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계엄‧윤석열’ 애매한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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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 전 총리는 개헌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3년 내 사퇴를 약속했다. 다만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총리로서의 책임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묻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 3년 내 사퇴 공언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먼저 대외적 질서가 재편되는 시기에 우리나라가 정쟁으로 국내적 혼란에 빠져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나라와 국민의 미래가 아니라 개인과 진영의 이익을 좇는 정치싸움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며 “우리가 애써 일으켜 세운 나라가 무책임한 정쟁으로 발밑부터 무너지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익의 최전선인 통상외교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는 현실을 저의 양심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 국민의 선택을 받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 공약으로 △ 개헌 완료 후 총선 시기에 맞춰 3년 내 사퇴 △ 미국발 관세 문제 해결 △ 국민 통합과 약자 동행을 제시했다. 

한 전 총리는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 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 차에 개헌을 완료하고 3년 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와 지난주 한미 2+2 고위급회담의 성과를 강조하며 그간 대미 통상 전문가로 공직에 임해온 자신의 발자취를 짚었다. 한 전 총리는 “저는 우리나라 첫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경제부총리, 국무총리에 이어 주미대사를 지내 통상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며 “이 일을 가장 오래 해온 사람이고 가장 잘할 사람이라고 자신한다”고 했다. 

더불어 “통합이 곧 상생”이라며 “보수 혼자 산업화를 이루지 않았고 진보 혼자 민주화를 이루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고의 내각, 일하는 내각을 구성하고 그분들이 책임지고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내도록 치열하게 독려하겠다”고 했다. 진영 논리에 치우치지 않고 거국 내각을 구성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한덕수, ‘계엄‧윤석열’ 애매한 선 긋기

한 전 총리는 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 후보로서 개헌 등의 청사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총리로서 책임과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묻는 질문 등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탄핵당한 정부의 총리가 출마하는 게 부적절하고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탄핵으로 초래된 국민들의 충격과 좌절, 어려움에 대해 여러 번 국회에서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계속 반복했다”며 “그러나 이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제대로 된 제도 개혁과 제대로 된 리더십에 의해서 (개헌 시기를) 놓치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고 강변했다. ‘탄핵 책임론’에 이미 사과했다며 자신이 개헌을 수행할 적임자임을 강조한 셈이다.

또 ‘계엄 선포에 반대했고 정상적인 국무회의가 아니었는데 왜 문제점을 바로 알리지 않았나. 12‧3 계엄 선포 해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는 물음에는 “계엄 직후부터 국무회의에 절차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증언했다”며 “제 개인에 대해서는 헌재가 탄핵소추안에 대해 기각 판결을 함으로써 헌재 사법 절차는 완료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에 동의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자신에 대한 헌재의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계엄’과 관련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한 전 총리의 탄핵 사유로 △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등을 제시한 바 있다. 한 전 총리 탄핵소추안은 헌재에서 기각5‧인용1‧각하2로 기각됐다. 

탄핵 당한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선 “많은 대통령을 모셨지만 한 번도 제 철학을 꺾어가면서 대통령들의 생각에 따라 본 적이 없다”며 “제 나름대로 항상 설득하려 노력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물론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명에 의해 내각을 총괄한다는 헌법의 규정이 있지만 저는 한 번도 대한민국의 가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보호에서 일탈한 적 없다”고 했다. 정권의 국무총리로 일하면서도 자신의 가치에 반하는 명령에는 따르지 않았다며 윤 전 대통령과의 애매한 선 긋기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한덕수(왼쪽) 전 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 주민공동시설 '새뜰집' 온기창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한덕수(왼쪽) 전 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 주민공동시설 '새뜰집' 온기창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전날(1일) 사퇴한 한 전 총리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최종 선정 하루 전 출마 선언을 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3차 경선을 진행 중인 김문수‧한동훈 후보와 ‘단일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최종 경선에서 김문수‧한동훈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협상에 나서야 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당 지도부도 이날 ‘단일화’를 거쳐야 한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일위원회 대선 정책간담회’ 토론 모두발언에서 “국민의힘은 3일 전당대회, 그리고 오늘 출마 선언을 한 한덕수 전 총리와 단일화를 거쳐 바로 대선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통일과 관련된 공약을 개발하기 위해 마련된 간담회에서 당 지도부가 직접 ‘단일화’를 언급한 것이다. 

김문수 후보는 그간 ‘한덕수와 단일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해왔다. 김 후보 캠프에 ‘한덕수 대망론’을 주장한 의원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물밑 단일화 협상’을 위한 인선이라는 해석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최종 경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단일화 주도권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변화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여태까지 단일화할 때 무소속으로 단일화가 된 적이 한번도 없다”며 “노무현-정몽주도 정몽주가 지지율이 세배였는데 노무현이 이겼다. (한덕수로 단일화가) 사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마 쉽게 김문수 캠프에서 손을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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