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보수 텃밭’ 대구·경북(TK)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보수 진영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전의 ‘압도적 지지’와는 사뭇 다른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해볼 만한 싸움을 위해서라도 지지층 결집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에 국민의힘 내부서도 당혹감이 새어 나온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재원 전 의원은 16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대구·경북 지지율을)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대구·경북, 부울경에서 부진은 대선에서의 뼈아픈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51%, 2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보수의 심장’이라고 평가되는 대구·경북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는 대구·경북에서 34%의 지지세를 얻었다. 물론 김 후보(48%)에는 못 미치는 결과지만,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6.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실제로 지난 20대 대선 당시, 대구·경북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며 윤 전 대통령의 승리 발판을 마련해 줬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대구에서 21.6%, 경북에서 23.8%의 득표에 머물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0.73%p 차이라는 결과가 보여주듯 예측 불가능한 선거 판세는 진영 간 대결 구도를 강화했고 이는 TK를 기반으로 한 보수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 과거와 다른 분위기에 고무된 민주당
이러한 흐름은 ‘보수의 위기’로 평가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도 비슷했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대구·경북은 전 지역에서 유일하게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줬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대구에서 21.76%, 경북에서 21.73% 득표율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대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상 TK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22%로 나타났던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결과였다. 다만 당시에는 심상정·안철수 후보 등이 나서며 표심이 분산됐다는 점에서 현재와 차이가 있다. (2017년 5월 1~2일, 전국 성인 1,015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25%)
이처럼 TK 민심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국민의힘으로선 지지율 하락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견주기 위해서라도 지지층 결집이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층 결집이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후보 교체 사태를 겪으며 분열 양상이 드러났던 것도 보수 지지층 결집을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예찬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이날 YTN ‘이슈앤피플’에서 “국민의힘 후보 교체 관련 파동이 있었고 보수 내부의 논란으로 인해 과거 보수 후보들이 보여줬던 결집도가 아직 안 나오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역력하다. 이언주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MBN 유튜브 ‘나는 정치인이다’에 출연해 이 후보가 대구·경북에서 35% 지지율을 얻을 가능성과 관련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내란 종식도 그렇고 이후의 국가 동력을 회복하는 데 압도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경미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YTN ‘뉴스 NOW’에서 “(이 후보가) 안동 출신이기도 하니 30% 벽을 넘은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3자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 급해진 쪽은 국민의힘이다. 김재원 전 의원은 이날 앞서 라디오에서 “특히 대구·경북에서 투표율 80%, 득표율 80%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이번 대선이 상당히 여러 가지 면에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지지자들의 결집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구·경북 민심, 표심에 대해선 상당히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선거대책본부 소속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역에 머무르면서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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