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 대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5세 8세 자녀를 둔 육아대디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아이를 돌보고자 그는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몇 년 전, 둘째가 태어났을 당시만 해도 육아휴직사용을 망설였다. 선배들로부터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거나 승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A씨는 “예전엔 동료 눈치를 보기도 하고 승진 포기를 각오하고 육아휴직을 냈다면 요즘은 눈치 보지 않고 내는 편이다”라며 “동료 중에도 다녀온 사례가 있고 아이가 생기면 으레 갈 수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빠의 육아휴직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4만1829명으로 전체의 31.6%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불과 10년 전 4872명에 불과했던 남성 육아휴직자의 수가 무려 9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지원 3법 시행과 저출생 극복에 힘을 보태는 기업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4892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해 100대 기업 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3자녀 이상 자녀를 둔 직원을 대상으로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민간 기업 차원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다자녀 가정 지원 방안으로, 육아와 경제 활동을 병행하는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 제도를 통해 다자녀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저출생 문제에 대해 민간 기업 차원의 해법을 제시하며, 사회적 출산 장려 분위기 조성 및 노조의 요구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의 직장인을 들썩거리게 만든 사례로는 부영그룹의 1억 출산장려금이 있다. 부영그룹은 지난해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녀를 낳으면 1인당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만 총 70억 원, 올해는 현재까지 총 29억 원이 지급됐다고 한다. 출산장려금 외에도 다양한 가족친화 제도를 운영한다. 임직원에게 주택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자녀의 대학 학자금을 전액 지원한다. 직계가족의 의료비와 자녀 수에 따라 자녀수당도 지급하고 있다.
두산은 올해부터 ‘육아휴직 서포터즈 지원금’을 지급한다. 6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팀이 생기면 소속 팀원에게 1인당 최대 50만 원을 준다. 이는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다. 두산은 출산 경조금도 상향했다. 첫째 자녀 300만 원, 둘째 500만 원, 셋째 이상은 1000만 원의 축하금을 지급한다. 또한 자녀가 보육나이 1세가 됐을 때부터 2년간 매월 20만 원씩 보육지원금도 제공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여전히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대기업 직원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일터에서 이런 변화가 확산되길 바란다. 최근 서울시는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 ‘육아휴직 시 대체인력 지원’ ‘육아휴직 동료응원수당’ 등을 시행한다. 중소기업 근로자도 보다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나선 것이다. 모든 일터에서 육아에 따뜻한 응원을 해 준다면 저출생 극복에도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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