데이터·금융 산업의 융합이다. 

전 세계 축구 인구 2억7천만명이다. 이 중 5%인 약 1350만명이 실제 프로를 지망하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자금은 대부분 개인이나 가족이 부담했다. 

갤로핑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수의 성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기관에 보증 가능한 리포트를 제공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프리미어리그 테스트를 보려는 선수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자금이 필요한데, 만약 우리가 이 선수의 성과를 정량화한 리포트를 금융사에 제공한다면 성장 가능성을 담보로 한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구조가 현실화된다면 선수는 성장 자금을 지원받고 일정 조건 하에 이자나 배당을 제공할 수 있다. 금융사는 투자와 수익 예측이 가능한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손 대표는 "선수는 실력이 부족해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몰라서 멈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갤로핑은 부족함을 함께 분석하고 채워주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을 쫓아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축구 선수들처럼 갤로핑은 선수들의 개선할 점을 명확히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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