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아이가 많아야 한둘인 저출생 시대, 가정에서 아이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만큼 학교 폭력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지고 있다. 아이들이 철모르고 한 사소한 장난도 피해자가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학교 폭력의 사안이 될 수 있고 아이가 받은 신체·정신적 피해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는 학부모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재학생 전체 398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 폭력 피해응답률은 2.1%로 전년 동차 대비 0.2% 증가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의 피해응답률을 살펴보면 △2021년 1.1% △2022년 1.7% △2023년 1.9% △2024년 2.1% 등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나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피해응답률은 4.2%로 중학교(1.6%), 고등학교(0.5%)에 비해 훨씬 높다. 이는 초등학생의 폭력 감지 민감도가 중·고등학생에 비해 높고 특히 학년이 낮을수록 친구 간의 단순 갈등도 학교 폭력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피해 유형 중 가장 높은 응답을 보인 것은 언어폭력(39.4%)이었으며 △신체 폭력(15.5%) △집단 따돌림(15.5%) △사이버 폭력(7.4%) △성폭력(5.9%) △강요(5.7%) △금품 갈취(5.4%) △스토킹(5.3%) 등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 사실을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했다'는 응답은 92.3%였으며 학교 폭력을 목격했을 때 '도움을 줬다'는 응답이 68.4%, '방관했다'는 응답이 30.5%로 나타났다.
학교 폭력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아이의 기질이 순하거나 성격이 좋다고 해서 피해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누구라도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어떤 행동이 학교 폭력에 해당되고 학교 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어떤 절차에 의해 처리되는지, 어떤 조치가 시행되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해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학교 밖에서 발생했거나 가해자가 성인인 경우에도 피해자가 초·중·고등학생이면 학교 폭력에 해당하며 가해자가 학생이고 피해자가 성인이나 유아인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정신적인 피해도 학교 폭력에 포함되기 때문에 친구들의 지속적인 놀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친구의 협박에 못 이겨 물건을 주거나 심부름을 강요당한 경우 등에도 학교 폭력으로 신고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 폭력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친구가 불쾌할 수 있는 글 또는 사진·영상 등을 인터넷에 유포하거나 무심코 단체 채팅방 등에 공유하는 것,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내는 행위, 단체 채팅방에 강제로 초대하는 행위 등이 모두 사이버 폭력에 해당한다. 사이버 폭력은 행동의 결과물이 증거로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더욱 처벌 수위가 높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는 사소한 괴롭힘, 학생들이 장난이라고 여기는 행동도 학교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학교 폭력 사안은 '사안 인지 및 신고-사안 접수-학부모 연락-교육청 보고-사안 조사-전담기구 심의-학교장 자체 해결-자체 해결 불가 시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 회부-조치 결정-조치 이행' 등 순으로 처리된다.
사안 조사는 학교 전담기구 또는 학교폭력 제로센터 조사관에 의해 이뤄지며 가·피해 학생, 목격 학생의 확인 진술서, 보호자 확인서를 통해 사건의 전후 관계와 폭력이 지속적이었는지, 고의적이었는지 등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한다. 피해 학생이 장애학생인지, 신고에 대한 보복 행위인지, 반성하고 있는지, 선도 가능성, 화해의 정도 등은 사안의 경중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안 조사 후에는 학교장 자체 해결 여부를 심의하는데 △2주 이상의 신체·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를 약속한 경우 △학교 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학교 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 제공 등에 대한 보복 행위가 아닌 경우 피해 학생과 보호자의 동의가 있다면 학교장 자체 해결이 가능하다. 학교장은 가해 학생을 대상으로 생활지도, 상담, 캠페인 활동, 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 다양한 별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학교장 자체 해결이 불가한 경우에는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가 개최된다. 심의위원회는 △심리 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등 피해 학생 보호 조치와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 △접촉, 협박, 보복 행위 금지 △학교 내 봉사 △사회봉사 △학생과 보호자에 대한 특별 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등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등을 처분한다.
오은주 서울흥인초 교사는 2025 서울학부모배움과정을 통해 "사람마다 장난의 경계, 폭력을 수용하는 범위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학교생활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다. 아울러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가정과 학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나갈 때 자녀가 올바르게 자랄 수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의사를 똑 부러지게 표현하면서 타인의 인권도 보호할 수 있는 민주 시민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전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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