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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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크고 작은 산불이야 발생했겠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2020년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도 소실 면적(163.01㎢)이 어마어마했는데 이번 산불은 3배 가까이 되니(451.57㎢) 화마 중에도 수위로 꼽을 만하다.
대형 산불은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재난이 아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도, 올 1월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숲이 불탈 때> 저자 조엘 자스크가 사는 프랑스에서도 2017년 남동부 베나 곶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 화재를 계기로 산불을 탐구하다가 기존과는 다른 초대형 산불 ‘메가파이어’를 마주했다.
통상적인 산불은 자연에 이롭고 계절 영향을 받으며 예측 가능할 뿐 아니라 제한된 범위 안에서 발생한다. 메가파이어는 극단적이며, 그 양상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조엘 자스크는 그동안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두 가지 사고, 즉 산업주의적·기술주의적 사고와 생태주의적 사고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본다. 자연을 지배하려는 기술이 오히려 생태계 위기를 증폭시키고, 자연이 자발적으로 균형을 유지하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연에 의존하는 것처럼 자연도 인간에 의존한다.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이 줄어들수록 산불의 심각성이 커진다”(98~99쪽)
이에 자스크는 ‘통제된 불’로 산불 확산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미리 소각하며 땅을 돌보는 ‘불의 문화’에 주목한다.
여기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저자가 통제된 불을 자연적 불이나 범죄로 발생한 불과 구분해, ‘사회화된 그리고 선택된 불’이라고 설명하고는 있으나 과연 실제 불도 그러할까? 통제‘된’은 결국 그 결과로만 말하는 것 아닌가? 시작은 통제된 불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일로 통제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지 않나?
이 책 머리말에서 자스크는 낙관적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내가 그만큼 낙관적이지 못한 탓일까. 과연 불이 통제될 수 있는가에 계속 물음표가 찍힌다. 아쉬운 점은 있었으나 우리가 자연을 대해온 두 가지 사고의 전제부터 다시 고민하고 질문하게 한 책이었다.
한국어판은 올해 출간되었으나 프랑스어판(원서)은 2019년에 출간되었다. 5년 정도 차이가 있는 만큼, 그 사이 대형 산불에 대해 어떤 논의가 오갔을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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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디터 이미연. 출판업계를 뜰 거라고 해 놓고 책방까지 열었다. 수원에 있지만 홍대로 자주 소환된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한다. 인스타그램 담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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