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야구를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4차전 원정 맞대결은 롯데 자이언츠 입장에서 최악의 하루였다. 9-3의 완승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결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었다. 바로 '트레이드 복덩이' 전민재의 부상 때문이었다.
상황은 이러했다. 롯데가 6-0으로 앞선 7회초 1사 1, 2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키움의 바뀐 투수 양지율이 던진 3구째 140km의 투심 패스트볼이 전민재의 얼굴 방향으로 향했다. 워낙 빠른 공이 날아갔던 만큼 전민재는 이를 미처 피하지 못했고, 140km의 투심은 전민재의 눈 부근의 헬멧을 강타했다. 이에 전민재는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앰뷸런스를 통해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다.
공을 던진 양지율에게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0B-2S에서 고의로 몸에 맞는 볼을 던질 리가 없었던 까닭이다.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해 놓고 공이 손에서 빠진 것이 문제였다. 전민재는 리그 타격 1위를 달릴 정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꽃을 피우고 있었던 만큼 롯데 입장에선 화가 날 수밖에 없지만,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단 모두가 고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양지율은 퇴장을 당하면서 롯데 선수단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고, 경기가 끝난 뒤 키움의 '주장' 송성문은 롯데의 '캡틴' 전준우를 찾아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래도 다행히 검진 결과는 나쁘지 않게 나왔다.
29일 CT와 X-레이 촬영 결과에서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고, 30일 안과 검진에서도 각막과 망각에도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다만 우측 안구 내출혈로 인해 약 일주일 동안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회복을 위해 1군에서 말소됐다.


큰 부상은 피했지만, 양 팀 사령탑들의 심경은 착잡해 보였다. 홍원기 감독은 30일 경기에 앞서 "매번 말씀드리지만, 우리팀 외의 9개 구단 선수들도 겨울에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도 받고, 좋은 성적을 내는 도중에 일어나는 부상은 정말 가슴이 아픈 일이다. 어제도 경기 중에 나온 일이지만, 정말 안타깝고 전민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며 전민재를 걱정했다.
김태형 감독도 마찬가지. 사령탑은 전민재의 부상에 대해 "큰 부상이라 아니라 다행"이라면서도 "(전민재가) 빠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머리 쪽을 맞은 뒤 다시 타석에 들어갔을 때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다. 그 부분이 염려가 된다"고 우려했다.
30일 경기에 앞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것은 전민재만이 아니었다. 양지율 또한 29일 경기를 끝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홍원기 감독은 "양지율은 어제 사고 이후에 본인도 많이 힘들어한다. 당분간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조금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서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고 설명했다. 29일 7회초 1사 1, 2루의 상황은 전민재는 물론 양지율에게도 매우 악몽 같은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래도 자신이 던진 공으로 인해 전민재가 부상을 당한 만큼 양지율은 경기가 끝난 뒤 전민재에게 연락을 취했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양지율은 경기 종료 후 전민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민재가 전화를 받지 않자,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전민재에게서 답장이 왔다.
지난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40순위에서 두산 베어스의 선택을 받은 이후 데뷔 8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던 중 부상을 당했지만, 전민재는 양지율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줬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전민재는 양지율의 사과 연락에 "야구를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두 선수 모두에게 최악이었던 하루. 전민재와 양지율 모두가 빠른 시일 내에 충격을 털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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