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14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부부싸움 끝에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남편이 딸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아내와 아파트 27층에서 투신한 것이다. 딸은 목에 자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엔 2023년 보이스피싱으로 1억 원 넘는 금전적 피해를 본 뒤, 자녀를 데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40대 여성 A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1월, 충남 예산 자택에서 아들과 딸이 자는 방에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11살 아들이 숨졌고, 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됐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11월, 보이스피싱을 통한 주식 투자 사기로 1억 원 이상의 피해를 본 뒤, 비관한 나머지 자녀와 생을 마감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시도하는 사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를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고 부른다. 정신과적 질환, 경제적 문제 등 여러 원인으로 부모가 자녀를 해친 뒤 자신 역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예전엔 이런 사건을 ‘가족 동반 자살’이라고 불렀다. 일부에선 “남은 자식이 걱정돼 데려간 것”이라며 애써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려 했다. 하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부모와 자녀는 별개의 존재다. 자녀는 이런 선택을 원하지 않았다. 부모가 한 행동의 피해자일 뿐이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이 최근 10년간 '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 관련 형사 판결문 102건을 분석한 결과, 부모로부터 살해 시도를 당한 아동은 모두 147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66명이 숨졌고, 81명이 살아남았다.
피해 아동의 73%는 9살 이하였고, 사건의 76%는 아이들의 집에서 벌어졌다. 피해 아동 수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의 자녀 살해 후 자살로 사망한 아동은 2019년 9명에서, 지난 2023년엔 23명까지 증가했다.
자녀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런 선택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그 부모가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도 나를 도울 수 없다”라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면 사회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막다른 길에 몰린 사람을 도울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같이 죽자’는 말 대신, ‘같이 살자’라며 손을 내밀고 함께 살아갈 길을 찾는 사회가 필요하겠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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