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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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런 발전에 박수를 친다. 세상 살기 참 편해졌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서비스들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우리의 삶이 더 진보하고 윤택해질 거라고 상상한다. 정말 그럴까? 우리들의 삶은 더 편리하고, 더 윤택해질까?
온전히 서비스를 즐기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YES, 삶은 점점 편리하고 윤택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를 읽으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들의 삶은 어떨지,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아이를 낳기 전 나는 새벽 배송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굳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만큼 급한 일이 없었고, 자의든 타의든 누군가가 자신의 밤잠을 반납하며 나를 위해 움직인다는 게 썩 유쾌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 근무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급할 때 이용한 새벽 배송의 맛은 달콤했다. 한번 맛보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주변 사람들 말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이 좋은 것을 그동안 왜 나는 이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주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나쁜가?’, ‘돈을 벌고 싶은 사람에게 제공되는 또 다른 형태의 선택지가 아닐까?’하며 점점 서비스 뒤에 있는 존재가 흐릿해질 무렵, 이 책을 만났다.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는 배달, 가사 서비스, IT 아웃소싱, 대리운전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가 보지 못했던, 보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풀어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맞아. 이 서비스 뒤에는 사람이 있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들에게는 일과 삶(또는 휴식)의 명확한 경계가 필요하고,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그 자체가 아니며, 기계도 아니다. 혹여 누군가 ‘그들이 자의로 하는 일이지 않냐’고 묻는다면, ‘당신 역시 그 회사에 자의로 다니는 것이 아니냐’고 되묻고 싶다.
플랫폼은 돈을 벌고, 플랫폼에서 일하는 개인은 보호받지 못한다. 사람과 사람을 중개하는 일이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게 정당한 일일까? 개인이라는 이유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이 이 모든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일까?
사는 일은 팍팍하다. 집값은 여전히 높고, 직장인 월급은 몇 년째 바닥을 기고, 물가는 치솟는다. 나도 힘들고, 당신도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에게 야박해지지는 말자. 서로에게 무관심해지지는 말자. 힘들수록 서로를 들여다봐 주자. 우리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많은 서비스는 결코 그것을 제공하는 사람이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
|북에디터 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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