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한국산 쌀이 일본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기 시작했다. 전라남도 해남에서 생산된 ‘땅끝햇살’ 브랜드 쌀이 일본 현지 농협 인터내셔널을 통해 판매되면서, 국산 쌀의 해외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높은 수입 장벽과 유통 구조로 인해, 적자를 감수한 수출이라는 평가도 함께 뒤따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협무역은 지난 4월 말 일본 농협인터내셔널에 한국산 쌀 2톤을 수출했다. 판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제품은 현지에서 완판되었고, 농협 측은 수출 물량을 22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판매 구조를 뜯어보면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본 농협인터내셔널 홈페이지 기준으로 한국산 쌀은 10㎏당 9000엔(약 9만원), 4㎏당 4104엔(약 4만 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일본 내 유통되는 일반 쌀 가격(5㎏당 약 4000엔)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부과하는 수입 관세와 유통 비용이다. 일본은 수입 쌀에 대해 1㎏당 341엔의 종량세를 적용하고 있다. 10㎏ 기준으로 약 3410엔(한화 약 3만 4000원)이 부과되며, 여기에 통관과 물류비용까지 포함하면 추가 비용이 상당하다. 여기에 일본 내 유통을 맡은 업체의 일반적인 마진 구조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농협이 확보하는 금액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 한국 내 쌀 소비자가는 10㎏ 기준 약 3만 6000원 수준이다. 수출용 도매단가를 보수적으로 잡아도 약 3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관세, 물류비, 기타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와 같은 판매 구조에서는 농협이 수출 건당 적자를 감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다. 손익분기점을 기준으로 유통 마진을 역산하면, 현재 일본 내 통상적인 유통 방식으로는 농협이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거나 비용을 줄이지 않는 한, 지속 가능한 수출 구조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출이 가지는 상징성과 가능성은 작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출이 단순한 이익 창출보다는 브랜드 인지도 확대, 시장 반응 테스트, 장기 유통 경로 확보라는 전략적 의미를 가진 첫걸음으로 해석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일본 내 한국 음식점과 한류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한국산 쌀에 대한 잠재 수요는 충분하다는 평가도 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품질은 좋지만 가격 경쟁력이 낮은 구조, 그리고 높은 수입장벽이 유지되는 한, 장기적으로 농협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수출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유통 구조 개편, 정부 차원의 관세 대응 외교,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산 쌀의 해외 시장 진입은 시작됐다. 그러나 그 구조를 어떻게 다듬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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