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밀라노(이탈리아) 이보라 기자] “새 정부 출범 시 큰 손해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현지시간) 오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6월 3일 새 정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미국과의 협상을 잘 이끌어나가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7월 9일 90일 미국 상호관세 유예가 끝난다. 이 때문에 미국과 각 나라는 관세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총재는 “한국은 가급적이면 상호관세뿐 아니라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대해서 최대한 원하는 바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입장이고 미국에서는 관세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며 “단기적인 목표는 다음 정부가 누가 오더라도 관세 협상을 잘 진행해 7월 9일 한국이 큰 손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해왔다고 전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사퇴한 데 대해 곤혹스러움을 표했다.
이 총재는 “국익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는게 남은 사람 임무라고 생각하지만 곤혹스러움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현 상황에서 협상 체제가 흔들리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 역시 최 부총리의 사퇴를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사퇴를 만류하더라도 최 부총리가 탄핵을 당한 상황이라 의미가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사퇴 전날만 해도 다시 대행이 되면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달라는 이야기가 나온 만큼 전혀 예상 못했다”며 “사퇴 전후에 만나서 여러 인수인계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물리적으로) 사퇴를 만류할 시간도 없었다”며 “왜 말리지 않았냐고 굳이 묻는다면 (직무정지와 사퇴 사이의) 차이가 있었겠나 싶다”고 답변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관련해선 이전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많아 고려할 게 많다고 내다봤다. 지난번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릴 때와 상황이 달라졌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1분기 효과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지표를 볼때 경제성장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이달 말 금통위가 있는데 적어도 다음주 정도까지는 데이터를 다 봐야 새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은 거의 결정됐으나 새로 생기는 정치적 상황이나 소비, 환율 등 여러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변수 중 하나인 환율과 관련해서는 레벨이 아닌 변동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전과 달리 환율이 올라간다고 수출업체에 좋지만은 않다. 해외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많아진 만큼 영향력이 많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환율이 내려가면 내수에 주는 영향이 있다.
이 총재는 “환율의 특정 수준을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변동성을 고려한다”며 “(그동안은) 변동성의 방향이 오르는 쪽이었고 현재는 내려가는 쪽”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내 외환시장이 굉장히 얇기 때문에 기대가 바뀌면 한 방향으로 가격이 쏠리는 면이 있다”며 “변동성을 보는 이유는 기대감 형성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현재 금리인하 사이클에 있으며 금리를 충분히 낮출 방침이다. 다만 한 방향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한 방향이므로 금리 인하 기조는 분명하다”며 “얼마나 빨리 내릴지의 문제이고 외부 변수가 너무 복잡하니 상황을 보면서 내리겠다”고 밝혔다.
5월 금통위에서 많은 변수를 고려하지만 선거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 총재는 “선거를 고려하지 않고 나오는 데이터 보고서 어느 것이 맞는지 결정하자고 금통위원들과 얘기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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