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우리나라가 연간 수출 1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10월까지 누적 수출은 9,3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수출 실적이 날개를 펼친 결과다. 9월에 이어 10월까지 수출액은 2달 연속 1,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은 11월 중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이러한 급격한 수출 성장 이면엔 그늘이 공존하고 있다. 먼저 특정 품목 편중 심화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 실적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하게 확대됐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특수에 힘입어 지난달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약 49%까지 늘어났다.
수출 구조가 반도체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현상은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글로벌 수요 위축이나 AI 투자 둔화 현상이 나타날 경우, 수출과 경제 성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대형 반도체 종목의 급등세에 힘입어 기록적인 랠리를 거듭한 끝에 6월 9,000선까지 돌파했던 코스피는 급격한 변동성 장세를 겪어왔다. 6일엔 장중 5,000선이 무너졌다. 상승 랠리를 이끈 반도체 및 AI 관련 대형 종목들의 주가가 급격하게 고꾸라진 결과다. AI 인프라 투자 지연 우려가 확산되면서 코스피 상승 랠리 신화는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국내 증시는 메모리 반도체 대장주에 대한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은 구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흔들리면서 전체 증시가 흔들렸던 것처럼, 수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역대급 수출 호황 실적에 마냥 축포를 터트리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수출 성장세가 경제 전반과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과거에는 수출이 늘면 국내 부품·소재 기업들의 생산도 함께 늘어 고용과 소득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의 주력 수출 품목은 자본 집약적이거나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에 수출이 증가해도 국내 고용이나 전방위적인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효과가 이전보다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민간 소비까지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0% 증가했지만 민간 소비는 위축됐다. 3분기 민간 소비는 전 분기보다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1분기(-1.0%)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이에 지금은 수출 성적표를 냉정히 따져볼 때다. 정부는 그 이면에 숨은 그늘을 걷어내는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수출 대기업과 국내 중소기업과의 협력 확대를 유도하는 한편, 내수 활성화 및 저소득층 지원, 신성장 동력 육성 등 주요 과제를 적극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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